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논란이 일고 있는 비만치료제 리덕틸(성분명 시부트라민)의 처방을 두고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전문가 의견이 달라 소비자불신이 가중되고 있다. 

상당수 의사들은 "국내에서는 리덕틸 처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비만 환자들의 불신은 이만저만 아니다.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리덕틸' 등 시부트라민 성분 식욕억제제에 대해 처방과 조제를 자제하라는 내용의 의약품 안전성 서한에서 리덕틸의 처방과 조제를 원칙적으로 자제토록 했다.

하지만 대한비만학회의 입장은 달라 소비자들이 혼선을 빚고 있는 것.

학회는 지난 25일 소속 회원 의사들에게 보낸 안내문을 통해 "환자가 비만 및 과체중의 기준에 해당하고, 시부트라민 제제의 체중 감소반응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며, 심혈관 질환의 병력이 없는 경우 제품에 첨부된 사용설명서에 따라 처방하면 된다"고 명시했다.

학회는 해당 심혈관 질환으로 관상동맥질환과 울혈성 심부전, 빈맥, 말초동맥 폐쇄성 질환, 부정맥, 뇌혈관질환(뇌졸중, 일과성 허혈발작)이 있거나 병력이 있는 환자, 잘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 등을 꼽았다.

학회는 이어 "미국 FDA가 처방 금기사항으로 신설한 심혈관 질환자에 대한 내용은 이미 국내 사용 허가사항에 반영돼 있었다"면서 "한국에서는 이 금기사항을 준수해 처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관련 대한비만학회 오한진 홍보이사(제일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유럽의 임상연구는 단순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 당뇨병과 심혈관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리덕틸을 6년 이상 먹은 경우였다"면서 "국내에서는 환자들이 최장기간을 복용해도 3개월을 넘지 않고, 이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환자를 철저히 걸러낸 만큼 환자나 의사가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리덕틸을 처방하지 않을 경우 비만 환자에게 줄 수 있는 다른 대체약이 없다는 점이다.

대학병원의 한 교수는 "비만이 만성질환의 주범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아직 완벽히 검증되지 않은 부작용 때문에 리덕틸을 처방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할 수 밖에 없다"면서 "의사 입장에서도 다소 혼란스럽긴 하지만 무조건적인 처방 자제보다는 향후 진행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뒤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리덕틸을 복용 중인 한 비만환자는 "식약청의 처방 자제 발표 이후 병원에 찾아가 계속 복용해도 되는지를 물었지만 '아무 문제없다'는 답변만 들었다"면서 "혹시라도 모르고 지내온 심혈관질환 때문에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당분간 복용을 중단할 계획이지만 어느 쪽의 얘기를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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