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신입생정원을 1000명 정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의대 신입생정원 증원은 현재 고교 2학년 재학생이 대학입시를 치루는 2025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적용된다고 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방안을 마련해 이번주안에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렇게 되면 목표연도인 2035년에 추가 의사인력 1만명 양성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의사들의 모임인 대한의협은 이에 강력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전국적인 의사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의대정원을 늘리면 대학입시 준비생들의 의대쏠림 현상이 더 심해져 의대입시열풍이 지금보다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보다는 외과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등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전문의사 지망생 확대방안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의사들의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국내 의료계는 극심한 의사부족 현상을 겪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지방 의료원은 수억원대의 연봉을 제시하고 전문의사를 모시려 해도 어렵다. 이 때문에 지방환자들은 서울 대형병원에 가기 위해 새벽부터 고속버스나 기차를 타고 올라가거나 하루전날부터 서울 대형병원 인근 여관방에서 하루 묵느라 이중삼중의 경제적 부담까지 떠 안는다. 그 뿐인가. 응급환자가 119구급차를 타고 응급병원을 ‘뺑뺑이’ 돌다 결국 사망하는 일도 언론을 통해 심심치 않게 접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전문의사의 절대적인 부족때문에 빚어지는 것이다. 전문의사 증원은 기본적으로 일반의사 수부터 늘리는 것이 순서다. 현재 한의사를 제외한 임상 의사수는 인구 1000명당 2.1명에 그치고 있다. 국제협력기구(OECD)국가 평균 3.7명에도 못 미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오는 2050년 기준 국내에서 필요한 의사수가 지금보다 2만2000명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관련 연구기관에서도 오는 2035년까지 추가로 필요한 의사수가 1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의사 부족현상이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의협은 의대 신입생수를 늘리면 마냥 파업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놀일이 아니다. 진지하게 당국과 협의를 갖고 대안을 내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사수가 늘어날 경우 기존의사들의 밥 그릇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의사수 확대책에 반대해 파업을 일삼는다는 오해만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인력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늘리는 것은 당연하다. 기존 공대생들이나 대입준비생들의 의대 지망 쏠림현상도 당장 한 두해는 발생할지 몰라도 다른 분야에서 과거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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