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이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 영역을 넘어 신약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마이크로바이옴'은 체내에 존재하는 수십 조 개의 미생물과 유전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각종 미생물을 총칭한다. 다양한 질병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국내 제약ㆍ바이오기업이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바이옴이 당뇨, 암, 비만, 소화질환과 같은 질병은 물론 우울증, 알츠하이머, 자폐증 등과 같은 뇌ㆍ신경 질환을 극복할 열쇠가 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시장규모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시장분석기업인 프로스트&설리번에 따르면 전세계 마이크로바이옴 시장 규모는 2023년에 약 1100억 달러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정부도 작년말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혁신전략'을 수립,  2023년~2032년까지 10년간 1조1506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마이크로바이옴이 국내 제약ㆍ바이오기업 연구개발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하고 있는 분위기다.

마이크로바이옴을 통한 신약개발에 나서거나 계획 중인 국내 제약ㆍ바이오기업은 ▲CJ제일제당 ▲한국콜마홀딩스 ▲고바이오랩 ▲지놈앤컴퍼니 ▲팜젠사이언스 ▲유한양행 등으로 파악되고 있다.

몇몇 제약기업들은 이미 마이크로바이옴과 관련한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개발, 생산하고 있으나 의약품 개발에서는 바이오기업에 비해 늦다는 평가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월4일 CJ바이오사이언스를 출범하고 마이크로바이옴에 기반한 신약개발에 출사표를 던졌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CJ제일제당이 기존에 보유한 제약 관련 자원과 작년 10월 인수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기업인 천랩을 통합한 자회사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2025년까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파이프라인 10건과 기술수출 2건을 확보해 세계적인 마이크로바이옴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천랩과 작년 1월 신약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파트너 관계였지만 천랩이 보유한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기술의 시장성이 크다고 판단,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콜마홀딩스는 바이오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에 뛰어든 사례다. 

이 회사는 지난 2020년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인 MD헬스케어, 고바이오랩과 신약후보물질 도입 계약을 맺었으며 '바이옴연구소'를 설립해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한국콜마홀딩스가 도입한 신약후보물질은 염증 및 호흡기질환 'MDH-001(MD헬스케어)'과 자가면역질환 'KBL382ㆍ KBL1027(이상 고바이오랩)' 등이다.

이 가운데 KBL382는 작년 8월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전문 CDMO 기업인 미국의 아란타바이오와 계약을 맺고 임상시험용 의약품 생산에 착수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콜마홀딩스는 신약개발 외에 면역에 타깃을 맞춘 건강기능식품과 피부재생 효과를 가진 화장품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고바이오랩은 암, 면역질환, 대사질환에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기술을 접목하겠다는 목표다.

고바이오랩은 CJ제일제당과 한국콜마홀딩스와 각각 공동연구개발 계약 체결과 신약후보물질 이전 등의 성과를 내면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선두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사는 건선치료 후보물질인 'KBLP-1'의 미국 임상 2상을 실시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궤양성대장염 후보물질 'KBLP-007', 아토피-천식 후보물질 'KBLP-002'의 임상 2상 시험계획서(IND)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지놈앤컴퍼니는 면역항암제 전문기업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작년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은 면역항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GEN-001'의 임상2상을 예고했다.

앞서 작년 3월에는 머크ㆍ화이자와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제 개발을 위한 두 번째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으며 8월에는 미국 자회사인 사이오토 바이오사이언스가 뇌질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인 SB-121의 환자투약을 성공적으로 완료하며 신약개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팜젠사이언스(옛 우리들제약)은 연세의료원으로부터 마이크로바이옴 기술특허 2건을 이전받아 현재 공동개발하고 있으며 유한양행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의약품개발을 중장기 과제로 설정해 공동개발을 통해 중추신경질환 신약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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