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원격진료) 시범사업 자문단이 지난주(16일) 박민수 보건복지부차관 주재로 회의를 갖고 정식 출범했다. 자문단은 대한의협 병협 치협 한의협등 관련단체들과 환자단체협의회 한국소비자연맹등 환자단체들이 모두 참여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비대면 진료시범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되리라고 보는 이해당사자들은 거의 없는 듯 하다.

원격의료는 세계적 추세다. 

관련 단체가 예상하는 세계시장규모만 지난 2018년 343억달러이던 것이 앞으로 3년후인 2026년에는 1857억 달러로 5배이상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찍이 원격의료제도가 발달한 미국의 원격진료기업인 텔라닥(Teledoc)은 2008년에 이미 100만명의 유료회원을 확보하고 전화와 화상으로 24시간 진료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2015년에는 뉴욕증시에 상장까지 했다. 이에따라 최근 증시 시황이 좋지 않은데도 지난 주말 시가총액이 41억 달러(약 5조2165억원)에 이를만큼 성업 중이다.

1997년 원격진료를 허용한 일본도 처음엔 암ㆍ고혈압ㆍ 당뇨 등 부분적으로 시작했으나 2015년부터 모든 질환에 대해 전면적으로 확대실시해 지금은 원격의료가 일반화됐고 택배업체인 일본우편은 처방약까지 배달하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병원 이용자수는 4억2700만명(2022년기준)에 이른다. 시장규모가 256억 위안(약 4조3500억원)이라고 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이제야 관련단체와 기관 간에 논의단계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양질의 의술과 정보통신기술만 갖고 있으면 뭐하나. 관련단체들이 자기 밥그릇만큼은 손해보지 않겠다는 욕심 때문에 원격의료에서는 후진국이 됐다.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 원격의료를 통해 진료시장이 확대되면 의료접근성이 좋아져 진료시장이라는 밥그릇이 훨씬 풍성해진다는 사실을 모르는 우물안 개구리식 시각 때문이다.

대한의협은 시범사업에 앞서 비대면 진료사업을 재진중심으로 할 것, 동네병원인 의원급중심으로 할 것,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할 것, 비대면진료를 위한 전담의료기관은 지정을 금지할 것 등 4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대한약사회도 약국의 민간 비대면 진료플랫폼 종속을 막아야 하고 약국의 기존 판매망을 흔드는 플랫폼업체의 약 배송행위를 제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모두가 미래를 내다보지 않고 눈앞의 자기 밥그릇만 챙기겠다는 말로만 들린다. 이래서야 어떻게 한국에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겠는가. 의협과 약사회가 좀 더 눈을 크게 뜨고 세계의 흐름을 직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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