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오지혜 기자] 현행 병원 중심 체계가 의료비 증가를 부채질하는 주범으로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세대 보건대학원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공동으로 조사한 '의료 개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질병 구조가 만성질환 위주인 인구 고령화 시대엔 병원 중심 체계가 불필요한 입원을 늘려 의료비가 많아지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와 의사협회 등 일부 의료계는 인구 고령화가 의료 체계와 직결되기 때문에 병원 중심 체계를 버리고 지역사회 중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개선점을 제시했다.

의료비 증가 원인으로 과도한 의료 이용 심화, 의료인력 및 의료질(質)의 적정성 확보에 대한 어려움도 꼽혔다.

◆건보 관리 의료서비스 가격,시장 아닌 정부 결정… "의료 과잉 초래"

건강보험제도에서 제공되는 의료서비스 가격은 시장에서 정해지는 게 아니라 보험자와 공급자가 협상을 거쳐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의 심의를 거쳐 결정되는 관리된 가격이다.

이렇게 결정된 가격은 의료공급자와 보험자에게만 큰 영향을 끼칠 뿐 의료소비자인 환자에게는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환자는 보험자가 결정한 가격에서 약간의 본인부담금만 내고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이런 가격엔 무관심해질 수밖에 없고, 과도한 의료 이용만 심화된다는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의료 이용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외래와 입원에서 최고 수준이다.

이런 까닭으로 의료시설의 과잉 공급 현상이 초래될 수 있고, 의료기관들은 정부 관리 가격에 벗어날 수 있는 비급여 항목(고가 장비 포함)을 늘려 환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병상 수와 의료인력 간 부조화

국내 의대의 입학 정원은 관리되고 있으나,병상 수는 전혀 관리되지 못해 병상 수와 의료인력 간의 부조화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2년 전부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실시로 간호인력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지만,간호대 입학 정원이 비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을 뿐 아니라 면허간호사(RN)만을 인정함으로써 간호인력의 부족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의료질 개선도 과제다.

의료계에선 의료질의 경우 의료수가, 의료기술 발전, 의료기관 명성 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경영적 판단과 적정한 질 확보를 위한 정부 의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많은 병원들,환자 안전위한 ‘의료기관 인증제’ 외면

우리나라는 의료질의 유지를 정부기관(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평가 기능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의료계에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자 안전을 위한 핵심적 장치인 ‘의료기관 인증제’마저 많은 병원들이 외면해 의료질 적정 확보가 어려운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규식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정부는 의료정책에 대한 투명성 및 탄력성이 미흡하기 때문에 의료비 관리도 제대로 안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의료비 증가 속도를 기록하고 있다”며 “의료 체계는 병원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해 환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건의료정책이 건강보험정책 위주로 추진되면서 상대적으로 건강생활습관, 건강증진, 질병 관리 등 예방적 성격의 의료 관리정책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 이런 점에서 건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의료보장제 기반이 되는 의료인력, 시설, 장비 등 의료 공급에 대한 총량과 구조(분포), 질적 관리 등을 아우를 수 있는 정책(예방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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