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신입생 정원 2000명 증원계획을 발표(2월6일)한지 4일로 34일째를 맞는다. 이에 반발해 전국 수련병원의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이탈하는가 하면 심지어 일부 의대교수들까지 사직서를 낼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정부는 이들 전공의들에 대한 의사면허정지를 위한 사전통지업무등 행정절차에 착수했다. 정부와 의사들 간 팽팽한 대결이 한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당시 의사파업 이후 지금까지 24년동안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있을 때마다 100% 정부측이 굴복해 왔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도 의사들이 정부와의 대결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이 물건너 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00년 당시 정부가 의약분업을 단행하면서 의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4년동안 의사수를 351명 감축키로 합의했었다. 지금의 의사 부족현상은 이같은 원인에서 비롯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20년에도 그랬다. 당시 정부는 의대정원을 연간 400명씩 10년간 의사수를 4000명 늘릴려고 했으나 전공의 80%가 의료현장을 떠나 진료를 거부한 탓으로 환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의사 증원계획을 포기함으로써 의사들에게 항복했다.

현재 경찰에서 전공의 집단행동에 대해 선동 여부를 조사받고 있는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 이길 수 있다 고 생각한 것 자체가 어이없을 정도로 어리석은 발상이다. 문제는 그 재앙적 결과가 국민의 몫이라는 점이다“라고 사회관계서비스망(SNS)에 글을 올린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의사들이 진료현장을 떠나면 환자들의 피해를 우려하는 정부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굴복할 것이라는 교만함이 가득차 있다. 바꿔 말하면 의사들이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대정부 투쟁을 벌이겠다고 공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노 전회장은 경찰조사에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조장한 사실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의사 수를 얼마나 늘릴 것인지를 결정할 때 공급자인 의사들의 양해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박병원 한국비영리조직평가원 이사장은 이에 대해 택시를 증차할 때 기존 택시업계의 허락을 받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원천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라고 밝혔다. 의사들도 환경이 변하면 환경에 적응할 줄 알아야 한다. 의사는 환자 곁을 지키는 의무를 다 할 때 권위와 권리가 보장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전공의들이 깨닫기 바란다. 정부도 의사들이 스스로 지키지 않는 의사들의 권위나 권리를 보장해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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