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8일(현지시간)겸상 적혈구 유전자 편집 치료제를 승인했다. 지난 달 중순 영국 의약품·건강관리 규제기구(MHRA)가 크리스퍼(CRISPR)로 만든 세계 최초 의약품인 ‘카스게비’(Casgevy)를 승인한 지 몇 주 만의 일이다.

버텍스 파마슈티컬스(Vertex Pharmaceuticals)와 크리스퍼 테라퓨틱스(CRISPR Therapeutics)가 개발한 카스게비 는 중증 겸상 적혈구 질환을 앓고 있는 12세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승인됐다. 연구자들은 카스게비가 환자 자신 줄기세포의 DNA를 영구적이고 정확하게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평생은 아니더라도 수 년 동안 치료 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카스게비는 환자의 줄기세포를 채취하여 제조 시설로 보내면 그곳에서 크리스퍼를 사용해 편집한다. 정확한 지점에서 DNA를 잘라내면 해당 세포가 재수혈돼 겸상 적혈구 환자의 손상된 산소 운반 단백질 헤모글로빈의 태아 형태를 생산할 수 있다.

크리스퍼 편집은 겸상 적혈구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일종의 유전적 우회로로 만들어 준다. 태아의 헤모글로빈 함유 적혈구는 쉽게 겸상되지 않아 겸상 적혈구가 쌓여 혈관을 막아 발생하는 통증 위기를 완화할 수 있다.

가장 최근에 업데이트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치료 후 최소 16개월 동안 추적 관찰한 30명의 연구 참가자 중 1명을 제외한 모든 참가자가 최소 1년 동안 통증 위기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7명은 어떠한 위기 상황도 겪지 않았으며 그 결과 참가자들은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지낼 수 있었다.

미국과 영국에서의 승인은 CRISPR을 학문적 돌파구에서 신약으로 전환시킨 10년간의 놀라운 과학적 진보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종종 유전자 가위로 비유되는 이 편집도구는 유연하고 강력한 것으로 입증되었으며 제약사들은 다양한 유전질환의 치료법에 적용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또 FDA는 블루버드 바이오(Bluebird bio)가 개발한 또 다른 겸상 적혈구 질환 유전자 치료제인 ‘리프제니아’(Lyfgenia)를 승인했다. 이 약은 겸상 적혈구 질환으로 인한 통증 위기의 병력이 있는 12세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리프트제니아는 카스게비와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는 크리스퍼 대신 양성 바이러스를 사용해 기능성 헤모글로빈을 암호화하는 조작된 유전자를 환자의 줄기세포에 삽입한다. 적혈구 감소를 줄이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다.

FDA의 생물학적 제제 평가 및 연구센터 책임자인 피터 막스는 성명에서 “이번 승인은 치명적인 질병을 표적으로 삼고 공중보건을 개선하기 위해 혁신적인 세포 기반 유전자 치료제를 사용하는 중요한 의학적 진보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두 치료법 모두 가장 비싼 약품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버텍스는 카스게비의 정가를 220만 달러로 책정했고, 블루버드는 리프제니아의 도매 가격이 310만 달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치료법에는 단점도 있다. 두 치료법 중 하나를 받는 환자는 고통스러운 구강 염증, 혈구수 감소 및 장기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예비 화학요법을 받아야 한다. 부작용이 심각하여 노인이나 겸상 적혈구로 인해 장기가 이미 심하게 손상된 사람은 견디지 못할 수 있다. 또 불임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론상으로는 크리스퍼에 의한 유전자 편집이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FDA 전문가들이 지난달 31일 회의을 열고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버텍스가 카스게비의 안전성을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축적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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