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王회장'이라 불리우며 국내 제약산업의 부흥을 이끈 창업주와 오너 2세가 속속 대표이사직을 놓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있다. 작년과 올해만 5명이 명예회장으로 추대되거나 퇴임해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뗐다.

오랜기간 회사 경영을 맡아온 외부 전문경영인 3명도 작년과 올해 대표이사직을 그만뒀다. 

지난 1959년 신신제약을 창업한 이영수(94) 회장은 지난달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이 명예회장의 자리는 아들 이병기 대표와 전문경영인인 김한기 회장이 맡았다. 이 명예회장은 명예회장 추대 전까지 대표이사를 맡으며 3000개에 가까운 국내 상장기업을 통틀어 국내 최고령 CEO로 이름을 올렸으며 국내 최초로 신신파스를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창업주와 오너2세 등 제약계 원로 5명이 작년과 올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왼쪽부터) 신신제약 이영수 명예회장, 안국약품 어준선 명예회장, 경동제약 류덕희 명예회장, 유유제약 유승필 명예회장, 삼일제약 허강 명예회장]

안국약품 어준선(86) 대표이사 회장도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명예회장에 추대됐다. 어 명예회장은 1969년 안국약품을 창업한 이후 52년간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며 안국약품을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동대표이자 아들인 어진 부회장도 건강 문제로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와 '부자 공동경영'이 막을 내렸다. 현재 대표이사는 동화약품을 거쳐 삼아제약에서 연구개발과 생산 부문 총괄사장을 역임하고 2018년 3월 안국약품에 합류한 원덕권 사장가 맡았다. 이 회사는 올해부터 단독대표체제로 운영된다.

삼일제약 허강(70) 명예회장은 지난 8일 퇴임식을 갖고 제약 현장을 떠났다. 허 명예회장은 창업주인 故 허용 회장의 맏아들로 지난 1980년 삼일제약에 입사한 후 42년간 봉직했다. 2002년 1월 대표이사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후 2004년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고 작년까지 회장직을 수행했다.

삼일제약 경영은 허 명예회장의 아들 허승범 회장과 한독약품, 한국얀센을 거쳐 2018년 영업 및 마케팅 총괄 사장으로 영입한 김상진 대표이사가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앞서 작년에는 경동제약 류덕희(84) 대표이사 회장과 유유제약 유승필(76) 회장이 6월과 5월 각각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류덕희 회장은 1975년 경동제약 전신인 유일상사를 설립 1년 후인 1976년 사명을 경동제약으로 바꾸며 46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류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되고 아들인 류기성 대표가 부회장 단독대표 체제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유유제약은 유승필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추대되며 아들 유원상 대표이사 사장이 단독대표 체제로 이끌고 있다. 유 회장은 창업주 故 유특한 회장의 장남으로 지난 1987년 대표이사에 오른 후 46년간 유유제약을 중견제약사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유 명예회장은 회사 경영고문과 헤이리마을의 문화예술 증진과 후학 양성에 나서며 인생 2막을 보내고 있다.

현재 70~80대 창업주 회장도 7명에 달해

일부에선 은퇴했다가 복귀한 오너 회장도 있다.

지난 1990년 한국콜마를 세운 창업주 윤동한(76) 한국콜마홀딩스회장은 2019년 8월 퇴임한 후 2년여만인 작년 11월15일 미등기 임원인 그룹 회장으로 경영일선에 돌아왔다. 윤 회장은 퇴임 당시 임직원들이 참석한 월례회의에서 정부를 비판한 유튜브 동영상을 상영한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자 전격 사퇴했었다.

전문경영인인 동국제약 오흥주(65)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번 달, 일동홀딩스 이정치 대표이사 회장과 유한양행 이정희 대표이사 사장은 작년 3월 대표이사에서 퇴임했다.

오흥주 부회장은 1989년 동국제약에 입사한 후 2009년 2월 대표이사에 오르며 13년간 4연임하며 동국제약 발전에 헌신했다. 오 부회장은 회사에 남아 부회장직을 계속 수행한다. 이정치(80) 회장은 18년간 유지한 대표이사직을 작년 3월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그만뒀다. 이 회장은 1967년 일동제약 연구원으로 입사한 후 2003년 일동제약 대표이사 부사장을 맡았으며 지주사인 일동제약홀딩스가 2016년 발족할 때부터 대표이사 회장직을 수행했다. 현재 고문을 맡고 있다.

이정희(72) 사장은 1978년 유한양행에 입사했다. 2015년 3월 제21대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 2021년 3월까지 2연임하며 6년간 유한양행을 부동의 업계 1위로 키우는데 한몫했다는 안팎의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사장은 작년 주총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돼 이사회에 참여하며 현재 회사 경영의 주요 의사 결정에도 관여하고 있다.

한편 현재 대표이사로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창업주도 여럿 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 강덕영(75) 회장, 고려제약 박해룡(87) 회장, 한림제약 김재윤(87) 회장, 대우제약 지현석(85) 회장, 삼익제약 이세영(84) 회장, 태준제약 이태영(78) 회장, 환인제약 이광식(75) 회장 등이 대표적인 원로 오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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