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 편평세포암종 발생지역.[자료=세계보건기구]

음주로 인한 유전자 변이가 일본인 식도암 발병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에도 경각심을 주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일본 국립 암센터가 10월 27일 발병 빈도가 다른 8개국 식도편평세포상피암(ESCC) 552개 증례 전체의 게놈 분석 결과에서 나타났다.

일본 국립 암센터의 암 지노믹스(Genomics) 연구센터는 영국 웰컴 트러스트 생어 연구소(Wellcome Sanger Institute), 유엔 산하기관인 국제암연구소(IARC)와 함께 일본, 중국, 이란, 영국, 케냐, 탄자니아, 말라위, 브라질 등 8개국 식도암(식도 편평상피암) 환자를 대상으로 공동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 성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유전학'(Nature Genetics)에 게재됐다.

식도암은 식도편평상피암, 식도선암 등이 있지만 식도편평상피암은 일본인 식도암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또 식도암은 전 세계에서 6번째로 흔한 암이지만 발병 빈도가 지역마다 크게 다른 것으로 WHO에 보고되고 있다.

식도편평상피암은 한국ㆍ일본ㆍ중국 등 동아시아와 중앙아시아~중동, 동아프리카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역학적 연구에서는 식도암 위험인자로 흡연과 음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외에 잔류성유기물질인 PAH(다환방향족탄화수소)를 포함한 대기오염이나 뜨거운 차 등이 관련되어 있다고 보고되고 있지만 이러한 인자만으로는 지역간의 식도편평상피암의 발생 빈도 차이를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암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정상 세포 게놈에 이상이 축적되면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점 돌연변이(point mutation)와 같은 변이는 암드라이버 유전자(Driver gene)의 활성화나 불활성화를 초래하는 주요한 게놈 이상 중 하나이지만 최근의 대규모 암 게놈 해석에서 돌연변이의 발생 방식에는 일정 패턴이 있음이 밝혀졌다. 이러한 패턴은 ‘돌연변이 시그니처’라 불리며 흡연이나 자외선 노출 등 다양한 발암 요인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점 돌연변이의 시그니처는 SBS(Single Base Substitution Signature)로 불린다.

이번 연구는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식도편평상피암의 전체 게놈 해석을 통해 암 드라이버 유전자나 변이 시그니처 차이를 해석함으로써 인종이나 생활 습관이 다른 지역마다 발병 빈도 가 다른 이유를 밝히고 식도편평상피암의 새로운 예방전략을 추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연구팀은 식도편평상피암 발병 빈도가 다른 8개국에서 총 552개 증례(일본 37개, 중국 138개, 이란 178개, 영국 7개, 케냐 68개, 탄자니아 35개, 말라위 59개, 브라질 30개)를 분석했다.

전체 게놈 분석 데이터로부터 돌연변이를 검출하고 여러 개 분석 툴을 이용하여 돌연변이 시그니처를 추출하였다. 그 후에는 지역, 임상마다 돌연변이 시그니처 분포에 유의한 차이가 있는지 검토했다. 또 552개 증례 전체 게놈 해석으로부터 암 드라이버 유전자를 정하고 주요 드라이버 유전자에 대해 변이와 변이 시그니처와 관련성도 살폈다.

발병 빈도가 다른 지역을 비교한 결과, 돌연변이 수나 변이 패턴에 큰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유전자 변이 패턴 분석 결과, 식도암 발생 원인에는 음주습관, 그리고 알콜 대사효소(ALDH2), 유방암 원인유전자인 BRCA 유전자가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돌연변이 시그니처 분포를 비교 한 결과, 음주 관련 돌연변이 시그니처인 ‘SBS16’은 일본인과 브라질인에서 유의하게 많이 관찰되었다. 

전체 게놈 해석에 의해 모두 38개의 암 드라이버 유전자를 정할 수 있었다. 그 중에는 과거 연구에서도 보고된 TP53, CDKN2A, PIK3CA, NFE2L2, NOTCH1과 같은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드라이버 유전자에서의 돌연변이와 돌연변이 시그니처와 관련성을 검토한 결과, 음주 경력이 있는 증례에서는 SBS16이 TP53 유전자 돌연변이에서 많은 것이 확인됐다.

돌연변이 시그니처와 유전자 다형성의 상관관계를 검토한 결과에서는 에탄올 분해 대사의 중요한 효소인 ALDH2의 SNP의 차이(알코올 분해능에 차이)와 SBS16이 유의하게 상관되는 것이 밝혀졌다. 또 유전성 유방암ㆍ난소암의 원인 유전자로서 알려진 BRCA 유전자 변이의 유무와 SBS3에도 상관이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식도편평상피암 발생에 복수의 유전적 차이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세계 최초의 전체 게놈 해석을 이용한 국제적 암역학 연구로 지역별 식도편평상피암의 발암 요인의 특징을 밝혀냈다. 특히 일본인 증례에는 음주에 따른 유전자 변이가 강하게 작용하여 TP53과 같은 암 드라이버 유전자 이상을 유발하여 식도편평상피암을 일으키는 세부사항이 밝혀졌다. 또 환경 요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전자 다형 차이도 식도편평상피암에서의 유전자 변이를 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 결과를 이용해서 일본에서 식도암의 새로운 예방법 개발을 위해서는 음주에 따른 돌연변이 유발 요인을 밝혀야 한다. 연구팀은 이 분야의 연구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일본은 올해부터 전 게놈 해석 등을 추진하기 위한 의료연구개발기구(AMED) 프로젝트를 실시하여 다양한 암에 대해 일본인 증례 대규모 전 게놈 데이터를 집적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연구에서 확립한 돌연변이 시그니처 해석을 적용하여 일본에서 다양한 암에서 발암 원인 해명과 암 예방 연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발병 빈도가 높은 지역에서의 식도편평상피암 검체에도 특별한 변이 시그니처의 증가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지역별 발병 빈도 차이를 규정하는 인자는 직접 암 게놈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이외 요인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별 샘플에서 SBS16에 의한 돌연변이수. 일본ㆍ브라질 증례에서 SBS16에 의한 돌연변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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