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이 기업의 이익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2세 오너  일가의 경영권 강화에 포석을 둔 재단설립이 최근들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 21곳이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과 학술지원, 문화지원 등 기업이익의 사회환원을 목적으로 24개 재단을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2015년 당시 한국제약협회가 조사한 14개 제약, 15개 재단에서 기업은 7곳, 재단은 9개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재단이 속한 회사 지분을 보유한 제약사는 안국약품과 유유제약을 제외한 19곳이며 GC녹십자, 대웅제약, 한미약품은 재단을 두 곳씩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제약사가 재단을 설립한 첫 사례는 유한양행이다. 1970년 유한재단의 전신인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신탁기금'이 첫 걸음을 뗐다. 1971년 창업주 유일한 박사가 타개 후 재산을 재단에 유증했고 1977년 재단법인 유한재단으로 명칭이 변경돼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두 번째는 종근당이 1973년 설립한 '종근당 장학재단'이다. 1978년 고촌장학회, 1994년 현재의 이름인 종근당고촌재단으로 이름이 세차례 바뀌며 활발히 활동 중에 있다. 국제약품의 '효림장학재단'이 세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이 재단은 창업주인 효림 남상옥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1977년 출범했다.

대웅제약은 현재 '대웅재단'과 '석촌나눔재단' 2곳을 운영하고 있다. 2곳 모두 운영환 명예회장이 사재를 출연했다. 대웅재단은 1984년, 석촌나눔재단은 2014년 석촌대웅재단에서 2018년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했다. 윤 명예회장의 3남이자 대웅제약 최대주주인 윤재승 전 회장이 재단 이사장을 모두 맡고 있다.

제일약품의 '제일장학재단'은 1980년대 들어 처음 만들어진 재단이다. 1983년 창업주 한원석 회장이 만들었다. 일성신약은 1986년 '윤병강장학회'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동아제약의 '수석문화재단'은 1987년 '수석장학회'가 모태다. 동아제약 창립 60주년이던 1992년 수석문화재단으로 이름을 고쳤다. 일동제약의 '송파재단'은 일동제약 설립자인 송파 운용구 회장의 유지에 따라 고인의 유족과 공동상속인들이 상속재산을 무상 출연해 1994년 설립했다. 삼일제약은 '서송장학재단'을 1996년 설립했다. 이사장은 허승범 삼일제약 대표이다. 경동제약은 2001년 12월 '송천재단' 설립 허가를 받고 운영 중이다.

한미약품은 가현문화재단(옛 한미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가현문화재단은 2002년 한국 사진예술 발전을 목적으로 발족했으며 임성기재단은 지난 6월 임성기 회장 타개 후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GC녹십자도 2005년 '목암과학장학재단', 2009년 '미래나눔재단'을 출범했다. 목암과학장학재단은 과학인재 양성, 고 허영섭 회장이 출연해 만든 미래나눔재단은.탈북학생들 지원이 목적이다.

한독은 창업주 김신권 명예회장이 2006년 아들인 김영진 현 회장에게 회장직을 넘기고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면서 '한독제석재단'을 설립했다. 광동제약은 2007년 창업주 가산 최수부 회장과 광동제약이 공동 출연으로 '가산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장학사업과 학술지원이 목적이다. 

동화약품은 가송 윤광열 동화약품 명예회장과 부인 김순녀 여사가 사재를 출연해 2008년에 설립한 '가송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보령제약은 김승호 명예회장이 사회공헌활동을 위해 사재를 출연, 2008년 '보령중보재단'을 설립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2008년 '유나이티드문화재단'을 설립하고 강덕영 회장이 이사장으로 취임해 문화활동과 장학금지원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한국콜마는 윤동한 전 회장이 2010년 '석오문화재단'을 만들었다. 장학사업 외에 산하에 한국역사연구원을 두고 역사연구와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2011년 '중외학술복지재단'을 만들었다. 의료인 지원과 발굴 등 보건향상지원사업,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 등 장애인지원사업, 북한제약산업 등에 대한 학술연구와 통일인재육성사업을 하고 있다.

◇ 재단, 후계 및 경영권 강화 창구 지적도 

이같은 재단 운영의 공익적 목적과 함께 재단을 통한 경영권 강화나 후계구도에도 관련이 있다.

제약계의 경우 창업주가 재단에 지분을 기부하거나 상속해 상당수 재단이 10% 이상의 지분율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 2세의 지분이 낮은 기업일수록 재단의 역할과 비중은 큰데, 앞으로 후계 체제로 이어질수록 이런 현상은 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일성신약의 윤종욱 대표는 지분율(0.22%)이 매우 취약하다. 부친 윤석근 회장과 가족,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22.37%)과 윤병강장학회(4.22%) 등 우군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국제약품의 남태훈 대표이사는 지분율이 2.11%로 취약히자만 부친 남용우 회장(8.52%)과 효림장학재단(1.69%)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반면, 5% 이상 대주주로 영향력을 확보한 재단도 8곳이나 된다.

유한재단은 유한양행의 15.66%를 갖고 있으며 종근당고촌재단은 종근당의 5.10%,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은 한미약품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7.90%, 대웅재단은 대웅제약의 8.62%를 갖고 있다. 송파재단은 일동제약 지주회사인 일동홀딩스의 7.03%, JW중외학술복지재단은 JW중외제약의 지주회사인 JW홀딩스의 7.46%, 가송재단은 동화약품의 6.39%를 보유하고 있다.

안국약품과 유유제약은 각각 안국문화재단과 유유문화재단과 관련이 있지만 아직은 회사 지분을 갖고 있지않아 순수한 공익재단으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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