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속도로 변한다고들 말하는 21세기는 오늘도 숨가쁘게 지나가고 있다.

그래서일까. 늘 사건의 연속이다.

올해도 시작부터 대형사건이다. 바로 아이티 대지진이다.

서인도 제도의 작은 나라,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그곳이 이번 지진 참사로 온 세계인에게 알려졌다.

르네 프레발 아이티 대통령은 지난 27일 사망자가 17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런 아이티가 세계 각국의 관심으로 점차 회복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건물 잔해 속에서 열흘을 훌쩍 넘긴 생존자들이 속속 발견되는가 하면 얼마 전에는 아이티 국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살아남은 걸 감사하는 집회를 열며 어려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꾸려하는 모습이 뉴스를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회복돼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혹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들어봤는가.
그렇다.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사람들이 겪게 되는 일종의 신경정신적인 병이다.

사전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를 신체적인 손상과 생명의 위협을 받은 사고에서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뒤에 나타나는 질환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재산피해나 인명피해와는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사고의 또 다른 후유증인 셈이다. 

PTSD는 꼭 이런 대지진 같은 경우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맑은머리맑은몸한의원 양회정 원장에 의하면 일상생활에서도 얼마든지 PTSD를 겪을 수 있다.
이를테면 천재지변, 화재, 전쟁, 신체적 폭행, 강간, 자동차, 비행기, 기차 등에 의한 사고, 소아 학대, 삼풍사고나 성수대교 붕괴 같은 대형사고 등을 겪은 뒤다.

양 원장은 "우리나라에서도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후 사고현장에서 구조된 이들에게서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했으며 미국의 9.11테러 때에는 사고를 목격한 이들에게서도 PTSD를 호소하는 이들이 속출했다"고 말한다.

PTSD가 있는 경우 불면증이나 극도의 우울감을 호소하는 우울증에 잘 노출될 수 있고 이 두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는 개인에 따라 다른데 충격 후 즉시 시작될 수도 있고 수일, 수주, 수개월 또는 수년이 지나고 나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급성인 경우는 치료를 시작하면 회복이 매우 빠르지만 정신과적 장애가 나타나거나 원래 이런 증상을 가지고 있었던 경우는 만성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치료가 계속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신과적인 치료는 사고 후에 몇 주 안에 시작해야 하며 인지치료 및 행동치료, 최면치료, 집단치료, 약물치료, 신경차단 치료요법 등의 방법으로 치료한다.
치료 약물은 삼환계 항우울제와 단가아민 산화효소억제제(MAO inhibitor),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프로작)같은 항우울제나, 항경련제(carbamazepine, valporic acid) 등으로 알려져 있다.

양 원장은 "PTSD는 전문적인 치료 없이는 우울증과 자살로까지 연결될 수 있지만 정작 자신은 모를 수 있기 때문에 주변의 가족이나 친구에게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조속히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언제 발생할 지 모르는 사건에 노출돼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

그래서 PTSD라는 이름조차 낯선 병을 듣게 되는 오늘이 어쩌면 또 다른 스트레스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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