코로나19로 주목을 받아온 분산형 임상(DCT)이 새로운 임상시험 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선진국에서는 DCT에 대한 긍정적 의견이 많은 가운데 우리나라도 이 제도 도입에 대한 구체적 방안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 FDA는 이미 DCT의 장점을 인식하고 이를 장려하고 있지만 한국은 원격 진료 허용 범위조차 명확하지 않아 임상 피험자와 원격 상호작용 범위 설정에서부터 막히고 있는 실정이다. DCT란 피험자 모집에서부터 모바일 및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진단, 임상 데이터 수집, 원격 모니터링, 원격 처방을 아우르는 것을 말한다. DCT의 장점은 빠른 신약개발과 임상 비용 절감을 들 수 있다.

미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방문 간호 및 온라인 진료를 활용한 임상시험이 증가하고 있고 DCT 전문팀 꾸리는 의료기관도 나오기 시작했다. 또 DCT는 내원과 재택 복합한 ‘하이브리드 임상'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일본 시오노기제약(塩野義製薬)은 지난달 27일 시작된 코로나19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S-217622‘ 임상 2/3상을 피험자가 의료기관에 내원하는 기존 방식뿐만 아니라 숙박 요양 시설 등에 의사ㆍ간호사를 파견하는 방문하는 형태를 도입했다. 시오노기는 이 약의 대상이 되는 코로나 경증 환자ㆍ무증상 감염자가 많아 숙박 요양 시설에서 임상을 실시하여 피험자 확보를 원활하게 하고 약품 개발을 신속하게 진행하려는 목적이 있다.

미국 아이큐비아(IQVIA)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실시된 4000개 임상 중 65개가 DCT를 활용했다. 이는 2018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DCT에서 가장 핵심인 원격 진료는 글로벌 빅파마 50개사 중 80% 이상이 실제 임상에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토가 넓은 미국에서는 DCT의 시장 규모가 2021년~2028년까지 연평균 5.7 % 성장하여 2028년에는 115억 달러까지 팽창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DCT를 위해 방문 간호를 활용한 임상 시험이 증가하고 있다.

3H클리니컬 트라이얼은 지난해 9개 재택 임상 시험을 수탁했지만 올해는 9월 현재 이미 20개 이상을 실시하고 있다. 이 회사의 타키자와 히로타카(滝澤宏隆) 대표는 “코로나 영향으로 수탁 건수가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면서 “필요성은 알지만 바꿀 수는 없다는 종전의 생각이 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3H클리니컬 트라이얼의 재택 임상 시험은 희귀 질환과 코로나19 감염 등 의료기관을 내원하기 힘든 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회사는 해외 업체와도 제휴하여 글로벌 DCT 임상을 일본에서 실시토록 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대부분 다국적사 의뢰가 많지만 올해는 일본 제약사 문의도 있다. 이 회사가 DCT에 중점을 두는 이유는 해외 시판된 약물이 들어오기까지 지연되는 ’드러그 러그(‘Drug Lag) 현상 때문이다. 현재 일본에서 시행되는 임상 중 80% 이상이 글로벌 임상으로 DCT에 대응하지 못하면 글로벌 임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도쿄 센터 클리닉 나가시마 히로타가(長嶋浩貴) 원장도 같은 위기감을 안고 있다. 이 병원은 코로나의 확산을 계기로 독립적인 DCT팀을 출범시켰다. 이 팀은 3개월에 1회 방문으로 2년간 임상을 실시하면 질환에 따라 다르지만 100명 피험자를 담당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은 DCT팀을 위해 의료 기록을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변경하고 비상근 의사와 방문 간호사, 임상시험코디네이터(CRC)와 계약을 했다. 5명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내원과 방문 간호, 온라인 진료를 겸한 임상 연구를 수행하여 하이브리드 DCT 팀의 운용을 확인했다.

도쿄 센터 클리닉은 의료기관의 노력과 비용은 증가하지만 환자의 편의성, 안전성, 접근성 확보와 함께 임상 시험 기간 단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CT는 채혈이나 심전도 등 간단한 검사는 의료기관 방문 진료와 방문 간호 외에도 인근 의료기관을 활용한다. 또 디지털 장치를 활용하면 온라인으로도 가능하다. 다만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DCT 임상에서 일부 노인 환자들이 디지털 검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제약공업협회 의약품 평가위원회가 올해 발표한 ’DCT 도입 가이드‘에서 “DCT는 기존 임상과 이율배반 관계가 아니며 DCT 도입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고 밝혔다. 

나가시마 원장도 “DCT와 기존 임상 시험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이 합리적”이라면서 “의료기관 DCT 전문 팀과 방문 간호, 방문 CRC 등 인프라 정비가 ​​진행되면 2025년에 일본에서 시행되는 임상의 10%, 2030년에는 30%를 하이브리드 DCT로 커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올해 국내외 제약사, 대학병원 임상시험센터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하고 비대면 임상 가이드라인 개발을 위한 모임을 두 차례 진행했다.

협의체가 염두에 두고 있는 모델은 미국, 유럽 등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DCT다. 실제 글로벌 제약사들이 협의체를 통해 DCT 트렌드 및 적용 사례를 공유했다.

김정미 식약처 임상정책과장은 "협의체에서는 비대면 임상시험 도입 시 필요한 전자동의 가이드라인, 가정간호 등 환자 안전성 모니터링 등을 아젠다로 설정했다"며 "의료법에 속하는 이슈들이 많아 민감하지만 최대한 기존 제도와 부합하면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약업계, 임상기관들과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바이오협회도 올해 7월 14일 ’코로나19가 불러온 글로벌 CRO 산업 지형의 변화‘ 보고서를 발간했다. 바이오협회는 “우리 CRO 기업들도 글로벌 추세에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원격임상 등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팬더믹 기간의 원격 및 가상임상 시험. [자료=아이큐비아 Digital Health Trends 2021]                    
                                                                               글로벌 전체 임상과 RVD 임상 추이. [자료=아이큐비아 Digital Health Trends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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