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 릴리의 알츠하이머 실험용 약물 ‘도나네맙’(donanemab)이 주요 임상시험에서 환자가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기억손상과 인지능력 감퇴 속도를 약 반년 정도 늦췄다.

도나네맙은 최근 미국에서 알츠하이머 치료를 위해 승인된 ‘레카네맙’(lecanemab, 상품명: '레켐비')이나 ‘아두카누맙’(aducanumab, 상품명: '에듀헬륨')같은 약물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용한다. 이 치료법은 독성 뇌 플라크를 형성하고 오랫동안 질병의 근본 원인으로 여겨져 온 돌연변이 단백질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을 분해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그 과정은 서로 다르다. 레카네맙은 뇌에서 섬유형태로 아밀로이드가 자리잡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반면 도나네맙은 아밀로이드가 섬유화해 플라크로 축적된 뒤에 작용한다.

지난 5월, 릴리는 도나네맙이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17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후기 임상시험에서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약물은 뇌에서 아밀로이드를 효과적으로 제거했으며 치료받은 환자는 위약을 투여받은 환자보다 질병 등급 척도에서 약 35% 더 느리게 감소했다. 릴리는 이 결과에 고무되어 6월 말 이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 신청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17일(현지시간) 릴리는 연례 연구회의인 알츠하이머협회 국제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통해 임상시험 데이터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을 제공했다. 1년 반의 치료 후 도나네맙은 특정 환자에서 질병 진행을 약 5~7개월까지 지연시켰다. 이 결과는 의학저널인 ‘JAMA’에도 게재됐다.

릴리의 신경과학 연구개발 책임자인 마크 민툰은 발표와 함께 FDA에 승인 신청을 완료했으며 연말까지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미국에서 알츠하이머의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기 위해 승인된 의약품은 없었다. 2021년 중반에 바이오젠과 에자이의 에듀헬름이 조건부 허가를 받으면서 상황이 바뀌었지만 상충되는 데이터와 높은 가격을 둘러싼 논란으로 약물 사용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이후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보다 일관된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또 다른 아밀로이드 표적 치료제인 레켐비를 정식 승인받았다.

도나네맙이 승인되면 돌연변이 아밀로이드가 알츠하이머의 주요 원인이라는 유력한 이론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아밀로이드 가설은 다른 실험적 치료법의 많은 실패로 인해 최근 몇 년 동안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릴리는 또한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또 다른 단백질인 ‘타우’의 역할도 조사했다. 이 단백질의 엉킴은 일반적으로 질병이 진행됨에 따라 뇌에서 증가하는데 릴리는 이 단백질 수치가 낮거나 중간 정도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 를 집중적으로 진행했다.

도나네맙은 알츠하이머 환자 중 일부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지만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타우 수치가 높은 상태로 릴리의 연구에 참여한 참가자는 약물의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체 데이터에서 나타났다.

이 연구의 저자들은 JAMA 논문에서 이 결과가 “질병 초기에 아밀로이드 저하 치료를 시작하면 더 큰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썼다.

특히 에듀헬름이나 레켐비처럼 릴리의 약물은 뇌 부종과 출혈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도나네맙이 제공하는 혜택의 정도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릴리의 임상시험에 참여한 3명의 참가자가 뇌 부종과 미세 출혈 등 ARIA(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y, 아밀로이드 관련 비정상적 영상 소견) 부작용 징후를 보이다가 사망했다.

연구진은 “도나네맙으로 진행 속도를 1/4~1/2년 늦추면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치매를 그 정도만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의견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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