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형 임상시험(DCT)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임상시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한국, 일본 등서 DCT 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로 원격 의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DCT가 가능한 상황이지만 일부 업체에서 전자 동의서 활용 정도의 낮은 수준이다.

분산형 임상의 대표적 예는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이다.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에서 스마트폰을 활용, 12주 만에 3만명의 분산형 임상 대상자를 모집했다. 또 스마트폰으로 임상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구현해 환자들의 의료기관 방문을 최소화했다. 일본은 분산형 임상시험을 확대시키기 위해 2022년도에 임상시험에 관한 규제 재검토에 들어갔다.

전 세계 65개 임상이 DCT 활용…2018년의 2배 

미국 아이큐비아(IQVIA) 조사에 의하면 2020년에 세계에서 행해진 4000여개의 임상시험 가운데 65개 임상이 DCT를 활용했는데 이는 2018년의 2배다. 특히 DCT에서 중요한 원격 진료는 글로벌 빅파마 50개 기업 중 80%가 임상에 활용하고 있다.

DCT는 병원에 방문해야 가능했던 많은 부분을 모바일, 웨어러블 기기 등 IT로 대체한 것이 핵심이다. 환자 모집에서부터 진단, 임상데이터 수집, 모니터링, 처방에 이르기까지 일부 혹은 상당 부분에 원격 시스템이 적용된다. 환자는 모바일, 웨어러블 기기로 자신의 상태를 보고하여 의료기관 방문이 줄고 기존 임상보다 시간·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제한으로 DCT 활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일본에서도 2020년 이후 CRO 등을 통한 서비스 제공이 활발해지고 있다. 임상개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 메디데이터 솔루션(Medidata Solutions)에 의하면 이 회사의 전자 환자 보고 결과(ePRO)시스템을 도입한 일본 임상은 2017년~ 2020년까지 3배가 늘었고 도입 업체도 3.5배 증가했다.

한편 DCT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면 신약개발 능력이 저하되거나 글로벌 임상에서 제외국가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일본 정부도 종전의 임상시험 규제를 재검토하여 DCT 보급에 나서고 있다.

일본, 원격 동의서 등 임상 관련 규재 재검토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 규제개혁추진회의에서 임상과 관련된 규제 재검토로 ▲비대면ㆍ원격진료에서의 설명ㆍ동의 취득에 관한 가이드라인 ▲시험약의 직접 배송 ▲방문 간호 활용 ▲임상 신고 절차 간소화 등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임상 피험자에 대한 설명과 동의서를 서류로 받지만 비대면ㆍ원격 동의가 금지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일본 내 임상에서도 비대면 동의서가 도입된 경우가 있지만 실시 요건이나 유의점 등이 명확하지 않아 업계에서는 임상시험 관리기준(GCP) 명확화를 요청했고 후생노동성은 해외 상황 등을 감안하여 가이드를 책정할 예정이다.

임상 시험약 배송은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 임상시험 관리기준(ICH GCP)과 마찬가지로 시험 의뢰자(제약사)가 시험실시 기관에 전달하고 시험기관에서 관리하도록 정해졌다. 현재는 시험실시 기관과 계약한 배송업자가 피험자 가정에 시험약을 배송하는 것이 인정되고 있어 후생노동성은 해외 상황을 조사한 후 의뢰자의 직접 배송을 인정할 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방문 간호 활용 방법에 대해서도 검토가 진행된다. DCT는 자택에서 참가하는 피험자에 대해 검사나 복약 관리를 위해 방문 간호를 활용하지만 간호사 등 인력 부족으로 일본은 규제 완화책으로 외부 전문인력을 지원하는 임상시험실시 지원기관(SMO) 소속 간호사 활용을 모색할 예정이다.

참고로 2011년 12월 일본 규제개혁추진회의 ‘규제개혁 실시사항’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피험자에 대한 설명과 동의 취득을 비대면·원격 가이드라인 수립(2022년 완료) ▲시험 의뢰자가 피험자에게 시험약의 직접 배송 검토(2022년 내 결론) ▲임상 시설 이외 간호사 방문 활용(2022년 상반기 확정) ▲임상시험 신고서를 메일로 제출한 경우, 나중에 종이나 전자 매체 제출 필요성(2022년 봄까지 완료)

국내서도 도입준비 활발…식약처, 가이드라인 개발 착수

국내에서도 분산형 임상 도입을 준비 중이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에 한해 임상 피험자 전화 동의, 임상시험용 의약품 전화 상담 및 처방, 대리처방, 배송 등이 가능한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글로벌 제약사, 국내사, 대학병원 임상시험센터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하고 비대면 임상시험 가이드라인 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아직까지 활발하게 이용되지 못하고 있다. 분산형 임상의 핵심인 데이터 수집, 의약품 배송 등이 가능하려면 규제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원격 의료도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된 제도인 만큼 업계에서도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없을뿐더러 개인정보 보호제도와 임상시험 실시기관 지정제도 걸림돌이다.

한편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13일 GCP 준수 여부를 비대면으로 확인하는 '임상시험 비대면 실태조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을 통해 감염병 확산이나 천재지변 등으로 현장 실태조사 방법이 어려운 경우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이나 원격영상장치 등을 활용해 임상시험에 대한 비대면 실태조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절차 및 방법 등에 관한 세부사항을 마련키로 했다.

"코로나 끝나도 DCT는 대세로 자리 잡을 것"

일본 의학전문지 앤써스뉴스는 메디데이터 솔루션의 모회사인 프랑스 다쏘시스템(Dassault Systèmes)에서 DCT 솔루션 책임자인 안소니 코스텔로(Anthony Costello)에게 전망을 들었다.

Q: 코로나 팬데믹에 의해서 임상시험의 디지털화ㆍ분산화가 진행되었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었는지?

A: 팬데믹 영향으로 임상 시설이 폐쇄되면서 많은 제약사들이 DCT를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을 도입했다. 종래에는 환자가 시설을 방문하지 않고 참가하는 치료 효과 시험은 ‘가상 치료시험’으로 불렸지만 현재는 가상 임상을 포함한 보다 넓은 개념으로서 DCT가 진행되고 있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DCT를 도입한 기업은 환자, 스폰서, 의료 시설에 이점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실제로 이점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DCT는 코로나가 끝나도 임상에서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다.

의료기관 방문 부담을 줄이는 환자 중심주의(Patient centricity)가 DCT의 중요한 이점 중 하나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 대부분은 DCT 요소를 도입하고 있어 이제는 종전의 임상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제 막 시작되었지만 유럽과 비슷한 흐름으로 지금까지 검토 단계에 있었던 다양한 솔루션이 도입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 메디 데이터의 DCT 솔루션 중심인 ‘페이션트 클라우드’(Patient Cloud) 도입이 작년 상반기에 전년동기 대비 약 150%에 달하고 있어 유럽 형태의 디지털 임상으로 바뀌는 추세에 접어들었다. 또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피험자 안전을 확보하면서 임상 중단을 막기위해 각국의 규제 당국도 다양한 대처를 했다. 이로 인해 종래에 의료기관 방문을 전제로 했던 모니터링 등 오버 사이트 업무가 원격으로 대체 되었다.

Q: 일본에서 메디데이터의 ePRO 시스템을 활용한 임상시험이 3년 만에 3배로 증가했는데 디지털화가 쉬운 분야와 어려운 분야가 있나?

A: 일본에서 ePRO의 활용 실적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ePRO를 활용한 임상을 경험하고 있는 스폰서, 의료 시설,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디지털 임상 도입이 늘어남으로써 메디 데이터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노하우가 축적되기 시작했다고 생각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에서도 인재 채용이 진행될 것으로 생각된다.

ePRO 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지만 임상설명, 피험자 동의, 커뮤니케이션, 모니터링이나 임상 감사같은 오버사이트 프로세스 과제가 있다. 일본에서는 원격 의료, 온라인 진료가 아직 실시되지 않고 방문 간호 경험이 있는 간호사나 임상 경험이 있는 간호사가 적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다.

일본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원격진료가 임상에 도입되고 있지만 본격적 운용은 못하고 있다. 현재 일본 규제는 비대면ㆍ원격에서의 전자적인 설명ㆍ동의 취득(e-Consent)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e-Consent 툴을 사용하는 경우 기존의 종이를 사용한 프로세스와 마찬가지로 내원이나 비디오 면담 등에서 피험자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화상 면담이 보급되어 있지 않은 일본 상황을 고려하면 환자 동의에 대해 내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Q: 일본에서 DCT를 보급해 나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A: 일본은 유럽보다 신중한 일 처리 경향이 있어 실적을 만들면서 DCT 실제 운용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감을 높일 필요가 있다. 

유럽과 일본은 규제 프로세스에서 차이가 있어 유럽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만이 능사는 아니다. 도입과 보급이 하루아침에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선진적 기업이나 디지털화가 적합한 임상을 지원하여 착실하게 이용 실적을 쌓아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Q: 향후 임상에서 디지털화와 관련해 특히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솔루션은 어떤 것이 있나?

A: DCT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임상 결과 수집이 증가하고 센서에 의한 지속적인 환자 모니터링이 가능하여 현재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디바이스가 등장함에 따라 데이터의 종류나 양이 증가하고 있고 데이터 전송속도도 빨라지고 있어 센서나 모바일 디바이스에 대한 수요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다만 센서나 모바일을 이용하는 방법은 데이터 관리와 모니터링 형태에 또다른 숙제를 만들고 있다. ePRO나 웨어러블 센서와 같이 직접 데이터가 디바이스로부터 수집되는 경우, 기존의 소스 데이터 검증이나 리뷰는 대응할 수 없어 데이터 품질관리를 진화시키는 것이 필요 불가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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