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이한나 기자] 전남 여수에서 평생 농부로 살아온 김모씨(70세, 여). 살림하랴 자식 키우랴 농사지으랴 마음 놓고 허리 한 번 펴보지 못했다. 여기에 논과 밭에서 수십 년을 쪼그리고 앉아 일해 허리, 무릎 관절에 성한 곳이 없다. 병원 갈 시간을 내기 어려운 김씨는 소염진통제를 복용하고 파스를 붙이며 근근이 버텼다.

그러나 얼마 전 다리가 저리고 시리더니 밭 일을 하다 허리에 극심한 허리통증이 느껴져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버렸고, 이후 다리가 마비된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병원을 찾은 김씨는 '척추관협착증' 진단을 받았다. 

허리 숙이고 일하는 농부의 직업병 '척추관협착증'
 
본격적인 모내기철을 맞아 허리와 관절에 고통을 호소하는 농촌 어르신들이 늘어나고 있다.

척추 및 주변 조직이 많이 퇴화한 어르신들이 모내기를 위해 허리를 숙이고 일하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근육과 인대가 굳어 사지 말단까지 가는 척수신경이 들어있는 척추관의 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유발된다.

이를 방치하면 척추관협착증이 생길 수 있는데, 특히 농부에게 많이 나타나 '농부병'이라고도 불린다. 

바른세상병원 송형석 원장은 "오랫동안 몸을 구부려 앉으면 혈관이 조여 허리근육으로 가는 혈액이 줄어들고, 이렇게 되면 근육이 약해져 척추에 강한 압력을 주게 돼 디스크를 계속 압박하게 된다"며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척추관협착증의 발병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척추관협착증의 원인과 증상

척추관협착증의 가장 큰 원인은 노화다. 척추관이 선천적으로 좁거나 성장 정도에 따라 정상보다 좁은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나이가 들면서 척추의 후관절이 커지고 관절 주위의 인대가 두꺼워짐에 따라 척추관이 좁아지고 커진 관절과 인대가 신경을 압박하는 것이다.
 
척추관협착증의 가장 일반적인 증상으로는 엉덩이에서 시작해 다리까지 뻗어나가는 방사통을 들 수 있고, 척추관 여러 부위에서 신경을 압박해 혈류장애가 나타나 다리를 절 수도 있어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저리고 심하면 털썩 주저앉게 된다.

허리디스크와 혼동하기 쉬운데, 허리디스크는 허리를 굽히면 통증이 악화하지만 척추관협착증은 뒤로 젖히면 증상이 악화하는 특징이 있다.
 
잠 잘 때도 똑바로 누우면 척추관이 좁아지고 하반신 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심해지기 때문에 새우처럼 웅크리거나 엎드린 자세로 자게 된다. 하지만 통증 경감은 잠시뿐, 이런 자세는 척추가 C자 형태로 변형되기 때문에 허리에 좋지 않으며 심장이나 폐에도 압박을 주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
 
경막외신경감압술, 미세현미경술로 치료

척추관협착증은 먼저 운동을 제한하고 안정을 취하며, 소염진통제, 근육 이완제 등으로 약물치료를 한다.

그러나 보존적 치료로 효과가 없을 때에는 경막외신경감압술로 치료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 시술은 꼬리뼈에 2mm두께의 작은 관을 집어넣어 척추신경을 둘러싼 경막 바깥 공간을 타고 올라가 염증부위를 직접 보면서 치료하는 것으로, 환부에 유착방지제를 뿌려 신경눌림을 없애고 마취제 등을 주사해 통증이나 염증을 완화하는 방법이다.

시술시간은 약 40분이며, 당일 퇴원이 가능하고 마취, 절개, 입원이 필요 없어 어르신들도 부담이 없다.
 
이밖에 미세현미경술을 고려할 수 있다. 이 수술은 부분 마취와 함께 피부를 1cm 내외만 절개하고 수술 현미경으로 세밀히 관찰하면서 신경을 누르는 병적인 디스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흉터와 통증이 거의 없고 회복기간이 짧은 것이 장점이다.
 
한 시간에 한 번 허리 펴고, 근력운동으로 예방해야

척추관협착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허리를 구부려 일하더라도 최소한 한시간마다 일어서서 허리를 펴고, 허리를 좌우로 돌려주는 스트레칭을 실시하는 것이 좋다. 허리를 튼튼하게 해주는 근력운동도 중요하다. 하루 30분 이상 걷기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되며 특히 자전거 타기는 척추신경구멍을 넓혀주기 때문에 매우 좋다. 

송 원장은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어르신들은 다리가 저리면 혈액순환 문제로 생각해 혈액순환제만 복용하거나, 물리치료만 받고 증상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치료시기를 놓치면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에 장애가 생기는 마비증후군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통증이 느껴지면 바로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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