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퍼(CRISPR) 기술로 만든 실험용 겸상 적혈구 질환 치료제의 미국 내 승인이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1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는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가 원치 않는, 즉 ‘표적에서 벗어나(오프 타깃 Off target) DNA를 절단할 수 있는 위험을 평가하는 고도의 기술적 문제를 논의한 끝에 추가 연구가 필요한 몇 가지 방법을 지적했으나 결론적으로 버텍스 파마슈티컬스의 치료법이 안전하다는 의견을 냈다.

하루 종일 진행된 이날 토론에서는 이례적으로 환자의 줄기세포로 만든 ‘엑사셀’(exa-cel)의 치료 효과에 대해 공식적 의견을 묻지 않았다. 또 투표를 실시하는 대신 일반적인 권고 사항만 요청했다.

자문위는 엑사셀이 심각한 통증과 장기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유전성 혈액 질환인 겸상 적혈구병 환자에게 극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듯했다. 이들은 치료받은 6명 이상의 환자로부터 이 질병의 가장 치명적인 증상에서 벗어났다는 증언을 들었다.

버텍스의 엑사셀 임상시험에 참여한 첫 번째 환자 중 한 명인 지미 올러거는 “유전자 치료 덕분에 제 삶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암 치료 전문기관인 시티 오브 호프(City of Hope)의 세포 치료 담당 부사장이자 위원회 위원장인 타비 아산은 “중요한 것은 이러한 표적 이탈(편집)을 식별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한 강력한 접근 방식이 있었다는 점이다”며 “앞으로 환자를 모니터링하는 데이터를 더 많이 생성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버텍스는 최소 12세 이상이고 통증이 반복되는 겸상 적혈구병 환자에 대한 승인을 FDA에 요청했다. FDA는 12월 8일까지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승인받으면 엑사셀은 미국에서 승인된 최초의 크리스퍼 기반 의약품이 된다.

지난 주에 발표된 문서에 따르면 FDA 과학자들은 버텍스의 임상시험 결과가 ‘매우 긍정적’이라는 데 동의했다. 최소 16개월 동안 추적 관찰한 30명의 임상시험 참가자 중 29명이 엑사셀 치료 후 최소 1년 동안 통증 위기가 없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더 이상 적혈구 수혈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문서와 FDA 프레젠테이션은 버텍스가 실험을 뒷받침하는 과정에서 엑사셀의 표적 이탈 편집 위험에 대해 얼마나 철저하게 문서화했는지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버텍스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잘못된 편집 부위를 예측한 다음, 여러 기증자로부터 편집된 세포를 시퀀싱(sequencing)하는 두 가지 주요 접근 방식을 취했다. 이 회사는 자사의 연구에서 표적을 벗어난 편집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FDA는 버텍스가 표적 외 편집 부위를 예측하는 데 사용한 데이터베이스가 겸상 적혈구 집단을 대표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세포 분석에 사용된 샘플 크기가 작다고 부언했다.

자문위원들은 버텍스가 계획 중인 장기 추적 관찰의 일환으로 치료받은 환자의 세포에 대한 추가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아산 위원장은 “실시간으로 편집 내용을 모니터링하는 것에 대한 평가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이를 위해 사용될 기술, 즉 전체 게놈 시퀀싱이나 다른 기술이 실제로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탐지 수준을 갖출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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