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은 창립이후 지금까지 거의 100여년동안 재계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청렴’ 경영의 상징으로 인식돼 왔다. 

이러한 유한양행이 지난 15일 주주총회를 열고 회장직 신설을 비롯한 직제개편을 주요내용으로 한 정관개정안을 참석주주 95%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기업의 사유화 논란 속에 이날 주총에는 설립자인 유일한 박사의 하나뿐인 손녀 유힐링 씨(미국 거주)가 참석해 "할아버지의 청렴경영 철학을 관찰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으로 주목을 끌기도 했다.

주총에서는 지난 6년간 사장을 지낸 이정희 이사회의장이 재단이사로 등재됐다.

일부에서 우려가 제기됐지만 회장직 신설에는 일부 타당성이 있다. 회장직 신설을 주도한 경영진측은 "연구개발분야에서 많은 인재가 필요하다”며 조직개편의 불가피성을 밝혔다. 이는 또한 폐암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의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도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간 회사를 키워온 경영진의 공로를 감안하고 시대적인 변화도 반영해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관개정안이 알려지자 일부 직원들이 대방동 회사앞에서 일부 경영진의 '사유화 우려'  트럭시위를 벌어기도 했다.

유한양행의 회장직을 역임한 사람은 지금까지 설립자인 유일한 박사와 유 박사의 최측근인 동료 연만희 고문외에는 없었다. 설립자인 유일한 박사는 자녀들에게 유한양행의 자산을 단 한푼도 상속하지 않고 당시 조권순 전무에게 사장직을 넘긴 다음 철저하게 기업의 소유ㆍ경영권을 분리해서 운영토록 했었다. 

유한양행은 그 이후 경영과 소유의 분리가 기업철학으로 굳어지며 전문경영인 체제가 이어져 내려왔다. 따라서 유한양행의 회장직 신설이 재계에서 생소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현재 유한양행의 대주주는 유한재단으로 보유주식은 15.77%이고 2대주주는 국민연금 9.67%, 그 다음은 유한학원 7.75%, 직원들의 자사주8.32%등 순이다. 

이러한 주식분포를 감안하면 유한양행의 앞날은 유한학원과 자사주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한양행의 설립자 유일한 박사의 청렴경영철학이 국내기업의 소유ㆍ경영권 분리의 모델을 보여줬다는 사실을 모든 유한양행 종사자들이 잊지 말기를 바라며, 회장직이 도입되더라도 이러한 유일한 박사의 기업 정신이 훼손돼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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