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정형근 이사장이 지난주 '건강보험 재원의 안정적 확보 방안'을 주제로 열린 금요 조찬 세미나에서 “우리나라가 매년 급여비로 30조원이 넘는 지출이 발생하고 있는데 지난해 심사조정률은 0.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이사장은 “(그래서 이대로 심사기능을) 심평원에 맡길 수 없다"면서 ”예산을 들여 자체 부당청구방지시스템 을 구축해 엄격히 (진료비를) 심사하겠다"고 심평원의 ‘심사기능 무용론’을 폈다.

이날 정이사장의 발언은 병·의원,약국에서 심평원에 청구한 진료비 여부가 적정했는지에 대한 심평원의 심사가 부실해 앞으로 더이상 믿기 힘들다는 취지의 ‘작심 발언’이어서 적지않은 파문이 일고 있다.

이날 심평원에 직격탄을 날린 정이사장의 발언은 일리없는 게 아니다. 건보재정이 적자로 돌아서는 상황에서 0.5%에 불과한 심사조정률은 보험공단 아니라 국민 누가봐도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심평원의 부실한 진료비 심사로 인해 국민세금인 건보재정이 ‘통나무 물새듯’ 줄줄이 샜다면 이는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건보재정은 병원이나 의·약사의 ‘주머니 쌈짓돈’이 아니고,국민의 피같은 세금이다.

만약 정이사장의 주장이 사실이고, 심평원의 심사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부실심사가 이루어졌다면 심평원의 심사기능과 위상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

앞으로 리베이트 규제 등 의약계의 경영환경이 날로 열악해지는 상황에서 부당·허위 진료비 청구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심평원이 병·의원,약국의 과당·부당청구에 대해 부실심사의 허점을 계속 드러낸다면 존립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 이는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이자 자칫 ‘심평원 무용론‘으로도 파급될 수 있는 것이다.

건보재정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심평원의 심사기능은 어느때보다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부실심사는 건보재정의 파탄과도 직결된다. 그래서 심평원의 심사기능은 국민세금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숭고한 것이다.

보험공단이 심평원의 심사기능에 불만이 있다고 있다고 해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자체심사 시스템(데이터마이닝)을 마련하는 것에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

앞서 보험공단은 보험자로써 심평원의 심사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협조·공조해야 하는 게 우선이다.

무엇보다 심평원은 법으로 규정된 엄연한 국가조직이다. “심평원에 (심사기능을) 맡길 수 없다”면서 보험공단이 별도의 심사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비효율적이고,‘월권적’이기까지 하다. 서로 공조하고 보완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래도 약자인 국민이 믿고 의지할데는 심평원 밖에 없지 않은가.

신임 강윤구 이사장의 부임을 계기로 심평원은 불신을 받고 있는 심사기능을 전면 재수술해신뢰받는 기관으로 하루빨리 거듭나야 한다.

그렇지않으면 심평원의 ‘심사기능 무용론’은 ‘심평원 무용론’으로 점차 강도높게 파급될 것이다. 시간이 많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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