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발병 여부를 미리 아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될까하는 의문이 일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완전히 역효과를 냈다: 알츠하이머 유전자 검사의 함정’(It totally backfired: The pitfalls of Alzheimer's genetic testing) 제하의 머리기사에서 어머니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한 웬디 넬슨이라는 여성의 경험을 사례로 들며 유전자 검사가 오히려 나머지 삶에 대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논지를 전개했다.

이 여성은 어머니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죽자 자신도 어머니와 같은 길을 걸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자신과 성인이 된 세 딸을 위해 2020년 크리스마스에 ‘23andMe'의 DNA 테스트 키트를 주문했다. 넬슨은 키트로 안심할 수 있기를 바랐으나 최악의 결과를 가져왔다. 그녀는 알츠하이머 위험을 증가시키는 APOE4 유전자 변이를 두 개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장 일반적인 버전의 APOE를 가진 사람들보다 질병 발병 위험이 8~12 배 더 높다.

이 결과는 그녀에게 완전히 역효과를 냈으며 실존적 공포를 느끼게 됐다. 보스턴 소재 생명공학 임원인 그녀는 지적으로 이해했지만 가족들은 정서적 혼란을 가져왔다.

넬슨의 성인 딸 세 명 모두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세 배 또는 네 배로 높이는 APOE4 유전자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조력자살’ 이야기가 나오는 등 가족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첫째는 인지기능을 개선할 방법을 찿아 수면을 조절하고 운동을 하고 있으나 둘째는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막내는 어머니의 결과가 진단이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을 삼는다며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향후 몇 년 동안 넬슨과 같이 가정용 테스트 키트나 병원 등에서 알츠하이머 검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넬슨과 같이 두 개의 APOE4 사본을 가지고있는 사람들은 정서적 위험을 수반한다고 우려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APOE4 검사의 의미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원 서비스는 거의 없다.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검사를 설명하고 심리적, 의학적, 재정적, 법적 결과를 탐색하는 데 도움을 줄 유전 상담사도 부족하다. 미국립보건원은 미국 인구의 최대 25%가 APOE4를 한 개, 최대 5%가 두 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치료제만이 넬슨과같은 사람들의 공포감을 줄여 줄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쉽게 얻어질 수 있는게 아니다. 올 여름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에자이와 바이오젠의 ‘레켐비’(Leqembi)는 연간 2만6500달러의 비용이 들며 임상시험 외에는 메디케어에서 보장되지 않는다. 메디케어는 미국에서 정식 승인을 받으면 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갈지 알 수 없다.

레켐비는 특히 증상이 없는 넬슨같은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설령 자격이 되더라도 APOE4를 두 개 보유한 사람들에게 더 높은 뇌 부종 위험 때문에 효과가 떨어진다.

현재 APOE4를 두 개 보유한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테스트 중인 알제온(Alzheon)의 시험용 알약 ‘ALZ-801’이 있지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활성제인 트라미프로세이트(tramiprosate)의 뇌 침투성 경구용 저분자 화합물로, 전체 환자 집단에서 유의한 결과를 보여주지 않았지만 APOE4/4 환자 하위그룹에서 효능 신호가 관찰됐다.

일라이 릴리의 ‘도나네맙’(donanemab)은 임상시험 중이며 오는 6월까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릴리는 “아밀로이드 뇌반 제거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더 많은 증거가 나오면서 메디케어 가 새로운 알츠하이머 약물에 대한 엄격한 보장 제한에서 후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릴리의 정부 전략 및 연방 회계 담당 수석 부사장인 데릭 아세이(Derek Asay)는 인터뷰에서 “메디케어는 FDA가 승인한 다른 모든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말하는 완전한 보험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미국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MS)는 로이터 통신의 코멘트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이 기관은 이달 초 임상적 이익과 관련된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재고(再考) 사항에 대해 민첩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로이터 통신은 기사의 말미에서 또 다른 한 가족의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알츠하이머의 유전적 위험이 높아진 가족의 일부는 “전혀 모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메디소비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