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를 개발한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시가총액에서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을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빅파마 20곳은 지난해 미국 정부의 의약품 인하 조사와 특허 절벽이 증가하면서 시가총액 순위 변동이 컸다. 영국 런던에 글로벌 본사를 둔 비즈니스 정보 서비스ㆍ컨설팅 기관인 글로벌데이터(GlobalDat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시가총액은 2022년에 비해 1.5% 늘어난 3조6700억 달러(약 4897조원)를 기록했다.

릴리는 2023년 시가총액이 전년 대비 59.2% 증가한 5534억 달러를 기록하며 제약업계에서 톱을 찍었다. 올해 들어 릴리는 성장세를 가속시켜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 분석가들로부터 엔비디아, 메타, 아마존, MS, 구글, 애플, 테슬라 등 7대 기술주인 ‘매그니피센트 7’을 제외하고 시가총액이 제약회사 중에선 최초로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릴리의 시가총액은 20일(현지시간) 기준 7424억 달러다.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릴리의 주가는 올해 약 32% 급등했다. 반면 존슨앤존슨은 시가총액이 3773억 달러로 하락하면서 2위로 주저 앉았다. 존슨앤존슨은 올해 일본, 캐나다, 유럽에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위해 알보텍과 합의를 하면서 본격적인 바이오시밀러와의 경쟁에 돌입했다.

비만 치료제의 강자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도 지난해 51.5%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시총 3550억 달러로 3위를 차지했다. 노보의 성장은 GLP-1 약물인 ‘위고비’(Wegovy)와 ‘오젬픽’(Ozempic)의 매출 급증이 큰 역할을 했다. 노보는 2024년 매출이 최대 25% 증가해 5534억6000만 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버텍스(Vertex Pharmaceuticals)와 리제네론(Regeneron Pharmaceuticals)도 지난해 각각 41.4%와 21.8%의 성장세를 기록, 시총 ‘1000억 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리제네론은 지난해 시총이 957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주가가 5% 상승해 1040억 달러를 기록했다. 리제네론은 최고의 매출을 이끈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Eylea 애플리버셉트)의 매출이 전년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회사에 58억80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버텍스는 현재 시총이 1095억 달러로 파트너사인 크리시피(CRISP Therapeutics)와 함께 낭포성 섬유증 등 두 가지 적응증에서 Cas9 유전자 편집 세포 치료제인 ‘반자 트리플(vanza triple)’ 승인을 앞두고 있다.

빅파마 20대 기업 중 시총이 추락한 기업도 있다. 모더나(Moderna)는 전년보다 45% 하락한 379억 달러로 가장 큰 타격을 입으면서 최하위로 떨어졌다. 화이자 역시 43.5% 하락한 1626억 달러로 3위에서 9위로 내려 앉았다. 두 회사 모두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크게 감소하면서 팬데믹 이후 큰 매출 감소를 겪었다.

BMS는 항암제 ‘레블리미드’(Revlimid)가 치열한 제네릭 경쟁에 직면하면서 31.8% 감소해 시총이 1044억 달러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성장률이 마이너스인 3개 기업(BMS, 존슨앤존슨, MSD)의 CEO들은 최근 처방약 인하 문제를 다룬 미국 상원 보건위원회에 청문회에 불려나갔다.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의 애널리스트 앨리슨 라비아(Alison Labya)는 “코로나19에서 비만 치료제로 선회한 기업들이 성공을 거뒀다”면서 “특히 인플레이션 감소법에 따라 약가 협상에 직면한 기업과 특허 절벽에 몰린 기업의 고전과 대조를 이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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