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10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개최되는 미국 암연구학회(AACR 2024) 초록이 공개되면서 ▲이중항체 ▲항체약물접합제(ADC) ▲표적 단백질 분해제(TPD)가 항암제의 대세인 것으로 파악된다.

하이투자증권 장민환 연구원은 12일 보고서를 통해 “AACR은 전임상 단계의 초기 연구 결과를 다룬 기업, 대학 및 연구기관 발표가 주를 이룬다”면서 “국내 기업 중에서는 한미약품, 유한양행, 레고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에이비온 등 항암 파이프라인 및 플랫폼 기술을 갖춘 업체들의 전임상 결과 포스터 발표가 예정되어있다”고 밝혔다.

장 연구원은 “AACR은 ASCO(미국 임상종양학회, 5월) 및 ESMO(유럽 종양학회,9월)와 함께 글로벌 3대 암학회 중 하나로 임상 결과 발표가 이루어지는 ASCO와 달리 전임상 및 초기 임상 연구가 많다는 점에서 항암 트랜드 파악이 가능하다”면서 “후보 물질을 모달리티로 분류했을 때 바이오 의약품에서는 이중항체 및 ADC가, 저분자 화합물에서는 TPD 기전의 개발 동향이 돋보인다”고 밝혔다.

이중 항체, 고형암에서도 효과 발휘할까

이중 항체는 서로 다른 두 가지의 항원에 결합할 수 있는 항체로 암세포에 존재하는 두 가지의 항원에 결합하여 사멸을 유도하거나 T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CD3 단백질에 결합, T세포로 인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기전을 갖는다.

현재 FDA 승인된 이중 항체는 8가지로 항암 및 안구질환, 혈우병 치료제로 사용된다. 항암제로 승인된 이중항체 중 EGFR x MET을 타겟하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Rybrevant 아미반타맙)를 제외하면 모두 혈액암 치료제다.

현재 이중 항체의 개발은 고형암 대상 효능 확보와 CRS 등 과도한 면역 반응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의 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고형암에서 과발현되어있는 적절한 항원을 선정하고 CD3 및 항원에 대한 결합력 조절을 통해 충분한 안전역을 확보하는 것이 요점이다.

이중 항체의 주요 개발사는 4건의 승인을 확보한 로슈(Roche)와 BiTE 플랫폼을 갖춘 암젠(Amgen)으로 올해 AACR에서도 포스터 및 구두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사이톰엑스 테라퓨틱스(CytomX Therapeutics), 제눅스 테라퓨틱스(Janux Therapeutics), 바이오아틀라(BioAtla) 등 미국 업체들은 암 조직에서만 활성화되는 이중 항체 기술을 적용하여 높은 효능과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제눅스는 전립선암 치료제 ‘JANX007’의 높은 효능 결과를 바탕으로 약 230%의 주가 상승을 이뤘다. 또 바이오아틀라는 이번 AACR에서 고형암을 대상으로하는 이중 항체 플랫폼 기술이 포스터로 발표된다.

국내 업체로는 에이비엘바이오와 유항양행이 이중항체 파이프라인의 전임상 포스터를 발표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신규 파이프라인 2건의 전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으로 면역관문타겟 TIGIT(ABL112) 및 신규 항원 LILRB4(ABL407)에 결합하여 T세포 공동자극인자 4-1BB이 선택적으로 활성화되는 면역 활성화 플랫폼이 적용된 물질이다.

유한양행은 에이비엘바이오(YH32367) 및 이뮨온시아(YH41723)와 각각 공동개발 중인 이중 항체 파이프라인을 포스터 발표 예정이다.

ADC 효능 개선ㆍ독소 감소위해 이중항체 사용 활발

항암 모달리티 중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ADC는 검증된 타겟 내에서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Trop2와 넥틴-4(Nectin-4) 표적 ADC가 존재하는 타겟이지만 효능 및 안전성의 개선을 통해 혁신 신약(best-in-class)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다수 확인된다.

길리어드의 TROP2 ADC인 ‘트로델비’(Trodelvy)는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에서 화학요법인 도세탁셀(Docetaxel) 대비 전체 생존(OS) 개선에 실패했으며 아스트라제네카의 Dato-Dxd는 편평 비소세포폐암(Squamous NSCLC)에서 무진행 생존(PFS) 개선에 실패해 비편평 비소세포폐암(nonsquamous NSCLC)에 한정하여 FDA에 신약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이번 AACR에서는 Dato-Dxd는 뇌전이 동물모델 대상으로 효능 결과 및 PARP1 저해제와의 병용 효능에 대한 발표가 예정되어 있다. MSD도 TROP2 표적 ADC인 ‘MK-2870’이 비소세포폐암 임상 3상 관련 포스터 2건 및 위암ㆍ위식도접합부암 임상 2상 초기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 임상 진입을 앞둔 넥틴-4는 전임상 동물실험에서 시젠의 ‘파드세브’(Padcev) 대비 효능 및 안전성을 개선한 결과를 발표한다.

각 개발사들은 ADC의 구성 요소를 변경하며 기존 치료제 대비 치료 지수(Therapeutic Index)의 개선을 시도한다.

얀센으로 기술이전 한 레고켐바이오의 ‘LCB84’는 트로델비의 Trop1 페이로드 대비 항암 활성이 높은 미세소관중합억제제(MMAE)를 사용했으며 암조직에 특이적인 형태의 TROP2(cleaved TROP2)를 타겟하여 선택성을 높였다. LCB84의 동물실험 결과 포스터 발표와 레고켐바이오가 도입한 TROP2 항체(Hu2G10)의 선택성에 대한 원개발사의 포스터 발표도 예정되어 있다.

ADC의 효능 개선 및 독성 감소를 목적으로 이중 항체를 사용하는 시도가 활발하다. 알려진 타겟의 조합을 통해 두 항원이 모두 존재하는 암 조직에서의 선택적인 활성을 확보한 동물실험 결과가 다수 공개된다. 두 가지의 항원을 타겟함으로써 항원 소실로 인한 내성과 암 조직 내 이질성 문제도 극복 가능할 전망이다.

레고켐바이오의 CD20xCD22는 B세포 혈액암에서 검증된 두 타겟에 결합하는 이중 항체 ADC다. 유사한 접근으로 동종세포치료제 개발사인 프랑스 생명공학기업 셀렉티스(Cellectis)社는 비호지킨림프종을 대상으로 CD20xCD22 동종 CAR-T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전임상 동물 모델에서 항원 소실로 인한 내성의 극복과 항원의 발현이 다른 암세포에서의 효능을 확인한 바 있다.

페이로드에 세포독성을 갖는 항암제가 아닌 면역증강제(immune agonist)를 도입한 면역자극 항체 접합체(ISAC)도 주목할 접근법 중 하나다. 항체에 면역증강제를 결합하여 암 조직에서만 선택적인 면역의 활성화를 통해 전신투여 시 나타나는 독성을 피할 수 있다. 에이비온은 인허페론-베타 변이체(IFN-β mutein)를 도입한 ABN-202 플랫폼의 동물실험 결과 2건을 발표할 예정이다.

각각 암 조직 내 TROP2와 EGFR에 결합하는 항체를 사용하여 암세포 특이적인 전달을 목표하였으며 관련된 고형암 동물 모델에서의 효능 결과를 발표한다.

제네릭은 TPD로 신규 모달리티 다수 도출

TPD(Targeted Protein Degradation)는 체내 단백질 분해 시스템을 이용해 질병 원인이 되는 표적 단백질을 분해ㆍ제거하는 기술이다. 국내외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단백질 생성이나 기능만 줄이는 기존 치료제의 한계와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열쇠로 여기며 이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메디케어 지출 내역을 분석해 지출액이 많으면서 FDA 허가 이후 합성의약품은 9년, 바이오의약품은 13년 이상 제네릭이나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지 않은 약은 약가협상 대상 품목이다.

따라서 제네릭은 바이오시밀러 대비 낮은 수익성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이 같은 추세로 인해 화이자는 최근 항암제 부문의 매출 중 바이오의약품 비중을 현재의 6%에서 6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작년 ADC 개발사 씨젠 인수로 인한 전략적 방향 설정과 함께 IRA 법안에 대한 고려도 반영된 결정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아직도 저분자 화합물이 갖는 장점은 분명하다. 뇌혈관장벽(BBB) 투과가 용이하여 신경정신질환의 개발에 적절하며 생산 및 가격 측면에서 경제적이다. 또 기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저분자 화합물 기반 신규 모달리티가 다수 도출되었다. 그 중 TPD는 원인이 되는 단백질의 단순 저해가 아닌 단백질 분해 효소인 proteosome을 통한 제거 기전을 갖는다. 치료제 개발이 어려웠던 단백질을 타겟할 수 있으며 변이로 인한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대표적인 글로벌 개발사로 미국의 아르비나스(Arvinas), 누릭스 테라퓨틱스(Nurix Therapeutics) 등이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작년 SK바이오팜이 SK/로이반트 사이언스(Roivant Science)의 JV 프로테오반트를 인수하여 설립한 자회사

SK바이오팜은 미국 R&D 자회사 프로테오반트를 통해 암 치료를 위한 새로운 분자 접착제 연구를 하고 있다. 또 업테라, 유빅스테라퓨틱스(이하 비상장)은 후보 물질의 임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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