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린 보람은 직원들과 함께 나누고 개인적인 부담은 철저히 자신이 짊어진다'

한미약품에 근무할때 故 임성기 회장을 가까이서 보필했던 필자는 요즘 다시한번 재직 당시 임 회장과의 추억이 떠올랐다. 거액의 상속세 납부를 앞두고 있는 유가족들이 최근 한미사이언스의 배당을 보고 '역시 회장님에 그 가족!'이란 생각이 스쳤다. 

최근 한미사이언스가 "보통주 1주당 2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할 것”이란 공시에 필자는 내심 깜짝 놀랐다.  200원이라면 예년 수준의 현금배당이다.

한미사이언스는 2018년부터 3년 째 똑같은 규모의 현금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미약품 오너 일가가 엄청난 상속세(4500억원 가량)를 납부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배당을 실시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런 관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업계에선 지난해 8월 고 임성기 회장 별세 후 한미약품 후계 구도와 수 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속세 마련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임회장이 별세한 후 7개월, 한미사이언스가 공개한 고 임 회장의 주식 상속 내용에 따르면 임 회장의 한미사이언스의 주식 2307만주(지분율 34.29%) 가운데, 부인 송영숙 회장에게 30%, 한미약품 사장인 임종윤, 임주현, 임종훈 3남매에게는 각각 15%씩을 상속했다. 유족들에게 상속된 주식의 평가액은 지난 2일 종가 기준 1조769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임회장의 주식을 상속받은 4명의 오너 일가는 최고 세율 60%가 적용된 총 4500억원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엄청난 금액이다. 한미사이언스가 오너 일가의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대규모 배당을 실시할 것이란 관측도 이런 거액의 상속세 때문이다.

유가족들이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대규모 배당이란 쉬운 길을 가지 않은 것은 대주주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임 회장의 유가족들이 관행처럼 생각하던 배당잔치에 편승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은 필자에겐 신선한 충격이었지만, 한미약품 근무 시절에 "개인적인 부담은 철저히 자신이 짊어진다"는 故 임 회장의 '인생 철학'을 돌이켜보면 '그럴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했다.

임회장은 가족들에게 '상속세를 배당금으로 해결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을지는 모르겠지만, 필자는 고 임성기 회장은 공사가 분명하고 눈 앞의 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않았던 분으로 기억하고 있다.

2003년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위치한 한미약품 중앙연구소 건설이 한창일 때였다. 연구소는 경부 고속도로변 커브에 위치해 있었다. 주변에 건물이 없어 옥상간판 설치에 최적의 장소였다. 광고비도 가장 비싼 위치여서 설치 후 건물이 완공되기도 전에 설치비를 다 뽑아낼 수 있을 만큼, 광고효과가 뛰어났다. 또 한미약품 자사 건물로 허가에도 문제가 없었다.

홍보 담당 임원으로 현장을 답사한 후 임회장에게 보고하면서 옥상광고간판 설치를 강력하게 건의했다. 그 당시 다른 제약사들은 건물을 임대해서라도 고속도로 주변의 광고간판 설치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였다.

보고를 받은 임회장은 "상업적인 옥상 광고간판은 연구개발(R&D) 중심인 한미약품의 위상에는 어울리지 않아. 대신 건물 벽면에 '한미약품 중앙연구소'라는 글자만 달도록 하지"라고 제안했다. 

임 회장은 기업 이미지를 위해 수십억원에 달하는 광고효과를 포기한 것이다.

2002년 6월 한미약품의 자회사인 한미전두유가 전(全)두유 ‘콩두’를 출시했을 당시의 일화 한토막.

국내 최초로 비지 없이 콩 100%를 갈아 넣어 만든 두유였다. 약간의 염분만 추가했을 뿐 설탕이나 감미료 등 아무것도 넣지 않아 맛이 없었다. 주변에서는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단맛을 추가할 것을 수차례 건의했으나 콩 이외에는 아무것도 안 들어 가야 한다는 임회장의 고집을 꺾진 못했다. 국민 건강을 생각한 결정이었다. 회사 이익만 생각했다면 그럴 순 없는 일이었다.

지난 2016년 1월 고 임성기 회장은 1100억원 상당의 주식 90만 주를 한미약품 전 직원에게 무상으로 내놓았다. 땀 흘려 일한 임직원들에 대한 격려 차원이었다. 이 때도 회사 주식이 아닌 개인 주식을 흔쾌히 쾌척했다.

이번에 송 회장과 3남매가 받게 되는 배당금은 총 35억원가량. 상속세를 내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거액의 상속세를 어찌내든, 이번 유가족들의 배당을 보면서  '역시 회장님의 가족들이구나!'라는 존경심이 우러났다.

필자는 '선대 임성기 회장의 올곧은 신념이 유족들에게도 이어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젖으며, 잠시나마 옛 직장인 한미약품의 밝은 미래를 그려봤다.<올리브애드 대표ㆍ전 한미약품 홍보이사> 

                                       이정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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