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편집국] 학창시절 미생물학 수업시간에 ‘슈도모나스’라는 ‘녹농균’에 대해 배웠는데 교수님은 “대학생 되었다고 귀 뚫고, 며칠 뒤에 귀에서 초록색 농이 줄줄 흐르면 대부분 녹농균에 감염된 것이다.

이 균이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감염되면 참 골치 아프지”라고 하셨다. 당시는 “귀 뚫을 때 조심해야겠군! 녹농균은 무서운 균이구나~” 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아마도 그 시절 병원감염 중 녹농균이 가장 위험한 종류 중 하나였나 보다.

병원에서 근무할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균은 메티실린에 내성이 있는 황색포도상구균인 ‘MRSA’였다. 메티실린 계열의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슈퍼박테리아로 주로 병원환경, 즉 의료진의 손 및 의료 기구 등에 의해 많이 전파되어 병원감염균이라고 이야기를 했고, 의료진의 손씻기를 중요시 했었다.

당시 MRSA에 감염된 환자를 격리병실에 따로 모아 의료기구를 별도로 사용하고 보호자의 면회를 제한하는 등 각별한 신경을 썼던 기억이 난다.

이후 반코마이신에 내성이 있는 장내균인 ‘VRE’가 등장했고, 지난 해에는 모든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다재내성균까지 등장한 상태로 세균들의 위력이 점점 무서워지고 있다.

신체의 한 부위가 아픈 것도 억울한데, 병의 치료를 위해 찾아간 병원에서 병을 얻게 된다면 어떨까.

50세 여성은 허리통증과 다리의 저림으로 디스크 진단 하에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할까말까 고민하던 차에 최근에는 기술이 발달되어 수술이 간단하고 일주일 후면 충분히 퇴원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수술 후 허리통증이 계속되었고 병원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하여 퇴원을 했다. 이후 수술부위 통증이 점점 심해져 검사한 결과 수술부위에 농양이 확인되었고, 재수술로 농양제거술을 받았다.

균배양 검사에서 MRSA가 검출되어 항생제 치료를 받았는데 아직도 허리가 아프고, 진료비도 1차 수술비보다 재입원시 진료비가 더 들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위 사례는 수술부위의 통증 호소에 대해 초기에 적절한 검사를 하지 않아 감염을 일찍 확인하지 못한 점이 인정되어 재입원 치료비의 일부 및 위자료를 지급받았다.

치료과정 중 감염이 발생하면 입원기간이 길어지고, 수술 후 장애나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의료분쟁이 발생하기 쉽다.

환자나 병원 모두 엄청난 고통과 부담을 갖게 되는 데 병원감염과 관련된 판례들을 보면 수술부위에 감염이 발생했다고 하여 무조건 병원의 과실을 인정하지는 않는다.

의료인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병원감염률을 낮출 수는 있으나 완전한 병원감염 방지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어, 병원감염을 예방할 수 있었는데 이를 게을리 했거나, 감염발생 이후 조치를 미흡하게 한 점이 확인되지 않으면 의료인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 경향이다.

최근 의사들의 가운 및 휴대전화에서 슈퍼박테리아가 검출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 무균지대가 아니므로 세균은 여러 곳에 존재할 수 밖에 없지만, 병원감염은 병원의 관리여하에 따라 다라질 수 있으므로, 의료진의 손씻기, 청결한 환경유지 등의 관리가 중요한 듯하다.

또한 각 병원마다의 병원감염관리위원회를 활성화하여 지속적인 관리 및 감독을 한다면 뜻하지 않은 병원감염과 관련된 피해사례들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국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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