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상비의약품에 점자표기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약사법이 지난 6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제약기업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시행일인 2024년 7월21일까지 3년 가까이 남았지만 안전상비약 생산 제약기업 7곳(13개 품목)이 점자표기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대웅제약은 '베아제정'과 '닥터베아제정'에 점자표기를 완료해 현재 판매 중이며 한독 역시 '훼스탈골드정', '훼스탈플러스정' 포장에 점자를 넣어 시각장애인들을 배려하고 있다.

동화약품은 내년부터 점자표기한 상비약 '판콜에이'를 편의점 등에 공급하기로 했다.

동화약품이 내년부터 공급하기로 한 안전상비약 '판콜에이' 점자표기 패키지. 제품명 아래 파란색 점자가 보인다. [사진=동화약품]

삼일제약도 지난달 9일 대표 감기약인 부루펜 패키지를 제품 출시 34년 만에 바꾸면서 상비약인 '어린이부루펜시럽'80ml에 점자를 추가해 소비자 편의성을 높였다.

동아제약은 최근 '판피린티정' 포장에 점자표기를 넣은 시제품을 식약처와 한국시각장애인협의회에 전달하고 수정 요청사항을 접수, 현재 보완 중에 있다.

첩부제를 생산하고 있는 신신제약과 제일약품도 점자표기 도입에 나섰다. 신신제약은 라벨러라는 설비를 도입해 스티커 부착 형식으로 점자를 표기하기로 했다. 빠르면 내년 1분기나 늦어도 상반기 안에 '신신파스아렉스'를 공급하기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의를 마쳤다. 이달 말에 먼저 신신파스알엑스 대형덕용 파우치 종이포장박스에 점자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신신파스아렉스와 같은 시기에 각 대형덕용 제품에 점자표기를 넣기로 했다.

제일약품 역시 파스 겉면에 점자표기를 넣기로 확정하고 제반 준비에 착수했으며 타이레놀 4개 품목을 보유한 한국얀센도 점자표기 도입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일반약ㆍ전문약도 점자표기 도입 활발… 부광약품, 42개 일반약 점자표기 '최다'  

안전상비약 점자표기가 의무화되면서 일반약을 포함해 전문약 등에도 일부 제약사들이 자발적으로 점자표기를 도입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조사(2019년)에 따르면 13개 제약기업이 32개 품목에 점자표기를 도입했으며 2020년 상반기(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는 12개 기업(85개 품목)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는 7월 현재 식약처 조사 결과 17개 기업이 94개 품목에 점자를 도입했으나 몇몇 기업이 신제품에 점자를 적용하면서 기업은 18곳, 품목은 96개로 증가했다. 18개 기업은 ▲광동제약 ▲대웅제약 ▲동국제약 ▲동화약품 ▲명인제약 ▲부광약품 ▲비엘엔에이치 ▲삼진제약 ▲종근당 ▲태준제약 ▲한국BMS제약 ▲한국다케다제약 ▲한국룬드벡 ▲한국애보트 ▲한국에자이 ▲한국유니팜 ▲한독 ▲한미약품(가나다 순) 등이다.

부광약품은 42개 일반약에 점자표기를 도입해 18개 기업 가운데 점자표기 도입이 가장 활발했다.

부광약품을 포함해 광동(1개품목), 동국(2), 동화(9), 명인(1), 삼진(1)은 모두 1개 이상의 일반약에 점자표기를 적용했다. 비엘엔에이치(2개품목), 태준(5), 한국BMS제약(4), 한국다케다제약(1), 한국룬드벡(3), 한국애보트(2), 한국에자이(5), 한국유니팜(1), 한미약품(1)은 전문약에만 표기를 했다.

종근당은 일반약 2개 품목과 전문약 1개, 대웅제약은 일반약 9개 품목, 전문약 1개, 상비약 2개에 점자를 도입했다. 한독은 상비약 2개 품목에만 적용했다.

이와 함께 현대약품은 식품인 '미에로화이바'에 점자표기를 넣었으며 부광약품도 의약외품과 생활용품 등으로 넓히면서 점자표기 적용 범위가 의약품 외에 제약기업이 생산하는 상당수 제품군으로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동화약품에 따르면 '판콜'의 경우 패키지당 3원~8원 가량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판콜의 연간 생산량인 1500만 패키지에 적용할 경우 1억원 이상의 생산비용이 늘어나는 셈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점자표기 도입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일반약, 전문약 등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예산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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