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켄달 스퀘어에서 바이오테크 기업으로 성공한 한인들이 있어 이 곳으로 진출할 국내 바이오 벤처의 모델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제노스코는 유한양행의 표적항암제 ‘레이저티닙’을 개발한 기업으로 명성이 높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스턴 바이오 생태계의 역사와 시사점’ 브리프를 발행했다.

보스턴 바이오생태계(Biotech ecosystem)는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생명과학 클러스터 및 허브로 1000여개 이상의 바이오테크 기업들과 연구소, 병원, 대학교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켄달 스퀘어(Kendall Square)는 ‘지구에서 가장 혁신적인 1마일 스퀘어’로 불릴 정도로 바이오테크 산업의 실리콘밸리다. 이 곳은 최상위 의료기관 및 하버드, MIT 같은 대학의 인적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어 인재육성과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고 실현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 미국지사는 한국의 유망 기술의 미국 내 성공적 런칭을 위해 자체적으로 산업계 및 학계 재미한인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다. 또 재미 한인헬스케어 최고 전문가들로 컨설팅 그룹을 기획하고 외부 컨설턴트 위촉제를 운영해 한국 기업이 미국 시장 진출을 돕고 있다.

진흥원이 발표한 성공한 한인 기업인은 제노스코 고종성 대표와 파스트 손광민 대표다.

제노스코(Genosco) 고종성 대표

오스코텍 자회사인 제노스코는 3세대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표적항암제인 ‘레이저티닙’을 개발해 2015년 유한양행에 기술을 이전하였고 이후 유한양행은 2018년 얀센과 최대 12억 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이룩했다.

제노스코를 설립한 고종성 대표는 2008년 10월에 한국화학연구원(KRICT)을 퇴직하고 미국 보스턴으로 진출했다. 그는 보스턴으로 오기 전에는 LG 생명과학(LG화학)에서 12년 동안 신약연구소장에 역임하는 등 탄탄대로를 걷던 고종성 대표는 늦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때 보스턴으로 이주했다.

보스턴 진출한 1세대 한국 기업으로 성공을 거두었지만 회사 창립 후 초기 보스턴 내에는 한국인 네트워크 및 한국 기업의 인프라가 없어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2008년 당시 제노스코는 신생 기업으로 실패 위험이 적은 프로젝트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초기 연구 대상 분석 단계에서 세포치료법, 유전자 치료, 중추신경계(CNS) 치료제 연구와 같은 프로젝트는 규모가 크고 다양하여 스타트업이 소화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주로 동물 모델을 이용한 발암인자 연구를 진행했다.

그 후 CJ, 대웅제약, 동아제약, 유한양행과 같은 대기업들과 오름 테라퓨틱스, 인제니아, 브릿지 바이오 등 많은 벤처기업들도 보스턴 바이오생태계에 자리를 잡았다. 제노스코 성공으로 생명과학을 공부하는 한인 박사 및 박사 후 연구원들에게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음을 증명하고 신약개발 관련 정보 나눔을 목적으로 미국 진출 3년만인 2011년에 재미한인바이오산업협의체(KABIC)를 설립했다.

고 대표가 2008년 당시 한국 기업이 많지 않은 보스턴으로 진출을 결심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네트워크로 LG 생명과학 재직 중 알게 된 박사 후 연구원들 중 많은 사람들이 보스턴에 자리를 잡았으며 또 MIT 학과장 및 하버드 대학교 학과장 등과도 이미 친분이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고종성 대표는 보스턴이 지리적으로 유럽과 멀지 않아 추후 글로벌 네트워킹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생명과학 분야 생태계 역사가 깊은 캘리포니아와 비교했을 때 보스턴은 유럽에 약 3000km 더 가깝다. 이런 지리적 이점은 미국 시장 진출뿐만 아니라 유럽 시장으로 진출까지 고려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보스턴을 매력적인 거점으로 만들었다.

2008년 제노스코 설립 이후 현재까지 보스턴 진출 한국 기업이 20개 정도로 늘었기 때문에 10년 후에는 보스턴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최대 400개가 넘을 것으로 기하고 있다.

파스트(PhAST) 손광민 대표

손광민 대표가 설립한 파스트는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손 대표도 보스턴 바이오 생태계 특장점을 잘 활용해 창업한 사례다. 또 제노스코와는 다르게 한국에서 창업 후 미국에 진출하지 않고 미국에서 회사를 설립 해 한국으로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기업이다.

파스트를 설립한 손광민 대표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 과정을 마친 후 연구하던 프로젝트를 아이템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파스트는 이미징을 이용한 영상진단기기 개발 업체로 동적인 영상을 이용하여 균이 가진 특유의 움직임을 분석ㆍ파악하여 각 균류가 보이는 움직임의 특징을 파악하여 균을 분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파스트의 이미징 분류기술은 종래의 기술과 다르게 균을 배양할 필요가 없으므로 시간과 자원을 아낄 수 있다. 예를 들어 환자의 채액 샘플에서 미생물 감염에 대한 검사를 시행할 경우 체액으로부터 균의 분리 및 배양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영상화해 감염의 유무 및 균의 종류를 파악하여 보다 신속하게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그에 따라 정확한 복약에 대한 지도를 하고 항생제 오남용을 막아 내성률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이 회사는 현재 MGH과 Brigham & Women’s Hospital과 협력하여 환자들의 소변과 혈액 샘플을 받아 연구 및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샘플은 병원에서 폐기하기 때문에 별도의 IRB 인증이나 환자 동의서가 필요하지 않아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파스트는 매사추세츠 주 정부가 지원하는 인턴 스폰서십 프로그램에 가입하여 6개월마다 새로운 인턴을 정부 지원 하에 채용할 수 있다. 이 정책으로 정부의 지원을 통해 인턴을 고용함으로써 고용비용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인턴들은 정부 지원이라는 안정적인 수입과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수 있으며 주 정부도 차세대 과학자들과 경쟁력 있는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을 양성할 수 있는 선순환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

손광민 대표는 제노스코의 고종성 대표와 같이 보스턴 바이오생태계의 가장 큰 특장점은 폭넓은 인재 네트워크와 인프라라고 말한다. 최고의 병원들과 협력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주 정부의 다양한 지원을 받으며 주변 대학에서 우수한 인재를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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