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장비의 국산화와 상용화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 소화기내시경학회 조주영 이사장은 지난 주말 열린 내시경연구재단 출판기념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주장했다. 조 이사장은 국산 내시경 개발과 상용화는 중소기업의 역량만으로는 역부족하기 때문에 대기업이 나서서 기술력 발전과 생산을 견인해야 한다며 이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국내 내시경 개발은 몇몇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에서 국산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아무리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고 이들 중소기업이 의욕을 갖고 국산화를 시도한다고 해도 자금력이 달려 지속성이 떨어져 국산화가 중도에 멈추기 일쑤라는 것이 조 이사장의 주장이다.

현재 진료 또는 수술분야 등을 막론하고 국산 내시경은 전혀 없고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세계 내시경 장비 시장은 올림푸스, 펜탁스, 후지논 등 일본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특히 1919년 설립된 올림푸스는 항상 앞서가는 광학 정밀기술로 무장, 세계시장의 80%을 석권하는 글로벌 내시경 공급업체로 성장했다. 한국내에서도 지난 2019년 6월 기자회견을 열어 국내 대학종합병원 중 90%이상에 내시경을 공급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밝힐 정도였다.

이러한 일본업체들의 공격적 영업으로 현재 국내 병의원등 내시경 장비시장은 98% 이상이 일본계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국내 내시경 장비개발 기술이 이미 80% 이상 확보돼 있고 의료진의 시술력은 세계 최고수준으로 일본 의료진들도 견학을 하러 올 정도라는 점이다.

정부는 현재 내시경 개발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지정하고 내시경 장비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내시경 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은 이에 참여하고 있는 스타트업기업이나 중소기업의 자금력이 달려 사업의 지속성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학계는 분석하고 있다. 자본이 많은 대기업이 참여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또 내시경 장비는 분야에 따라 100~200개의 정밀부품의 조합으로 이뤄지는데 이에 필요한 AS기술자는 이들 부품을 모두 해체하고 수리해서 다시 조합하는 모든 공정을 한치의 실수없이 능숙하게 다뤄야 가능한다는 것이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장비개발 기업은 이들 AS요원의 기술교육에 따른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올림푸스의 한국법인 ‘올림푸스 코리아’의 경우 매일 76명의 전담요원이 하루 평균 40~50대의 내시경 장비를 AS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할 일은 바로 이런 내시경 분야에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길을 터주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고급일자리가 생겨나고 경제가 살아나는 것이다. 장비개발 기술도 있고 의료진의 수준도 최고일 정도로 여건이 마련돼 있는데도 제품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은 정부의 무능탓 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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