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가 운영하는 이사회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제약사의 경우 대표이사가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사례도 목격되고 있다. 특히 경영진을 견제해야 하는 사외이사 가운데 회의에 참석하지 않거나 회사 측 원안대로 찬성하는 '거수기' 역할이 도를 넘고 있다. 

이사회는 회사의 주요 현안을 다루는 의사결정기구다. 기술 도입이나 대표이사 선임과 해임, 공장 신ㆍ증설 등 회사 운명과 직결된 다양한 안건을 논의하고 결정한다. 기업과 주주의 이익을 위해 최고의 선택을 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다.

본지가 올 1분기 제약사 81곳의 사업보고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 1분기 총 792개 안건이 다뤄지고 통과됐다. 한 곳 당 9.7건이다. 이 가운데 비상장인 영일제약은 한 번도 이사회를 소집하지 않았다. 반면 에스텍파마는 무려 73건을 처리해 대조를 보였다.<표 참조>

모 제약회사의 이사회 표결 결과 [사진=해당 제약사 이사회 자료 캡처]

◇이사회는 여전히 예스맨(?)…792개 안건 중 부결은 고작 1건

이사회의 심각한 문제는 의결 과정의 무력화된 '견제'다. 792개 안건 중 영진약품에서 유일하게 1건이 부결됐다. 백분율로 환산하면 0.12%다. 영진약품은 1분기 17건의 안건을 심사했다. 이 가운데 '임원급 이상 단위부서의 조직변경' 건에 대해 이사 5명 중 사내이사 2명은 예상대로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사외이사 3명이 모두 반대해 부결됐다.

권오기, 송창준, 박상호 사외이사는인건비 증액, 관리조직 규모, 인원증가 및 인건비 문제를 지적했다. 회사의 녹록지 않은 경영상황을 고려한 외부 전문가의 당연한 의사 표시였다.

이 한건을 제외하고 791건은 모두 특별한 견제없이 회사 측 원안대로 통과됐다. 다수결이라는 의사결정 방법에 대한 의미가 후퇴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과 안건 중 사내ㆍ사외이사를 막론하고 반대의사를 표시한 사례는 없었다. 사측에 경도된 이사회의 현실이다. 

조아제약 CEO,이사회 불참유유제약 회장은 4번 중 한번 참석

조아제약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아버지 조원기 회장과 아들 조성환 부회장은 7개 안건을 심사하는 동안 한번도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신규차입과 자신들의 거취를 결정할 대표이사 선임, 베트남 현지법인 증자 등 주요안건을 다룬 회의였다. 그럼에도 안건 모두 '올패스'했다. 지금은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유유제약 유승필 전 대표이사 회장의 이사회 참석률도 25%였다.

이사 중에서 회의에 모두 불참한 사례도 있다. 삼성제약 사외이사 김우진, 일성신약 사외이사 손창완, 제일약품 사외이사 정병도, GC녹십자 사내이사 임승호, 광동제약 사내이사 천세영 씨 등이다. 참석률이 저조한 경우도 여럿 있다. 고려제약, 삼일제약, 일성신약, 제일약품의 경우 사외이사 참석률이 업계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대부분 제약회사는 이사회 참석 여부와 개인별 안건 찬반여부를 보고서에 투명하게 공개한다. 하지만 비공개 처리한 곳도 적지 않다.

삼아제약, 진양제약, JW중외제약, CMG제약, 위더스제약, 환인제약 등은 회의 참석률과 안건 찬반율을 모두 비공개하거나 사외이사만 공개하고 사내이사는 비공개로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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