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까다로운 제조와 높은 비용 문제에도 불구하고 유전제 치료제 신약이 많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예상은 재생의료와 첨단치료 국제 조직인 재생의료 연합(Alliance for Regenerative Medicine, ARM)이 최근 발간한 자료서 알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미국에서 7건, 유럽 연합에서 1건이 승인을 받아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에 획기적인 한 해였다.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미국 재생의료 연합은 9일(현지시간) ‘세포 및 유전자 산업 현황 브리핑’ 연례 브리핑에서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가 올해 미국과 EU에서 최대 17건까지 승인을 받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미국 규제 당국은 2023년에 희귀 유전 질환에 대한 5개의 유전자 치료제를 승인했으며 2024년에는 추가로 5개의 치료제가 승인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형암에 대한 ‘적응 세포 치료제’(Adoptive Cell Therapy)와 ‘동종(Allogeneic) T세포 치료제’가 최초로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받은 세포ㆍ유전자 치료제는 ▲‘카빅티'(Carvykti ,레전드바이오테크·얀센) ▲바이오마린 파마슈티컬스의 유전자치료제 ‘록타비안'(Roctavian), ▲PTC테라퓨틱스의 유전자치료제 ‘업스타자'(Upstaza), ▲유니큐어·CSL보링의 유전자치료제 ‘헴제닉스'(Hemgenix), ▲페링 파마슈티컬스의 유전자치료제 ‘애드스틸라드린'(Adstiladrin), ▲아타라 바이오테라퓨틱스의 세포치료제 ‘에브발로'(Ebvallo) 등이다. 이 중에 미국 FDA와 유럽 EMA의 허가를 모두 받은 치료제는 카빅티다.

올해 승인이 예상되는 주요 유전자 치료제는 혈우병 A, 혈우병 B 및 이영양성 수포성 표피박리증(dystrophic epidermolysis bullosa) 치료제가 있다.

미국 재생의료연합 회장인 팀 헌트(Tim Hunt)는 제42회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와 함께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4 바이오텍 쇼케이스’(Biotech Showcase)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 이 중 상당수가 승인을 받을 것으로 낙관한다”고 밝혔다.

헌트는 지난달 버텍스 파마슈티컬스(Vertex Pharmaceuticals)와 크리스퍼 테라퓨틱스(CRISPR Therapeutics)가 개발한 겸상 적혈구 질환과 베타 지중해 빈혈 치료 신약 ‘카스거비(Casgevy)와 블루버드바이오의 유전자 편집 치료제 '리프제니아’(Lyfgenia)의 FDA 승인을 “생명공학 역사상 중요한 순간”으로 꼽았다.

영국의 시장조사 및 데이터 분석 전문업체인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에 따르면 최초로 크리스퍼(CRISPR) 기반 유전자 편집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카스거비는 당분간 다른 유전자 치료제가 승인을 받을 가망이 없어 독점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글로벌데이터의 약물 정보 분석가인 재스퍼 몰리(Jasper Morley)는 “승인 가능성이 낮은 이유는 후기 임상 단계 제품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ARM 행사에서 FDA 생물의약품평가 연구센터 피터 마크스(Peter Marks) 소장은 “제조 문제, 임상 개발 일정, 글로벌 규제사항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유전자 치료가 현재 중요한 시점”이라면서 “현재의 제조 플랫폼이 유전자 치료 생산의 걸림돌”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에 대해 “문제는 이러한 유전자 치료제 제조 비용이 투자 수익에 비해 너무 크기 때문에 이를 극복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전미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는 2034년 말까지 100만명 이상의 환자가 유전자 치료제로 치료를 받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그 비용은 연간 250억 달러 이상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미국 의료 시스템이 감당하기에 버거운 수치다. FDA가 승인한 두 가지 유전자 치료제 가격을 보면 카스거비는 미국에서 환자 1인당 220만 달러이며 리프제니아는 미국 내 도매가격이 310만 달러다.

다만 헌트 회장은 수백만 달러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치료제는 결국 미국 의료 시스템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헌트 회장은 “제품 가격이 200만 달러~300만 달러로 책정한다면 엄청난 가격에 충격을 받겠지만 데이터를 보고 냉정하게 생각하면 매우 설득력 있는 이야기”라면서 “유전자 치료제가 저렴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헌트 회장에 따르면 대부분 희귀 질환에 대한 표준 요법제를 평생 쓰게 되면 유전자 치료제보다 더 많은 돈이 든다. 중증 혈우병 A 환자의 평생 비용이 2100만 달러 이상이며 중증 겸상 적혈구 질환 환자의 경우는 400만~600만 달러, 수혈 의존성 지중해빈혈 환자의 경우도 540만 달러가 든다고 밝혔다.

헌트 회장은 바이오마린(BioMarin)의 A형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 ‘록타비안’(Roctavian)과 독일 CSL 베링(CSL Behring)의 B형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 ‘헴제닉스’(Hemgenix) 등 혈우병 A 및 B에 대한 유전자 치료제가 상당한 비용 상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ICER(임상 경제성 검토연구소) 보고서 내용을 예로 들었다.

헌트 회장은 “록타비안과 헴제닉스 치료제는 비용대비 효율성을 따져보면 그동안 예방적 치료가 약값이 너무 비싸 비효율적이지 않다는 주장을 상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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