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감기약시장에서는 최근 예상밖 소식이 전해졌다. 동화약품의 판콜 패밀리가 53년 만에 부동의 1위인 동아제약의 판피린 패밀리를 매출에서 간발의 차이로 앞섰다는 보도가 전해진 것이다.

동아제약은 '53년 만에 1위 자리를 뺏겼다'는 보도에 발칵 뒤집혔다. 동아제약은 즉각 보도 출처 파악에 나섰다.

사태를 파악해보니 보도의 근거가 된 자료는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 데이터 자료로, 여기엔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

아이큐비아는 지난 1분기 판피린과 판콜 패밀리 매출을 각각 67억2900만원과 67억7900만원으로 산출했다. 같은 기간 판매량은 판피린 패밀리가 373만8203개, 판콜 패밀리가 344만1025개였다. 약국 판매가격은 판피린이 다소 높다. 단순계산으로도 판피린 매출이 높아야 하는데 결과는 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이유는 인상된 판피린 제품 가격이 아이큐비아의 데이터값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아이큐비아의 집계 과실이다.

동아제약에 따르면 판피린 가격은 2017년 9월 도매공급가격이 10% 인상됐다. 이때부터 올 1분기까지 3년 6개월 간 판피린은 인상 전 가격이 그대로 아이큐비아 데이터값에 적용됐다. 42개월간 아이큐비아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고 동아제약도 아이큐비아를 믿고 그냥 지나쳤다.

보도로 뒤늦게 매출 집계 오류를 확인한 동아제약은 아이큐비아 측에 수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아이큐비아는 "과거자료는 회사 방침상 수정이 불가하다"고 고객인 동아제약에 답변했다. 그러면서 "올 2분기 데이터부터 인상된 가격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지난 1분기 '판콜이 판피린 매출을 앞섰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는 아이큐비아의 잘못된 집계한 데이터가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동화약품 판콜에이와 동아제약 판피린Q.

아이큐비아 마케팅 관계자는 "이번 문제는 다빈도 일반약 중에서 판피린이 처음"이라며 "과거 데이터는 수정이 안되고, 2분기 매출부터 인상된 가격으로 데이터가 잡힐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10% 미만의 가격 인상은 적용하지 않고, 해당 제약사의 요청이 없을 경우에도 역시 데이터값에 적용하지 않는다"면서 "아이큐비아는 모든 제품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시장상황을 잘 반영한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있다"며 '유체이탈'적인 궁색한 해명에만 급급했다.

동아제약은 "공급가격 모니터링을 제대로 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솔직히 실토했다. 이후  동아제약은 아이큐비아에 "아이큐비아가 (데이터 기준을) 잘못을 잡았으니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동아제약의 거센 반발에 아이큐비아 측은 결국 동아제약을 방문해 "제품 가격 인상시 모니터링을 해서 반영되도록 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앞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이큐비아 데이터는 제약사가 마케팅을 하는데 중요한 판단자료가 되고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이 인기가 있는지' 선택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줄 만큼 신뢰있는 지표다. 데이터 신뢰는 그야말로 제1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다.

업계에선 이번 '판피린 집계 오류'가 과연 '판피린'에만 국한된 '단순해프닝'인지 심히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큐비아는 패널약국으로부터 거래명세서를 받아 평균값을 내 데이터값에 적용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가격이 업데이트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사태에 놀라워 했다. 그러면서 "업체들마나 가격이 인상된 자사 제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아이큐비아의 데이터에 노골적인 불신을 드러냈다.

저작권자 © 메디소비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