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하얀(32ㆍ여성)씨는 생리때가 되어 퇴근길에 약국에 들러 B사의 친환경소재를 이용한 유기농생리대를 구입했다. 일반 생리대보다 가격이 약 2.5~3배로 다소 비싸기는 했지만 여성에게 해가되지 않는 물질을 사용해 만들었다는 데 끌려 석 달 전부터 애용하게 됐다.

그동안 소비자들의 대부분이 가격, 품질, 서비스만 따져보고 물건을 구입했다면, 몇 년 전부터 기업의 이미지까지 생각하는 소위 ‘윤리적 소비자’가 늘고 있다. ‘윤리적 소비자’는 친환경적인 기업을 선호하거나 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기업의 상품에 불매운동으로 실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또 동물을 대상으로 비윤리적 실험을 하는 화장품 회사나 제약회사에 비난을 가하기도 할 만큼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

스타벅스는 필요한 커피의 일정량을 공정무역 커피로 구매하고 있다. 커피농가에 웃돈을 얹어주되 아동의 교육 등을 보장해서 ‘윤리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커피를 마시면서 뭔가 좋은 일에 기여했다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슈퍼같은 데서 공짜 비닐봉지가 불법이 돼 봉투값을 지불하는 것도 환경보호라는 윤리적 필요성에 공감한 소비자들이 문제삼지 않고 있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광고로 잘 알려진 유한킴벌리의 경우 다른 기업제품 보다 비싸지만 소비자들은 기꺼이 이 회사제품을 사고 있다. 친환경기업이미지에 친근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바람은 제약계에도 불어 잔잔한 변화의 움직임을 일으키고 있다.

일동제약은 ‘환경까지 생각한 유기농생리대’를 표방하는 ‘나트라케어’를 출시하면서 기업이미지도 좋아졌다. 일반생리대보다 가격이 비싼편이라 기업매출에 큰 도움을 주지는 않지만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유한양행의 경우도 의약품은 아니나 친환경을 내세운 주방세제를 내놓아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보령제약은 이달 중 그린캠페인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보령 김성원 상무는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친환경을 생각하거나 유기농제품을 사용하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건강한 아기 건강한 지구’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건 일종의 그린캠페인 활동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일동, 광동, 동성, 유한, 한미, 녹십자, 보령 등 다수의 제약사들은 이미 사회공헌을 내세운 장학사업을 펼쳐오면서 좋은 이미지로 어필하는 부가적인 효과도 얻고 있다.

한미약품의 경우 ‘좋은 의약품으로 좋은 사회를 만들자’는 창업당시의 취지를 살려 적십자나 종교단체 등을 통한 의약품지원사업,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돕는 ‘사진미술관운영’ ‘수필문학상’, 30년째 헌혈캠페인 등을 벌여오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아모디핀(혈압약)이 나오면서 600억원의 보험재정을 절감하는 효과를 얻은 것도 소비자들에게 기여한 의미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녹십자도 1983년 B형 간염백신의 개발로 거둔 기업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의미로 1984년 목암생명공학연구소를 설립했으며, 1990년엔 혈우병 환자들을 위해 3억 3000만원을 출연해 ‘한국혈우재단’을 설립했다. 그밖에 북한 어린이 돕기 의약품 지원, 결식아동 돕기, 노숙자 재활사업지원 등의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윤리적 소비는 제약사들을 비롯한 기업입장에서는 불편한 이슈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격경쟁, 품질경쟁으로 싸고 좋은 제품을 만들기도 어려운 마당에 환경오염과 노동자착취문제, 동물에 잔인한 실험을 하는지 감시하는 소비자 눈치까지 봐야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제약업계에서는 기업의 이미지제고를 위한 이러한 활동들의 필요성은 대부분 공감하면서도 이것을 매출과 연관짓는 데에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모 제약회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보면 매출에도 영향이 있겠지만 매출에 연연해 이런 활동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려다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반감을 일으키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한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예를들어 한 제약회사가 우리는 동물에 잔인한 실험을 하지 않는다고 광고한다면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마케팅에 ‘윤리적인 이슈’를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이 따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메디소비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