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했던 조치들에 대한 책임 문제가 다시 한 번 고개를 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해 정보당국에 “90일간 조사한 후 다시 보고하라”고 지시한 이후의 일이다. 중국 우한 기원설에 무게를 두고 있는 이번 지시에 중국이 발끈하며 양국 관계가 날카로워지고 있지만 언론이나 미국인들은 트럼프가 집권 시절 그가 취한 부적절한 조치를 상기하면서 불편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며칠 전 중국 우한 연구소 유출 주장을 다시 들고 나왔으며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중국이 사실을 덮으려 한다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과 중국 편을 든 세계보건기구(WHO)의 신뢰성에 의문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CNN은 28일(현지시간) “전임 행정부와 이번 행정부 모두 바이러스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정치권이 수사 노력을 더럽혔는지 등을 규명하기 위한 투명성 요구에 직면하게 된다”면서 “우한 실험실에서 바이러스가 누출된 것으로 밝혀지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어느 정도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진실을 왜곡하고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맞게 정보를 조작하는 그의 반복된 습관이 어떻게 이 문제와 다른 문제들에 대한 그의 신뢰를 산산조각 냈는지 (알 수 있는)흥미로운 부분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지난해 10월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은 칼럼에서 미국은 거의 모든 단계에서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했다고 지적했었다. 사전에 충분한 경고가 있었지만 코로나19가 닥쳤을 때 효율적인 검사 미비. 기본적인 개인보호 장구 공급 부족 등으로 혼란을 겪었을 뿐 아니라 엄격한 격리와 자가격리 조치, 집중 검사, 접촉자 추적 등에도 실패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코로나19가 수많은 지역 사회에 퍼진 후에야 격리와 자가 격리 조치를 뒤늦게 시행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관한 미국의 통제는 수많은 곳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헛돌았다. 특히 주목할 만 일은 마스크 미착용이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마스크 착용은 효과적인 감염 통제 수단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수단이라고 노골적으로 언급했다. 검사 결과들은 툭하면 지체되고 질병 통제에 쓸모없게 만들었다. 트럼프는 부랴부랴 백신 개발에 발빠르게 나섰지만 개발과정을 정치화해서 대중의 불신을 초래했다.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은 미국은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생체의학 연구 시스템은 물론 엄청난 제조 능력, 최고급의 보건분야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트럼프가 주로 한 일은 전문가들을 무시하고 심지어 폄하하는 것이었다고 꼬집었다.

연방정부는 질병통제 업무를 주정부에 방기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기능은 약화됐고 검사와 정책의 실패를 겪었다. 미국립보건원(NIH)은 백신 개발에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중요한 정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었다. FDA는 과학적 증거보다는 정부의 압력에 반응, 수치스럽게도 정치적 논쟁거리가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문성에 의존하는 대신 충분한 지식이 없는 여론지도자들과 진실을 방해하고 명백한 거짓말을 널리 퍼트리는 사기꾼, 돌팔이들에게 의지했다.

트럼프 자신도 지난해 5월, “무슨 일이 있었다”며 “(코로나가)중국에서 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멈출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대신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위해 음모론을 자주 입에 올리고 추궁하고, 정보와 사실을 조작했다. 그는 또한 자신의 목적(선거)을 위해 코로나19를 정치화했다.

코로나19의 기원이 무엇이든, 일단 미국 땅에 닿으면 태만과 부정의 책임은 정부에 있으며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으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트럼프는 실제로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미국의 대비태세를(고의적이든 아니든) 방해했는데, 이는 그가 중국 정부에 답변을 압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게 중론이다.

그는 재선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중국과 무역협정을 추진하면서 시진핑 주석에게 알랑거렸다. 트럼프는 지난해 초 “중국인들은 매우 열심히 일하고 있다. 매우 잘하고 있다”고 말했고 시 주석에 대해서는 “그는 강하고 날카로우며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반격을 주도하는데 강력하게 집중하고 있다”는 말을 트위터에 올렸다.

많은 미국인들과 트럼트를 비판하는 사람들,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유행 사태에 대한 처참한 역사를 분칠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는 바이러스의 근원을 추적하려는 힘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생명과 돈을 함부로 낭비한 사람은 누구나 법적 결과를 겪어야 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성토한다. 그러나 재임 중 행위에 대해 면책 특권을 가지고 있는 전직 대통령이 법적 책임을 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드물다. 더군다나 그 상대가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가는데 이력이 난 트럼프라면 더 힘들다. 어떤 의도가 있는 지 모르지만 트럼프가 중국 우한 연구소 유출 주장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은 그에게 이득이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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