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이철중 기자] # 2살인 유정(가명)이는 갑작스럽게 가슴 통증을 호소하고 기침과 구토 증상을 보여 급히 응급실을 찾았다. 흉부 방사선 촬영 결과 식도에 단추형 전지(디스크형 전지)가 걸려있었다. 테이블 위에 버리려고 놓아둔 단추형 전지를 가지고 놀다가 삼킨 것이었다. 응급 내시경으로 전지를 제거했지만, 삼킨 지 몇 시간이 경과해서인지 식도와 기관지에 천공이 생겼다.

TV 리모컨이나 장난감에 많이 사용되는 단추형 리튬 전지(button type battery)를 무심코 삼킨 아이들이 심각한 합병증을 겪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단추형 리튬 전지 삼킨 소아의 엑스레이

단추형 전지를 삼키면 몸 안에서 누전돼 조직에 전기적인 화상을 입히게 된다. 식도나 위장관계에 들어가면 화학반응을 일으켜 성대와 식도, 혈관 등에 손상을 줄 수 있다. 특히 식도에 걸렸을 경우에는 누전에 의한 손상 뿐 아니라 식도 벽이 전지에 의해 눌려 생기는 압력괴사까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미국에서만 6세 미만의 아이들이 단추형 전지를 삼켰다는 보고가 매년 3,500건 정도 보고되고 있다. 미국 국립 워싱턴 독극물관리센터 조사에 따르면 1985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에서 집계된 단추형 전지 삼킴 사고는 5만6000여 건이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조사에 따르면 매년 40~90명의 아이들이 단추형 전지를 삼켜 응급실을 찾았다. 이 중 50% 정도는 식도에 걸린 채 도착해 내시경으로 제거했다. 응급 내시경으로 단추형 전지를 제거한 아이들은 2008년 약 40명이며, 2009년 약 20명, 2010년 35명 정도다. 2011년 상반기만 17명에 달했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이 최근 단추형 전지를 삼켜 응급실을 찾은 3명의 아이를 분석한 결과 대개 열과 기침, 구토 증상을 호소했고, 식도에 걸려있는 경우에는 단추형 전지를 제거하는 응급내시경을 받았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외과 한석주 교수는 “(삼킨 후)늦어도 4시간 이내에 전지를 제거하지 않으면 식도 손상이나 천공 혹은 대동맥 파열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며 “단추형 전지는 크기가 작아 아이들이 먹어도 부모들이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항상 관리에 조심해야 하며, 만약 전지를 삼킨 아이가 통증이나 기침,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일 경우 바로 응급실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단추형 전지에 경고문구 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 지금은 많이 개선됐지만 단추형 전지를 쓰는 리모컨이나 장난감의 덮개 부분이 아이들이 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직까지도 많다는 것이 실정이다.

미국 소아과학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6살 미만의 어린이는 가정용 기구에서 직접 전지를 빼 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단추형 전지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아이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관리를 당부하고 있다. 또한 미국 일부에서는 사용을 금지하거나 잠금장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한석주 교수는 “부모들이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전지 포장에 아이들이 먹지 못하도록 경고 문구를 넣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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