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심 한 쇼핑가내에 있는 A약국. 이곳 약사는 얼마전 한 병원관계자의 제의를 받고 고민에 빠졌다. 조만간 약국 인근에 이비인후과 병원을 개원할 예정이니 병원 내부시설비의 일부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A약국은 “‘우리는 약국 안하면 안했지 그런 거 못 들어준다’고 거절했더니 결국 병원이 들어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약분업이후 약국주변에 병원이 들어설 경우 약국이 병원 내부시설의 일부를 지원하는 사례가 적지않다. 병원이 들어서면 약국 매출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신설 병원과 약국을 연결해주는 컨설팅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한 전문 컨설팅업체는 “병원이 개원할때 인테리어 비용을 약국에서 지원하는 관행은 10년이 넘었고 병원의 80~90%가 주변 약국지원으로 개원한다고 보면 된다”고 지적하고 “병원이 보통 2~3000만원정도 지원받아 인테리어비용의 일부를 충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컨설팅업체는 “필요할 경우 제약업체와 병원과의 연결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병원이 원하면 제약회사를 연결해 매출을 더 올려줄 수 있다”고 한술 더 떴다.

사실 약국이 병원이 개원할때 인테리어의 일부 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공공연한 관행이자 비밀이다. 약사로 일한지 30년이 된 한 베테랑 약사는 “약국을 운영하면서 병원 인테리어 비용을 대주는 후배들을 종종 봤다”고 말했다.

그는 “약사들은 어쩔 수 없이 주변에 병원에 들어서는 것이외에는 별다른 마케팅 수단이 없다보니 병원 입점 여부같은 조건을 많이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일부 약국에서는 병원쪽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도록 권리금조로 지원해주는 경우도 있다.

이는 약국이 병원시설비를 대주고 수익을 내기까지 거의 1~2년이상 걸리는 등 매출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때문이다.

간혹 권리금조로 시설비를 지원했다가 이를 문서화하지 않으면 약국과 병원간 법적분쟁이 발생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이에대해 전문가는 병원이 약국에 대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약국에게 비용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불공정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병원이 약국에게 어떤 불이익을 주었다는 증거가 있으면 민사상 행정처분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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