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의사 부족이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헬스가 새로운 대안으로 뜨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에 집중 조명한 글로벌 보건산업 동향 보고서 중 ‘일본의 디지털 헬스 보급 배경과 기업의 참여 장벽’에서 나타났다.

일본 정부도 의료수급 균형 악화와 AI 등 ICT 기술 발달을 토대로 삼아 디지털 헬스를 포함한 의료ㆍ헬스케어 영역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을 활용한 헬스케어용 모바일 앱이나 치료용 앱이 등장하고 AI를 탑재한 의료기기가 승인을 받으면서 ‘디지털 헬스’ 보급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 헬스는 ▲고령 인구 증가에 따른 의료ㆍ간병 니즈 증대 ▲의료제공 체제의 지역 격차 확대 ▲의료종사자의 근무방식 개혁을 원인으로 한 의료수급 균형 악화라는 사회적ㆍ제도적 요인에 디지털 기술 발전이란 요인과 맞물려 의료 발전의 대안으로 주목을 받았다.

보고서는 “일본의 1인당 국민 의료비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2030년 필요한 금액은 약 42조엔으로 이는 2020년도 일본 국민 의료비 총액과 비슷하지만 의료비 재원을 부담할 현역세대는 인구가 10% 정도 감소하기 때문에 세입을 늘리거나 지출을 줄이는 구조적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일본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인구 당 병원 수는 1위지만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2.6명으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또 의사 부족은 일본 전역에서 일률적으로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지역에 따른 격차가 커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이다.

여기에 근무방식개혁 관련 법안이 시행되는 2024년을 기점으로 의사들의 노동시간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고령화로 증가하는 의료수요에 대한 의료제공 체제가 불충분한 가운데 추가로 공급 주체인 의사들의 근무시간이 줄어들면서 의료수급 균형이 악화될 것이 자명한 상황이다.

일본은 의료수급 균형 악화는 이전부터 인식되고 있었지만 특별한 대응책이 없던 상황에서 최근 IT기술 발전으로 정부와 의료계는 새로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

일례로 통신 인프라 고도화로 대면 진료와 동등한 수준의 온라인 진료가 가능해지면서 대면 진료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진료가 보급되기 위해서는 진료보수 점수 등 금전적 인센티브 외에 의사와 환자의 ICT 리터러시의 향상, 온라인 진료기기 도입비용 부담 등 여러 가지 과제가 있어 정부, 의사, 환자, 기술 등 4가지 측면에서 디지털 헬스의 대안적 가능성을 연구해야 한다.

우선 일본 정부는 의료 데이터나 치료용 앱으로 국한하지 않고 환자 중심의 의료ㆍ헬스케어 생태계를 구축해 다양한 기술을 사회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구체적인 대응사례로 2021년 4월 ‘민간 PHR사업자의 건강검진 등 정보 취급에 관한 기본지침’을 작성하는 등 개인이 자신의 건강ㆍ의료정보를 이용한 예방ㆍ관리가 가능하도록 환경을 정비했다.

또 내년 의료 디지털 전환(DX) 관련 예산은 약 145억엔으로 의료 DX 관련 예산 증가분을 보면 행정적인 시점에서는 디지털 헬스를 포함해 의료·헬스케어 영역의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의사의 경우에는 미즈호은행 산업조사부 조사에 따르면 ‘의사의 약 90%가 디바이스ㆍ앱으로 취득한 바이탈ㆍ일상생활 데이터를 진료에 활용하는데 긍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이는 진료 과정에서 환자의 일상생활을 파악함으로써 진료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어 이러한 활용사례를 고려하면 의사들도 디지털 헬스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다만 일본 환자들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건강관련 앱 이용률이 낮다. 이는 국민건강보험제도가 한 가지 요인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자신의 건강관리에 적극 투자하지 않는 무관심층이 발생하면서 디지털 헬스 이용에 관심을 덜 갖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술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스마트폰을 비롯해 이용자의 일상정보를 수집하는 기기의 보급과 의료정보의 전자화로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됐다. 여기에 AI의 진화로 그동안에는 불가능했던 방법의 진단ㆍ치료가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ePRO(스마트폰 등 휴대단말기에 환자가 건강상태를 기록하고 의료자가 실시간으로 평가하는 시스템)가 등장했고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질병 리스크 예측 연구, Apple watch 심전도앱이 의료기기 승인을 받는 등 기술의 진전은 의료제도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디지털 헬스 사업 참여 시 과제 및 수익화 방법

우리나라 기업이 일본에서 디지털 헬스 사업에 참여하려면 의사법, 약기법(薬機法), 임상연구법, 건강증진법, 경품표시법(景品表⽰法), 개인정보 보호법 등 다양한 법과 규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디지털 헬스는 SaMD(Software as a Medical Device)와 non-SaMD로 구분된다. SaMD를 개발ㆍ출시하려면 임상 시험을 통한 유효성 증명과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의 프로그램 의료기기 승인이 필요하며 의료기기 제조판매업 허가 취득은 필수로 인적요건과 QMS(Quality Management System: 품질관리시스템) 체제성령(省令), GVP(Good Vigilance Practice: 제조판매 후 안전관리기준) 성령을 모두 충족해야 허가 취득이 가능하다.

또 총괄제조판매책임자, 안전관리책임자, 국내품질업무 책임자 등 3명을 배치하고 QMS 체제 성령은 품질 매뉴얼 작성, GVP 성령은 제조판매(출시) 후 정보수집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non-SaMD의 개발 및 출시는 SaMD와 같은 대응은 불필요하지만 대신 ‘의료기기’로 오인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반드시 서비스의 내용, 기능, 표현에 관계된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 non-SaMD는 일단 ‘의료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효능이나 효과를 강조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당신의 상태를 측정한 결과(질병명)의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나 이와 유사한 행위를 할 수 없고 효능이나 효과 또는 성능에 관한 광고 역시 불가능하다.

이처럼 SaMD, non-SaMD는 모두 개발하고 시장에 투입할 때 지켜야 할 여러 법규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디지털 헬스 사업에 참여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디지털 헬스의 수익모델을 검토할 때 서비스 이용자인 개인을 대상으로 한 직접적인 수익성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의료기관, 지자체, 민간기업을 상대로 한 수익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자체는 의료비 경감 니즈, 의료기관은 여러 가지 문제로 디지털 헬스 활용에 관심이 높을 가능성이 있고 민간기업 역시 건강경영 측면에서 종업원을 위한 헬스케어 서비스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로 여기에 착안해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일단 SaMD의 수익화 방법으로는 의료기관에 도입해 의료행위로 인정받아 진료보수 점수의 기술료 등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방법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임상을 거친 이후 약사승인, 의료기기 인증, 제조판매업 허가 취득, 보험적용에 따른 공정가격 설정이 필요하다.

일본의 SaMD 사례로는 2020년 8월 약사승인을 거쳐 12월 보험이 적용된 금연치료용 앱 ‘큐어앱’(CureApp)이 대표적으로 보험을 적용을 받고 있다. 주의할 점은 의료기기의 경우는 의약품과 달리 약사승인을 받아도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SaMD개발 단계부터 후생노동성과 보험적용을 위한 전략을 상담하는 것이 필수다.

non-SaMD의 경우는 이용자로부터 직접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와 이용자가 아닌 이들로부터 수익을 얻는 경우(광고, 데이터 활용 모델 등)가 있고 두 가지 모두 이용자를 늘리고 지속하는 것이 성공 요건이지만 일본에서 건강에 관심이 있는 층은 많아야 20∼30%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롭게 디지털 헬스에 대응하는 이들을 늘리기보다 일상생활에서 간단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거나 대상자의 가치관을 움직여 대응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용자로부터 돈을 받지 않지만 보험금 지불액 감소를 통해 비용을 낮추는 스미토모(住友)생명의 건강증진형 보험인 ‘바이탈리티’(Vitality)’가 대표적 사례다. 바이탈리티는 건강증진 활동(문진, 운동, 사회참여, 건강검진)을 점수로 환산하고 점수에 따라 등급을 설정해 보험료를 할인(첫해 15%, 최대 30%)하거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스미토모는 바이탈리티 회원이 비회원과 비교해 사망률, 입원률이 낮다는 점 등 결과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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