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보건의료 분야 연구를 데이터 중심의 과학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꾸준한 투자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5일 ‘글로벌 보건산업 동향 보고서’에서 중국 의료분야 연구는 정책 당국과 국립바이오정보센터(CNCB), 중국자연과학재단(NSFC), 글로벌 디자인 센터(NGDC) 등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정책과 자금지원, 학제적 연구에 친화적인 학계의 분위기 등을 기반으로 컴퓨터와 기계공학에 기초한 데이터 중심의 과학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중국은 연구성과나 투자금 측면에서 이미 미국을 추월하고 있지만 데이터의 품질이나 관련 규제 측면에서는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은 것으로 평가했다.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데이터 공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중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의료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정책적 노력에 초점을 두고 있다. 국립바이오정보센터(CNCB)를 중심으로 오픈데이터플랫폼을 구축하고 코로나19와 관련된 흉부 X-레이 사진을 비롯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여 전 세계의 연구진들과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다. 또 중국 국립보건위원회나 교육부는 의사들이 AI나 정보과학 분야의 전문가들과 공동연구를 장려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중앙정부는 중국의 의료 연구를 컴퓨터와 기계 공학에 기초한 데이터 중심의 과학으로 전환시키기 투자를 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특유의 학제적 연구 분위기는 이러한 의학적 전환에 가속도를 더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으며 공공분야나 학계는 물론, 민간 영역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1년부터 시작된 제 12차 5개년 계획이 진행된 이후 의료 정보화 분야에 중국 정부가 투자한 금액은 100억 위안(15억 달러)를 상회하였으며 2010년부터 AI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자연과학재단(NSFC)이 AI 분야에 투자한 금액도 2006~2010년의 46억 달러에서 2016~2020년에는 196억 달러로 3배 이상 증가했다. 2000~2017년 기간 중 매년 17%씩 증가한 이러한 연구비 투자 결과, 중국과 미국의 R&D 투자 격차는 빠르게 축소되었는데 미국과학재단(NSF)의 2019년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R&D 투자 금액에서 미국을 추월했다.

                             주요국 컴퓨터과학ㆍAIㆍ바이오엔지니어링 분야 논문수 비교(단위 1000건).[그림=한국보건산업진흥원]

딥 러닝 진단 기술로 원격진료 확대

2017년 구글이 개발한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 Go)가 가장 어렵고 추상적이라고 생각했던 바둑 분야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이긴 이후 중국에서 AI에 대한 인식이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에 의한 사망률 예측을 딥러닝 기술을 적용하여 예측하는 연구가 제시되는 등 질병 진단 분야에서 정확성을 개선하는 작업들이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 국립바이오정보센터(CNCB)와 국립유전체데이터센터(NGDC)가 2019년에 설립되면서 중국의 유전체 관련 연구가 본격화 됐다.

중국의 CNCB나 NGDC는 광범위한 유전체 관련 데이터를 축적, 관리 및 처리함으로써 80년대 초반에 설립된 미국의 젠뱅크(GenBank)나 유럽의 유럽 뉴클레오티드 아카이브(European Nucleotide Archive)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CNCB와 NGDC는 2021년 1월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체, 뉴클레오티드 및 단백질 염기서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코로나19의 염기서열, 관련 질병 데이터, 유전자 변이형 데이터를 발표하는 등의 가시적 성과를 제시했다.

현재 중국 정부와 관련 연구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컴퓨터에 의한 질병 진단 분야에서 강력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딥러닝 기반의 진단 기술은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의 의료 시설 부족 상황을 타개할 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시간이 부족한 의료진들을 직접 만나거나 멀리 떨어진 병원에 방문할 필요 없이 AI 기술에 기반한 진단을 받을 수 있게 하고 항생제나 진통제와 같은 기본적인 처방을 하는 등 원격지에 대한 의료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허베이성에 위치한 중국 최대의 AI 기업 아이플라이텍(iFLYTEK0은 중국 전역에서 사용되는 AI 의료 지원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했으며 이를 통해 매일 중국 내 3만여 개의 의료기관에 40만건 이상의 의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알리바바, 텐센트(Tencent), 바이두(Baidu)와 같은 거대 기술기업들도 최근 수년 동안 AI 기반의 헬스케어 진단 도구들을 개발하고 있는데 바이두의 경우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사람들의 동선을 추적하는 AI 기반 플랫폼을 개발하여 지역의 질병 대응과 사전 준비를 가속화하는데 기여했다.

관련 연구자들에 대한 자금지원도 활발하여 NSFC는 물리학과 정보기술 및 AI, 바이오의료 등의 광범위한 협력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부서를 만들어 2020년 중 285억 위안의 연구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와 학계의 적극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민의 개인 정보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장치를 강화하는 제도가 2021년 9월 1일에 효력을 발생할 정도로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미비한 상태다.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중국의 개인 정보 보호 관련 법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경제 발전 및 국가 안보와의 균형을 모색하는 유럽의 개인정보보호규정(GDPR)과 유사하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개인 정보를 시민의 소유가 아닌 국가가 소유한 일종의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다양한 생체정보 및 유전정보를 강제로 수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유럽의 GDPR과 커다란 격차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 규모와 재능있는 AI 연구원들에게 경쟁력 있는 임금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감안할 때 미국이나 유럽 수준의 혁신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단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중국의 젊은 연구자들의 빠른 지식 습득 능력으로 미국이나 유럽과의 지식 격차는 빠르게 축소될 것으로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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