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도 기력이 없다고 하면서 링거를 맞겠다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은 대개 나이가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시지만 가끔은 중년의 아주머니, 아저씨들도 있다. ‘왜 기력이 없을때 링거를 맞으려고 하느냐?’고 물어보면, 링거를 맞으면 기운이 난다고 한다. 기력이 없다는 것은 여러 원인으로 인해 생기는 현상이므로 그 원인에 따른 조치가 필요하지만, 여기에서는 링거에 대해서만 말하겠다.

링거라는 것은 설사 때문에 목숨을 잃던 시절에는 정말 기사회생의 치료약이었다. 설사로 인해 우리 몸의 물이 빠져나가 탈수가 되고 빠져나가는 물과 함께 소다움, 포타슘 등의 전해질이라는 것들이 함께 빠져나가므로 이를 보충해 주는 것은 링거였다. 그러니 링거를 맞으면 그야말로 기운이 없던 사람이 기운이 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요즘에 사람들이 말하는 링거는 어떤 것인가? 지금은 대개 포도당 수액제나 아미노산 함유 수액제를 말한다. 이들 수액제의 성분은 각각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가운데 포도당은 탄수화물을, 아미노산은 단백질을 이루는 영양소이다. 그러니까 예전에 설사 때 쓰던 링거와는 성분이 다른 것이지만, 필요한 성분을 물에 타서 주사를 통해 우리 몸에 공급을 하는 수액제라는 형태로는 같다고 볼 수 있다.

설사 할때 링거는 몸 밖으로 빠져나간 물과 전해질을 보충해 주는 의미라면, 포도당 수액제나 아미노산 함유 수액제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포도당 수액제나 아미노산 함유 수액제는 물과 영양분을 공급해 주므로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여 영양이 부족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다. 그러니까 대개 병원을 찾아와 링거를 맞겠다는 사람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그래도 영양분이 몸속에 들어가면 기력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할 것이다. 그러나 5% 포도당 1리터에 들어있는 열량은 170킬로칼로리로 밥 반공기 정도의 열량에 지나지 않고, 아미노산 함유 수액제 500밀리리터에 들어있는 열량은 120~130킬로칼로기로 쇠고기 100~300그램 정도의 열량이다. 그러니까 어느 정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수액제를 통해 영양을 공급받기 보다는 밥 반공기, 쇠고기 반근 정도를 먹는 것이 낫다. 음식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는 것이 입맛도 즐겁게 하고 돈도 절약되는 방법이다. 그뿐만 아니라 수액제를 통한 영양공급은 고혈압, 심부전 등의 병을 갖고 있는 환자에게는 매우 위험할 수 있으므로 먹는 것이 백번 낫다.

어떤 사람은 포도당 수액제나 아미노산 함유 수액제에서 한수 더 떠서 알부민이라는 것을 맞겠다고 한다. 알부민이라는 것은 우리 혈액 속에 있는 단백질인데 특별한 병이 없는 보통 사람은 어느 정도 먹지 못한다 하더라도 알부민이 부족해지지 않는다. 알부민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리나라에 많은 간경화 환자가 알부민이 부족하여 몸이 붓고, 복수가 차 있다가 알부민을 맞고 이런 증상이 좋아지는 것이 잘못 알려진 탓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우리 몸에 부족하지도 않은 알부민을 주사를 통해 맞으면 그대로 소변을 통해 몸 밖으로 나간다. 더욱이 알부민은 포도당 수액제나 아미노산 함유 수액제보다 부작용이 더 심하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지금도 심한 설사 환자나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물론 링거가 도움이 된다. 그러나 기력이 없다고 링거를 맞겠다고 하는 사람의 대부분의 경우는 음식물을 통해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더 간편하고, 더 안전하고, 더 싸고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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