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이 속담은 디지털 치료제(DTx)가 쌓은 데이터가 현재의 의료체제와 연결될 수 있는 고리를 찾아야 제3세대 치료제로 성장할 수 있다는 방향성을 나타낸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디지털 치료기기 국내외 현황과 전망’ 보건산업 브리프에서 디지털 치료기기의 유형 및 개발 방향 등을 분석했다.

브리프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진료와 처방이 늘면서 맞춤형 의료서비스, 실시간 환자 모니터링 등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이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와 동반한 만성질환 발병률이 증가함에 따라 의료기관에서 치료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의 지속적인 관리와 지속적인 치료가 요구되기 때문에 디지털 치료기기가 '3세대 치료요법'으로 대두되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시장규모는 2019년부터 연평균 20.5% 성장해 2025년에는 89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치가 나왔고 국내 디지털 치료제 시장규모도 연평균 27.2%의 성장률을 보이며 2025년에는 5억2880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어떤 구조로 디지털 치료기기가 소비자에게 제공되며 또 의료기관은 데이터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분명한 기준이 없다. 특히 이렇게 쌓인 디지털 치료제의 데이터가 현재의 의료체제와 연결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디지털 치료기기를 사용하게 할 수 있는 전반적인 규제와 인프라가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등 해외에서 심사숙고하고 있지만 아직은 제한적인 범주 내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브리프는 디지털 치료기기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한 방향을 제시했다.

우선 ▲현 의료시스템과의 연계 구축 ▲제3자 보상이나 보험 체제 마련 ▲기기의 지속적인 사용을 위해 적시에 가능한 제품 디자인 및 개발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한 적절한 단가 측정 및 기대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인들의 복합 만성질환에 대한 취약성과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와 MZ 세대가 나이가 드는 미래를 고려할 때 디지털 치료기기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고 특히 디지털 치료는 질병뿐만 아니라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성공적이고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치료기기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활용처와 그것을 사용하는 환자와 의료진을 고려한 활용과 특성에 맞는 임상시험, 허가와 관리가 필요하다.

브리프에서는 특별히 사용을 무조건 유도하는 것보다 실제로 필요한 적소에 치료제 개발과 임상적, 과학적이고 임상적 증거를 바탕으로 한 마케팅으로 제품을 알리고 사용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사용 중에 의문이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쉽게 해결이 가능한 애프터 서비스 및 지원 체제가 장기적이고 실속있는 유인 방법일 수 있다고 밝혔다.

브리프는 특히 약물치료와 동등한 체제가 아닌 디지털 치료제만의 범주가 필요하고 지속적인 미래 지향적 투자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디지털 치료기기의 개발 및 사용은 맞춤형 인프라 및 시스템 유지 관리, 네트워크 정보 보안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대화와 협력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치료기기 산업의 주요 시장 중 하나인 미국 사례를 통해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의 발전과 개방정책 동향, 법적 규제 및 보험 배상 등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디지털 치료제 개발은 ICBMA(IoT, Cloud, Big Data, Mobile, AI) 기술이 의료기술과 융합하여 개발되고 있다. 2021년까지 몇몇 제품이 식약처의 의료기기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고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디지털 의료기기 허가를 위한 임상 확증을 완료하였거나 진행 중인 업체는 라이프 시맨틱스, 웰트, 에임메드, 뉴냅스, 하이 등 5개 기업이 있다. 2022년 12월 디지털 치료기기 임상시험계획승인 현황에 따르면 2022년 12월까지 임상연구가 허가된 품목은 총 25개에 달하고 승인 건수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서 디지털 치료기기로 승인받으려면 의료기기위원회의 전문가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자문받아 임상시험으로 입증해야 한다.

처방 디지털 치료제로 국내에서 첫 번째 식약처 허가를 받은 제품은 2023년 2월 15일에 불면증 치료에 대한 인지행동치료를 모바일 앱으로 구현한 에임메드(AIMMED)의 ‘솜즈’(Somzz)다.

이 제품은 실시 간 의료진의 피드백, 행동교정을 환자에게 제공함으로써 환자의 불면증 증상을 개선한다. 특히 수면 일기, 수면의 질적 정보, 카페인 섭취량과 섭취 시간 등을 의료진과 공유하며 불면증의 실제 원인과 치료할 수 있는 사항을 파악하여 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 솜즈는 환자들이 2~3개월 동안 사용을 권하고 있다.

두 번째 승인을 받은 제품은 웰트와 한독이 협업한 인지치료 소프트웨어 ’WELT-I’로 2023년 4월 19일 품목허가를 받았다. WELT-I는 환자의 수면 패턴을 기반으로 맞춤형 인지행동치료를 제공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구현된 소프트웨어다. 불면증 환자 12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WELT-I는 수면 효율을 유의하게 개선시켰다. 이에 식약처는 대한디지털치료학회의 정신건강의학 전문가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전문가로 구성된 ‘의료기기위원회’에서 이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심의를 거쳐 승인했고 의사의 처방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실패 사례도 있다.

세계최초로 호흡 재활 디지털 치료기기로 기대를 모았던 라이프시맨틱스의 ‘레드필 숨튼’은 확증 임상시험에서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 천식, 폐암 등 호흡 재활 치료가 필요한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유효성 평가와 안전성을 평가했지만 유효성에서 대조군보다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임상시험계획을 보완(환자수 획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하여 식약처에 다시 임상승인 계획서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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