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이한나 기자] 서울아산병원 일반외과 한덕종 교수가 당뇨 합병증이 발생한 환자의 '혈액형 부적합 췌장ㆍ신장 동시이식 수술'을 국내 처음으로 성공했다.
서울아산병원은 당뇨 합병증으로 복막투석까지 받아오던 러시아의 타티아나(Nikiforova, Tatiana, 37세) 환자에게 혈액형이 다른 아버지 니콜라이(Nidiforova Nikolai 남, 60세)씨의 신장과 췌장 일부를 떼어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을 국내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지금까지 혈액형 부적합 장기이식은 간, 신장을 대상으로만 이뤄졌으며 이식 후 발생하는 면역거부반응 때문에 췌장에서는 불가능하게 여겨졌었다.이번 수술은 혈액형이 다른 기증자의 췌장과 신장이 환자에게 잘 적응할 수 있도록 B형인 타티아나 환자에게 면역억제제를 주입하고, 혈장교환술 등의 처치를 한 뒤 A형인 니콜라이씨의 췌장과 신장을 이식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지난달 4일 수술을 받은 타티아나 환자는 현재 정상적인 식사는 물론 산책이 가능할 정도로 빠른 회복세를 보여 퇴원을 앞두고 있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사실 혈액형이 맞지 않는 고난이도의 장기이식은 러시아에서는 불가능해 해외 병원을 알아보던 그녀의 남편 알렉산드르씨가 주목한 것은 서울아산병원.
알렉산드르씨는 한국 의료정보를 얻은 러시아의 인터넷 블로그에 부인의 급박한 이야기를 올렸고, 부부가 살고 있는 러시아 야쿠츠크 지역의 신문기사에 타티아나의 사연이 실리기도 했다
알렉산드르씨는 "인터넷에서 서울아산병원의 의료 기술을 접하고 부인의 망가진 신장 치료를 받으러 온 것이었는데, 췌장과 신장 동시이식을 통해 당뇨병도 완치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천국에 온 기분이었다"며 "의료진에게 너무나 감사하고, 관심을 가져준 러시아 국민들에게 부인의 완치된 모습을 하루 빨리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러시아 국민들의 성원과 바람을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의 의료 기술로 보답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며 "혈액형이 맞지 않는 환자의 췌장이식 수술이 가능할 정도로 국내 췌장이식 수준은 세계적인 만큼, 장기기증 인식이 활성화 돼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가며 신장투석을 받아야 하는 수많은 당뇨환자들이 고통에서 해방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이번 췌장 이식 수술의 성공으로 국내 장기이식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은 것은 물론,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수많은 환자에게도 당뇨병을 근본적으로 완치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