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영요? 제약산업은 약사법 등 규제가 다른 산업보다 많아 ESG 경영에 신경쓸 여력이 없어요. 약사법에 위반되면 행정처분을 받는데 (ESG경영이)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난해 상장사 ESG경영(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평가에서 최하 등급 D를 받은 일성신약 관계자는 “제약업계 특성상 합성 의약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ESG경영과 상충되는 요소가 존재한다”면서 "현재로서는 ESG경영을 생각할 겨를 조차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본격적인 ESG경영을 앞두고 있는 중견ㆍ중소제약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대부분 중견ㆍ중소제약기업들의 ESG경영 평가는 기대에 못미치고 있어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가 제공하는 ESG포털서비스에 따르면 주요 상장 중견ㆍ중소제약사 중 C등급을 받은 제약사는 12곳, D등급을 받은 제약사는 7곳이었다. ESG관련 데이터가 아예 없는 제약사들도 20여군에 달했다.<표 참조>

제약사들은 의약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ESG경영이 약사법과 상충되는 요인들이 있고 돈도 부족하고 전담 조직이나 전문 인력도 없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지속가능경영보고서도 만들 수 없어 낮은 등급 평가를 받고 있다.

또 2~3세 경영체제로 들어선 제약계 특성상 지배구조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SG경영 평가가 낮아 기업 이미지가 나쁘고 수출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KCGS에 따르면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 평가 지표로 등급은 S(탁월), A+(매우 우수), A(우수), B+(양호), B(보통), C(취약), D(매우 취약)등 7등급으로 분류된다. C와 D는 ESG경영에 매우 취약한 상태를 나타낸다.

조사 결과 하나제약, 일양약품, 유유제약, 동화약품, 국제약품, 이연제약, 신풍제약, 한올바이오파마, 동성제약, 부광약품, JW중외제약 등 12개 기업이 ESG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다. 상위제약사인 광동제약도 들어있다.

현대약품, 삼성제약, 일성신약, 삼진제약, 명문제약, 에이프로젠제약 등 7개 기업은 D등급을 받아 ESG경영의 최하점을 받았다.

24개 제약사는 아예 등급 자체도 받지 못했다. ESG 관련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경영진이 ESG경영에 도통 관심이 없거나 회사가 전문인력이나 조직 등을 갖출 여유조차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해당 제약사는 알리코제약, 위더스제약, 조아제약, 진양제약, 한국유니온제약, 한국파마, 파일약품, 대한약품, 대화제약, 동구바이오제약, 바이넥스, 경남제약, 삼천당제약, 경동제약, CMG제약, 고려제약, 국전약품, 대한뉴팜, 비씨월드제약, 안국약품, 삼아제약, 서울제약, 신신제약, 신일제약 등이다.

◇19개 기업 중 17곳이  ESG 평가 D등급… '환경'이 가장 취약  

중견ㆍ중소제약사들은 ESG 평가에서 가장 취약한 부문은 환경으로 D(매우 취약)등급이 가장 많았다. 이들은 19곳 중 두 군데만 제외하고 모두 D등급이었다.

지배구조 평가에서도 대체적으로 양호한 등급을 받지는 못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제약업계의 특성상 2세ㆍ3세 의 오너 구조이다보니 지배구조 점수가 낮은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제약사들이 의무 공시 시점 기한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어 준비를 서두르지 않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제약사들은 중견기업으로 분류돼 의무공시 기준 시점이 2025년~ 2030년까지다.

오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2030년부터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가 ESG 관련 사항을 의무 공시해야 한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실제 국내에서 제약사들의 의무 공시 시점 기한은 아직 여유가 있어 준비를 서두르지 않는다"면서 “현재는 ESG의무 이행 전 준비 단계”라고 했다.

                        2022년 국내 중소 제약바이오 기업 ESG 등급 현황.[자료=KCGS]
                        2022년 국내 중소 제약바이오 기업 ESG 등급 현황.[자료=KCGS]

 

저작권자 © 메디소비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