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서울대의대 일부 교수들이 중심이 돼 한국원격의료연구회(회장 박현애 간호대교수)를 창립한데 이어 서울시의사회(회장 박명하)가 오는 8월 학술대회에서 가칭 ‘원격진료연구회’ 설립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그동안 개업의를 중심으로 줄기차게 반대해오던 국내 원격의료에 대한 연구가 의료인들에 의해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원격의료문제가 국내에서 제기된 것은 이미 10년도 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원격의료가 국내에서 시행되지 못한 것은 의사단체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정책에 끈질기게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이유는 몇가지 있다. 우선 원격의료에 필수적인 정보통신기술(ICT)이 안전성이나 유효성면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의사단체들의 주장이었다.

둘째는 원격의료가 시행되면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더욱 심해져 동네 의료기관들이 몰락하고 현행 1ㆍ2ㆍ3차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ICT장비 사용에 따른 오진ㆍ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자칫 모든 의료사고 책임을 의사가 져야 한다는 걱정도 겹쳤다.

이같은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들은 원격의료를 의료정책의 4대악 중 하나로 규정하고 지금까지 반대로 일관해 왔다. 이러는 사이 세상은 급변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 펜데믹(대유행)은 대면진료를 원하지 않는 의료계나 환자들에게 원격진료의 필요성이 절박하게 다가왔다.

미국은 코로나 펜데믹 선언직후인 지난해 3월 현재 원격진료 인원이 전국민의 13%까지 급팽창했다. 전년 같은달의 0.13%에 비해 거의 100배 가까이 급등했다. 프랑스는 올해 4월 현재 전국민의 20%인 1310만명이 원격의료를 체험했다고 한다. 지난해 한햇동안만 1900만회의 원격의료가 시행됐다고 했다.

미국의 경우 원격의료 인터넷플랫폼의 대표주자격인 뉴욕의 ‘텔리닥’에 연결해 이름과 보험종류 성별 언어 질환등을 입력하면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의사를 선택해 화상 또는 통신진료를 받을수 있을 정도로 원격의료가 일반화됐다. 이 플랫폼 1곳의 정기회원만 무려 7000만명에 이른다. 1회 진료비는 대면진료비의 절반정도밖에 안된다. 의사의 입장에서는 진료시간 단축과 진료환자와 수입증가, 환자입장에서는 원하는 의사로부터 값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른 ICT장비와 새로운 기술개발 및 신산업의 등장으로 인한 고급인력의 수요는 또 다른 세계를 예고한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그랜드뷰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원격의료 시장규모는 코로나대유행 2년째인 올해부터 연평균 22.4%씩 성장해 2028년에는 3000억달러(약 33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의료계가 원격의료에 관한 연구를 주도해서 본격화하겠다는 소식은 이참에 나온 것이다. 한국의 의료와 ICT 기술은 세계가 인정하는 최선진수준이다. 의료계가 원격의료 시행을 주도한다면 원격의료 선진국의 대열을 넘어서 세계의 원격의료계를 이끌어 나갈 것으로 확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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