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 변이를 장착한 오미크론을 잡아라"

코로나 변이바이러스 사냥을 위한 제약사들의 발길이 바빠진 가운데 '변이대응 백신' 개발 속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화이자와 모더나가 대충이나마 개발 타임 라인을 밝힌 가운데 일본 시오나기가 변이 맞춤형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오미크론 중증 진행 위험한 변이인가?=오미크론은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징인 스파이크 단백질에 델타변이의 2배 수준인 32개에 달하는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 바이러스는 자신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하여 숙주(인간)의 세포로 침투하기 때문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바이러스 세포의 침입을 막기 어려워져 감염이 쉬워진다. 하지만 돌연변이가 많다고 하더라도 치명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는 전염이 잘되는 바이러스일수록 치명률은 낮았다.

이베스트증권은 30일 보고서를 통해 오미크론 변이가 중증 위험도가 낮은 것을 처음 보고한 남아공 의사의 경우를 들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는 증상이 특이하긴 하지만 경미하다며 기존 코로나 확진자의 증상인 미각이나 후각 상실을 경험한 환자는 없었으며 대부분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한 정도 수준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전에 델타변이가 일어났던 인도처럼(델타변이 발생시점 접종율 5%이하), 접종율이 낮은 지역위주로 계속해서 변이바이러스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백신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타겟하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부분적인 공격을 주는 것만으로도 예방효과가 있다는 것을 뜻하며 ▲그에 따라 바이러스 자체가 변이(진화, 레벨업)가 일어날 확률을 급감시켜준다는 뜻이다.

바이러스의 단백질 모든 부분을 커버할 수 있는 백신이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사실 스파이크 단백질의 부분을 타겟하더라도 바이러스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기존의 백신이 효과가 없어질수는 없다. 예방율은 기존의 코로나바이러스 대비 낮겠지만, 60% 이상일 것이라고 추정된다. 화이자 백신 기준으로 델타변이 예방율은 79~88%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부스터샷의 중요성이 대두되었으며 개발도상국ㆍ빈국의 백신 공급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에서도 콜드체인이 필요하지 않은 재조합단백질 기반의 백신(SK바이오사이언스, 노바백스)과 변이용 부스터 샷을 선제적으로 개발 중이었던 업체들의 상승세가 커졌다는 판단이다.

백신 예방율이 낮아지는 것, 전염력이 높아지는 것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오미크론이 기존의 진단키트나 변이용(델타, 알파 등) 키트로도 PCR검사에서 판정하기가 쉽지 않은 데 있다.

오미크론은 S유전자 부위에 발생하기 때문에 국내 확진자 검사에서 사용하는 RdRp, E, N부위 진단키트는 판별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S유전자 부위를 분석하는 변이용 PCR검사법 개발이 다시 필요해졌다. 오미크론의 감염여부를 PCR검사법이 아닌 유전체 검사법을 이용하면 5일 정도가 소모되며 변이판독이 늦을수록 전체 확산예방이 늦어지기 때문에 빠른 판독을 위한 오미크론 전용의 키트나 변이에 높은 판독률을 보이는 키트는 필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섣부르게 판단할 수는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새 변이인 오미크론에 대해 델타 등 이전 변이보다 전파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코로나19의 확산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지만 위험성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WHO는 “오미크론이 많은 수의 돌연변이를 지닌 매우 다른 변이”라며 “일부는 우려스럽고 면역 회피 가능성과 더 높은 전염성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WHO는 “현시점까지 오미크론 변종과 연관된 사망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면서도 오미크론이 이전 변이보다 전염성이 더 강하다면 환자 수 급증과 보건 시스템 압박을 야기해 사망자가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오미크론 확진자 10명 중 1명이 영유아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남아공 오미크론 진원지 가우텡주(州) 츠와니에서 오미크론 감염 입원 환자 가운데 2세 이하 연령층이 전체 10%를 차지하며 델타 변이 유행 시기보다 더 많은 영유아 감염 환자 입원율을 보인다고 남아공국립전염병연구소(NICD)는 밝혔다. 영국 아워월드인데이터 집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남아공 백신 1차 이상 접종률은 28,7%, 완전접종률은 24.1%로 전 세계 평균 완전접종률 42.9%에 크게 못 미친다.

화이자ㆍ모더나 등 속도전…日 시오노기도 "개발하겠다"

화이자나 모더나 등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바빠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 시오노기(塩野義) 제약이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대응 백신 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30일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시오노기는 오미크론 백신의 바탕이 되는 바이러스 단백질 일부에 대한 제조 준비를 시작하면서 오미크론 대응 백신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아직 자체 코로나 백신을 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오노기는 코로나 백신의 연내 공급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오노기 담당자는 "개발 중인 백신이 최우선이지만 앞으로 새로운 백신이 필요해질 가능성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 기사에서 제약사들이 기존 백신의 보호 효과에 대한 실험에 착수했으며 이와 동시에 기존 백신의 효과가 충분치 않을 경우 몇 달 내로 오미크론에 대응할 백신을 갖출 수 있다고 예상했다.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아직 모르지만 기존 백신의 보호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이 경우 100일 안에 새 백신을 만들 수 있으며 이미 관련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화이자는 백신 개발을 위한 첫 단계로 지난 26일 DNA 형틀을 새로 만들었다. 

또 모더나의 최고의학책임자(CMO)인 폴 버튼은 BBC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면역 회피와 관련 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우려했다. 그는 "새로운 백신을 만들 필요가 있다면 대량 생산에 앞서 내년 초에는 백신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모더나의 스테판 방셀 최고경영자(CEO)는 CNBC 방송에 출연해 "오미크론이라는 특정 변이에 대한 백신을 대량으로 만들어 공급할 준비를 하기 전까지 몇 달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방셀 CEO는 오미크론 변이의 전염력이 아주 강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이 변이가 현재 나와 있는 백신의 예방효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려면 최소 2주 이상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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