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가 신경과학에 올인하는 까닭
릴리가 신경과학에 올인하는 까닭
  • 강은희 기자
  • 승인 2012.05.11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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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마파 외면하는 분야에 대대적 투자, 이례적… 알츠하이머 시장 선점 겨냥

[메디소비자뉴스=강은희 기자]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릴리가 최근 영국에 100억원 상당의 연구단지를 조성하면서, 다른 제약사들이 대부분 기피하고 있는 신경과학 분야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네이처가 제약계의 글로벌 트렌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서리주 윈들즈햄의 얼우드에 조성된 이 연구단지는 릴리가 전세계에 보유한 연구단지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로, 130명의 과학자들이 거주하면서 신약개발을 위한 기초연구에 종사할 예정이다.

이 연구단지를 이끌게 될 사라 채텀 상무이사는 "연구자들은 암과 당뇨병에서부터 알츠하이머병과 정신분열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병을 연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릴리의 최근 움직임은 다른 제약사들의 행보와 상반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상당수의 제약사들은 신약개발을 위해 대규모 연구팀을 보유하는 것보다는 소규모 업체를 인수하는 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노바티스, GSK, 아스트라제네카(AZ) 등이 모두 뇌과학에서 발을 빼고 있는 상황에서 릴리만이 유독 신경과학에 집중적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한국릴리 권미라 부장은 "알츠하이머는 워낙 시장이 크기도 하지만 적절한 치료패턴이 있는 부분이 아니다. 릴리는 그동안 알츠하이머치료제의 필요성이 절실한 환자들의 니즈를 고려해왔고 현재 임상을 진행 중으로, 그런 차원에서 계속 비용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부장은 이어 "(다른 제약사들이 관련분야의 사업을 줄이는 것은)아마도 임상을 진행하던 중에 부정적인 결과가 나와서 중단하는 등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정부는 릴리의 이번 결정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이다. 영국의 보건당국은 "영국은 더 이상 의학연구에 적당한 나라가 아니다"라는 제약사들의 인식에 우려를 표명해 왔고, 의학계 역시 "영국 정부가 2004년 발표된 EU 임상시험 지침을 너무 관료적으로 적용하는 바람에, 과학자들이 불필요한 요식행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라고 지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화이자가 샌드위치의 연구소를 폐쇄하면서 수천명의 과학자들이 실직한 바 있다.

그러나 릴리의 관계자는 "영국은 의학연구를 수행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건을 보유한 국가"라고 말했다.

얼우드 연구단지에는 릴리의 신경과학자들 중 절반이 입주, 알츠하이머병을 집중 연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알츠하이머병은 전세계적으로 3000만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신경퇴행성질환이기 때문에, 아무리 위험부담을 기피하는 제약사들일지라도 눈독을 들이지 않을 수 없는 황금시장이다. 이 병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은 뇌 안에 존재하는 아밀로이드 플라크인데, 릴리가 개발한 플라크치료제인 솔라네주맙(solanezumab)이 올해 안에 후기 임상시험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릴리의 신경퇴행부분의 CSO(최고과학책임자)를 맡고 있는 마이클 허튼은 "우리는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인 아밀로이드와 타우를 모두 겨냥하는 치료법을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에 아밀로이드 플라크 진단시약이 미 FDA의 승인을 얻은 것을 계기로 우리는 ‘아밀로이드와 타우의 축적속도를 지연시키는 치료법’과 함께 ‘플라크의 형성을 탐지하는 진단방법’까지 보유하게 됐다"고 의미를 뒀다.

제약업계의 트렌드에 역행하는 릴리의 전략이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신경과학계통의 신약개발을 선도하고, 근래 주춤하고 있는 신경과학분야의 신약개발에 새로운 붐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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