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강은희 기자] 탈모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탈모로 인한 스트레스 높으면서도 비의학적 치료에 많은 비용 소모하고 병원 방문시기가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피부과학회(이사장 계영철 고려대학교 안암병원)는 ‘제10회 피부건강의 날’을 맞아 9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사진>에서 탈모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삶의 질과 치료 실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탈모환자들이 탈모로 인해 대인관계 등의 사회활동에 부담을 느낄 정도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지만, 실제로 의학적 치료를 받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대부분 탈모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스트레스가 높거나 매우 높다고 응답한 환자가 20대(93.8%) > 30대(76.6%) > 40대(62.7%) > 50대(61.2%) 순으로 나타나 젊을수록 탈모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상생활 중 탈모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언제인지 물었을 때, 많은 환자들이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부담을 느끼거나(63.3%), 이성관계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41%)고 답했다.

특히, 항상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한 환자도 20~30대에서 27.8%로 나타나 전체 평균 13.7%의 2배에 달해, 젊은 탈모 환자 4명 중 1명은 탈모로 인해 극심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는 외모에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탈모 질환의 특징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학회측의 설명이다.

병원 방문 이전에 가장 많이 접하는 치료법으로는 샴푸와 에센스 등의 화장품류나 일부 의약외품 사용이 86.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실제 한 연구소 조사 결과, 외모관리용품 중 ‘모근 강화 및 한방샴푸’의 구매 비율이 2007년에 비해 2010년에는 74.6%로 크게 증가했다. 탈모방지와 치료의 효과를 보이는 제품들은 의약외품, 일반의약품, 전문의약품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흔히 마트에서 볼 수 있는 탈모 관련 샴푸들 중에는 발모효과나 탈모방지 효과를 임상시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검증 받을 필요가 없는 화장품으로 분류된 제품이 많아, 탈모치료 효과가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화장품으로 분류되는 샴푸, 헤어에센스 등의 사용목적은 피부, 모발의 건강유지 및 증진이므로 두피 청결 및 모발에 영양을 공급해 모발 건강에 도움을 주는 효능만 표방할 수 있다. 의약외품으로 분류된 샴푸의 경우는 ‘탈모방지 및 양모 효과’를 목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인정을 받은 제품들로, 용기 뒷면의 사용설명서에서 의약외품 등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어디까지나 모발에 영양을 주는 ‘양모’ 효과일 뿐으로 ‘발모’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탈모방지 샴푸 다음으로 음식 조절, 두피마사지도 과반수 이상으로 뒤를 이었는데, 이 중 두피마사지나 두피관리실, 탈모방지용 기기, 가발 등은 고가의 비용으로 탈모환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실제 병원 치료 이전 탈모관리를 위해 지출한 비용은 10~100만원 사이가 43.7%로 가장 많고, 500만원 이상 지출한 환자도 19.7%로 나타나, 환자들이 많은 비용을 비의학적인 방법으로 지출하고 있었다. 이렇게 비의학적인 자가탈모치료에 대한 만족도는 단 10%에 그쳤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대한피부과학회 최광성 교수(인하대학교병원 피부과)는 “이러한 비의학적인 방법은 예방 차원의 양모 효과만 기대할 수 있어 적절한 치료 방법이 아님에도, 많은 환자들이 탈모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이러한 방법에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탈모는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피부과 질환이기 때문에 전문의에게 상담 받는 것이 탈모 치료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비의학적인 탈모관리 방법이 불만족스러움에도 불구하고, 환자 중 68.7%가 탈모가 진행되고 1년 이상 시간이 경과된 후에야 병원을 방문했으며, 82%는 1년 미만의 병원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피부과학회 홍보이사 이석종 교수(경북대학교병원 피부과)는 “대부분의 탈모 환자들은 초기부터 고민은 많으나 실제 육안으로 탈모가 확인되는 시점이 되어서야 병원을 찾는다. 외국에 비해서도 국내 탈모환자들이 병원을 찾기전까지 시도한 자가탈모치료 방법도 1.5~2배 정도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만큼 국내 탈모환자들은 탈모를 질환으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인데, 탈모는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의학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치료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들다”고 조언했다.

병원 치료 이전과 이후의 삶의 질을 10점 척도 기준으로 봤을 때, 병원 치료 이전은 평균 6.63점이었으며, 병원 치료 이후 7.14점으로 상승했다, 특히, 2~30대에서 점수가 1점 가까이 상승(6.23→7.13점)한 것으로 볼 때 젊은 탈모 환자들에게서 탈모치료 효과가 높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피부과학회 이사장 계영철 교수(고려대학교병원 안암병원)는 “대한피부과학회가 해마다 진행하고 있는 피부건강의 날의 주제를 ‘탈모’로 정한 것은 탈모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외모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탈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탈모가 ‘질환’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에서 출발했다”며 “탈모는 초기 단계에 의학적인 진단을 통한 올바른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조기치료와 꾸준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탈모환자사례 발표에 나선 주현재 교수는 "남성형 탈모든 중증탈모든 어떻게 마음의 장애를 극복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고 했고, 전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 한기범 씨는 "모발이식을 한 후 머리가 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많은 탈모인들이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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