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ㆍ의원 수술실에 보안용 카메라인 CCTV 설치 의무화 조치가 2년동안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되고 있으나 의료계에서는 뒤늦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의협은 관련법안의 유예기간이 끝난 다음 시행당일에야 관련 포럼을 열고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그 부작용을 지적하고 나섰다.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환자모임등 의료 소비자단체에서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원하지 않는 의사나 무자격자에 의한 대리수술로 인한 각종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법안의 내용은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하는 모든 의료기관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하면 수술장면을 촬영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법률을 만든 것은 지구촌 어느나라에서도 볼수 없는 세계 최초의 일이라고 한다. 물론 예외규정도 두고 있다. 응급수술시, 위험도 높은 수술이나 전공의 수련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의료기관장이나 의사가 CCTV촬영을 거부할수 있도록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수술실 CCTV설치는 수술의사의 명예에 큰 손상을 입히는 일이다.

의사들중 93.2%가 이에 반대하고 있는 이유다. 최근 의협조사결과 반대이유로는 의사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인권침해(51.9%)와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라는 인식을 확산시킬 우려(49.2%)가 있다는 이유가 비슷하게 나타났다.

그러면서도 의사들은 대리수술등에 따른 행정처벌로 의사면허 취소등 강력한 조치로 대응하고 형사처벌도 징역형으로 엄벌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의사들의 수술실 일탈행위에 대해서는 강력처벌로 다스리는 대신 CCTV설치는 자율적 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조치가 자칫 전공의 들의 외과의사 기피현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그렇지 않아도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등 필수의료과에 지망하는 전공의들이 드물어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필수의료 체제의 붕괴가 우려된다. 이번 의협조사에서도 당장 수술실을 폐쇄하겠다는 의사들의 응답이 55.7%나 됐다.

의료소비자인 환자의 입장만을 대변한 수술실 CCTV설치 의무화가 오히려 더 큰 후폭풍을 몰고와 필수의료체제 붕괴라는 걷잡을수 없는 피해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의협에도 책임이 있다. 지난 2년동안의 법안 유예 기간동안 뭘 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뒤늦게 대안을 내놓고 의사사회의 여론조사를 실시하는지, 왜 보건당국과 사전협의를 재촉하지 않았는지 스스로 물어 봐야 한다. 

또 지난 2016년 9월 서울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수술을 받던 여성이 과다 출혈로 숨졌을 당시 의사가 수술실을 비운 충격적인 CCTV영상이 공개돼 이 법안탄생의 계기가 됐음도 깊이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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