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의약품 배송에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새로운 유통질서가 자리잡혀 가고 있다.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의약품 주문이 가능한 미국의 경우, 원격진료 서비스 시장 성장과 함께 처방전 주문, 약품 리필, 배송 서비스 사업 등이 점차 각광을 받고 있다. 약 배달 사업은 미국에서 워싱턴을 거점으로 처방 약 주문 배송을 하는 캐리Rx(CaryRx)와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영업을 전개하고 있는 나우Rx 등이 초창기 시장을 이끌고 있다. 미국에서만 매년 40억 달러 이상 처방 의약품이 주문된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미국서 나우Rx와 손잡고 진출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거점으로 일반의약품과 처방 의약품을 배송하는 스타트업 기업 나우Rx(NowRx)와 제휴하여 혁신적인 처방약 배송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올해 말 전기차 아이오닉 5를 이용한 처방 약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캘리포니아주 2곳을 시작한 뒤 미국 전역으로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나우Rx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이미 큰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 회사의 서비스는 단순 명쾌하다. 이 회사 사이트에서 밝힌 설명에 따르면 처방전을 나우Rx 팀에 보내면 배송에 관련된 상세한 정보 확인과 약값 징수가 끝나면 몇 시간 안에 배송이 완료되는 시스템이다. 또 앞으로 필요한 의약품 배송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설정할 수 있어 편리성이 높다.

나우Rx는 미국 법무부 산하 마약단속국(DEA) 승인을 받았으며 누적 처방 약 배달 실적이 48만7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우Rx도 이번 현대자동차와 제휴함으로써 영업활동에 큰 보탬이 된다. 나우Rx의 공동 창업자이며 CEO인 캐리 브리즈(Cary Breese)는 “자율주행차는 배송비 추가 삭감을 대규모로 추진하기 위한 장기적 전략 비전의 일부”라면서 “현대자동차는 자율주행차 분야에 더해 로봇 공학 및 오토메이션에서도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 최적의 파트너”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도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팀을 총괄하는 김민성 부사장은 “나우Rx와 협업으로 업계의 틀을 넘어 모빌리티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나우Rx는 혁신 기술에 뒷받침된 e-약국이며 독자적인 방식으로 통합하고 있으며 이들과의 제휴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전환하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라고 밝혔다.

이번 ​​제휴로 최대의 혜택을 얻는 사람은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환자 커뮤니티다. 미국에서는 약국을 방문하거나 처방 약을 적시에 입수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수백만명에 이르고 있다. 교통 및 접근 문제 외에도 생명 관련 의약품이 필요한 수백만명의 노인 환자들이 교통수단이 없거나 약국으로 직접 갈 수 없는 사람이 많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해서 많은 기업들이 의약품 배송 분야에서 혁신을 노리고 참여하고 있다.

아마존 무료 배송, 약사와 전화 통화 서비스도 마련

아마존은 2020년 처방약 온라인 유통 서비스 ‘아마존 파머시’를 출범시켜 비대면 의료서비스 시장 공략에 나섰다. 18세 이상의 아마존 고객들은 일리노이, 켄터키, 루이지애나 등 5개 주를 제외한 45개 주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프라임 회원은 무료로 배송 혜택이 있다. 

처음 주문할 때엔 생년월일과 성별, 임신 여부 등과 관련한 정보를 입력하고 의사가 처방전을 직접 앱에 올리거나 환자가 CVS헬스 등에 입력했던 기존 처방전을 이전하면 처방 약을 구매할 수 있다. 또 약품과 관련한 정보는 온라인 셀프서비스 또는 전화로 약사에게 직접 문의할 수도 있다.

환자가 아닌 의사가 처방전을 직접 아마존 파머시에 보낼 수도 있다. 아마존은 “의사가 합법적으로 처방전을 주문한 것인지 아닌지 등을 검증할 수 있는 자체 시스템과 도구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은 지난 2018년 온라인 의약품 유통 스타트업 ‘필팩’을 인수해 이전부터 의약품의 온라인 유통을 준비해왔다.

국내에선 처방 약 주문 서비스 준비 속 반발도 거세

국내에서도 처방 약 주문배송 서비스가 여론이 높아지면서 정부에서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비대면 처방전 조제에만 따로 적용되는 차등수가제 기준을 만들어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의ㆍ약사 단체 등과 보건의료발전협의체를 꾸리고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의견을 듣는 등 제도화 절차를 밟고 있다.

차등수가제는 약사 1인당 하루 조제 건수가 75건을 넘어가면 조제료 등 수가를 차감하는 제도로 무분별한 조제ㆍ진찰로 인한 의료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2001년에 도입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차등수가제는 75건보다 적으면 100%, 75~100건은 90%, 100~150건은 75%, 150건 초과는 50% 수가만 받게 된다. 다만 하루에 75건 넘게 조제해도 법적 처벌은 없다.

현재 국내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로 인한 비정상적인 형태의 배달 전문 약국들이 생겨났다. 예를 들어 서울 서초구에 대면 처방 없이 비대면 처방전만 조제하는 배달 전문 약국이 등장한 데 이어 송파구에도 비슷한 형태의 약국이 생겼다. 서초구 약국은 하루 200~300건씩 비대면 조제약을 처리하여 인근 약국으로부터 큰 반발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의약품은 아니지만 부릉(VROONG)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올해 4월 원격진료 플랫폼 메디버디와 코로나 자가 진단키트 퀵커머스 배송을 위해 전략적으로 협력한다고 밝혔다. 모바일 앱을 통해 코로나 자가진단키트를 주문하면 부릉이 30분 내 퀵커머스 배송을 책임진다. 메디버디는 약사가 설립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으로 모바일 앱을 통해 진료와 처방, 약 조제까지 제공하고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자와 더불어 사후 피임약, 항생제 처방약을 약국을 통해 빠르게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쉬코리아는 지난해 8월 비대면 의료플랫폼 닥터나우와 협약을 맺고 약국이 처방한 의약품을 1시간 배송 서비스를 했다. 환자가 닥터나우 앱을 통해 분야별 의사에게 비대면 진료를 받은 뒤 처방전을 제휴 약국에 전달하면 부릉이 1시간 이내에 책임지는 것이다. 복지부의 한시적 허용 지침에 따라 닥터나우 제휴 약국과 플랫폼 가입회원에 한해 처방약 교부와 수령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이뤄진 서비스를 제공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최근 부릉은 자사가 운영하는 물류창고 내에 배달전문약국을 잇달아 개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물류창고 약국이 문을 열면 기존 약국과 연계가 필요없어 시간과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정부는 처방 약 택배에 대해 국민 편의성을 높일 수 있지만 안전성 확보 등 배송 과정 문제와 처방 약의 경우 약사 복약지도가 필수적인 전문약이 포함돼 있어 복약지도가 생략될 수 있어 장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역 약사단체가 비대면 진료 폐지와 관련 플랫폼 스타트업의 불법 행위를 규탄하는 점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다만 국내 택배 서비스는 실시간 추적 등 물류 처리 IT 기술 수준이 다른 나라보다 높아 제도가 정비되면 처방 약 주문배달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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