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형 약국체인 라이트 에이드(Rite Aid)가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소송에 따른 법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에 몰렸다.

라이트 에이드는 15일(현지시간) 뉴저지 파산 법원에 ‘챕터11’을 신청, 파산 보호에 나섰다.

이 회사는 사업 부진으로 인한 적자 누적에 최근에는 고금리에 의한 이자 부담에 버거워했다.

라이트 에이드가 파산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6월 시점 부채 총액은 약 86억 달러(약 11조6263억원)에 달한다. 올해 7월 발표한 2023년 2분기 이자 지급액은 약 34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배에 달했다. 미국 금리 상승으로 차입금 부담이 커진 데다 리파이낸싱도 어려워지면서 자금난이 악화됐다.

이 회사는 파산 신청과 함께 기업 회생 자문회사인 스타인 어드바이저스(Stein Advisors) 창업자 제프리 스타를 최고 경영 책임자(CEO)에 취임했다고 발표했다. 라이트 에이드는 회생을 위해 금융기관과 34억5000만 달러의 대출에 합의하고 파산 법원의 감독하에 사업을 계속하면서 점포 폐쇄 등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라이트 에이드는 미국 내 17개 주에서 약국 2100점이 있다. 점포 수는 CVS 헬스(약 1만개)와 미국 월그린스 부츠 얼라이언스(약 1만3000개)에 뒤진다. 2015년 월그린스, 2018년에는 미국 2위의 슈퍼마켓 프랜차이즈 앨버트슨스(Albertsons)와 통합경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자금력을 앞세운 경쟁 대기업이 의약품 소매에서 진료 서비스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하는 가운데 라이트 에이드는 간헐적인 점포 삭감 등으로 대응했지만 성장 동력을 얻지 못했다. 여기에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오피오이드 책임을 둘러싼 소송도 큰 타격을 받았다.

미국 사법부는 올해 3월 오피오이드 진통제 처방에 부정이 있었다고 라이트 에이드를 제소했다. 또 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도 소송을 당하고 있다. 라이트 에이드는 거액의 배상금을 지불 해야 할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 소송에 대해서도 파산 법원의 감독 하에 해결점을 찾기 위한 협상도 진행해야 한다.

미국에서 오피오이드 계열 진통제는 기존 약물에 비해 중독 위험이 적다는 이유로 1990년대에 판매되면서 급속도로 사용이 늘었다. 하지만 이후 남용으로 인한 중독자가 속출하면서 처방하는 약국 체인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미국 내 사망자 수는 2021년 연간 10만명에 이르렀고 이 중 대다수가 오피오이드 계열이 차지했다.

오피오이드 문제에서는 CVS와 월그린이 2022년 지자체 등을 원고로 한 집단소송에서 약 100억 달러의 합의금 지급에 합의한 바 있다. 한편, 제약사 퍼듀 파마와 엔도 인터내셔널은 오피오이드 소송으로 파산 신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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