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약품의 인공임신중절약품인 '미프지미소'<사진>의 연내 허가 여부가 안갯속으로 불투명해지고 있다.

미프지미소의 국내 도입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개최한 전문가 자문 회의가 의료계의 반발로 무산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달 24일 미프지미소의 처방 범위, 권한 등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전문가 자문 회의를 개최했지만 산부인과계의 반발로 회의는 시작 30분 만에 깨졌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이 내려진 후 합법적인 낙태 범위 등을 명시한 대체 법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낙태약을 도입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의료계의 입장과 "법 개정 없이도 약물 도입이 가능하다"는 정부의 입장이 서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일단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는 약물을 포함한 낙태도 포함돼 있어  형법이 개정돼야 약물 낙태가 도입이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미프지미소 허가와 관련해 허가 신청이 들어온 의약품 심사 과정이 반드시 형법 개정을 전제로 진행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긴 해도 현재 입법 공백아래에서 임신중절의약품 허가는 행정 절차상 하자가 있어 불법이라고 강하게 맞서고 있다. 그러면서 "이를 허가하는 것은 불법 의약품에 수입 특혜를 부여하는 식약처의 직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낙태죄를 먼저 정리하고 절차상의 하자가 개선된다면 논의에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이때문에 식약처와 의사회의 입장이 상반돼 당분간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식약처는 허가 과정에 문제가 없어 강행한다는 입장이어서 산부인과의사회와의 일촉 즉발의 충돌도 예상된다. 더구나 식약처는 미프지미소 처방 권한을 산부인과 전문의에게만 하지 않고 다른 의사들에게 처방권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산부인과의사회와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식약처는 미프지미소의 허가와 관련해 가교임상 면제 여부도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가교임상은 글로벌 임상시험까지 마친 약을 국내에 도입할 때 내국인을 대상으로 효과가 있는지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절차다.

미프지미소의 가교임상 논란, 식약처 강행 속 의사회 반발로 난항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의약품이어서 국내 도입 시 가교임상 면제가 가능한데, 식약처는 지난 9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으로 가교임상 면제를 검토하는 절차를 거쳤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이에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이다. 여성 건강을 위해서는 미프지미소의 가교임상은 필수요건이라는 주장이다.

미프지미소는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 200mg 1정과 미소프로스톨(Misoprostol) 200ug 4정으로 구성된 '콤비팩' 제품이다. 자궁 내막을 얇게 만들어 초기 임신 유산을 유도하는 기전으로 작용한다.

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만약 임신 첫 삼분기에 미소프로스톨에 노출될 경우 기형 위험 확률 발생이 약 3배 크다. 특히 이 약에 태아가 노출될 경우 뫼비우스 증후군, 양막 띠 증후군, 중추신경계 이상과 관련한 기형이 발생할 수 있어 여성과 태아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다른 나라들에서는 미페프리스톤 단일제를 사용하고 미소프로스톨을 함께 쓰는 경우가 드물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대약품은 지난 7월 미프지미소의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내부에서는 숙원사업인 낙태약의 국내 도입이 여의치않자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게다가 산부인과의사회의 눈치도 봐야해 '2중고'를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식약처는 강행 태세다. 지난 9월 중앙약심에서 미프지미소의 가교임상 면제를 자문받았다. 당초 이달까지 품목 허가 등을 처리하려다가 자료 제출 검토에 들어가 심사 처리시기가 다소 미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프지미소의 국내 허가를 둘러싼 사회적인 공감대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이 미프지미소의 품목 허가가 성급하다는 지적을 한데다 임신중절약의 경우 종교계와 여성계도 이해관계가 맞서고 있다.

한편 미프지미소는 현대약품이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로부터 한국 내 판권 계약을 체결해 도입을 추진 중인 경구용 임신초기 중절약이다. 지난 30년간 76개국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지난 2005년에 세계보건기구(WHO)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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