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훈(왼쪽)ㆍ종윤 형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종훈(왼쪽)ㆍ종윤 형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28일 한미약품그룹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임종윤ㆍ종훈 前 한미약품 사장 형제 측이 제안한 이사진으로 이사회가 구성되면서 본격적인 2세 형제 경영시대가 활짝 열렸다.

안팎에서는 OCI와 '이종 기업 통합' 백지화는 순리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날 한미사이언스 주식은 종가기준  9% 급등하면서 시장이 우선 반겼다.

51년 전통 우량제약사의 간판을 뗄뻔한 한미약품그룹의 대부분 임직원들과 전직 임직원들은 OCI와의 통합 소식에 그간 속으로 부글부글 끓어오다가 평정을 되찾고 있는 분위기다.  안팎에서는 임종윤ㆍ종훈 형제가  송회장 모녀과 경영권 갈등을 벌이는 과정에서 그간 항간에 알려진 '한량의 이미지'와 달리 스마트하고 냉정한 대처로 시장과 임직원들의 신뢰를 얻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임종윤ㆍ종훈 형제의 앞날에는 기대만큼이나 오너 일가 경영권 갈등의 후유증도 적지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임종윤 형제 중심으로 경영권 재편이 예고된 가운데 그간 오너 일가의 경영권 싸움에 흔들려온 임직원들의 불안과 걱정을 추스리고 가족 간 화해로 힘을 한데 모으는 게 최우선의 과제다.

한미약품그룹, 임종윤 형제 중심 경영권 재편 예고

조만간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통해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자회사 한미약품을 형제가 각각 대표이사를 맡을 전망이 나온다.

임종윤 사장은 지난 2004년부터 한미약품그룹 중국 전체사업을 총괄경영한 바 있으며, 2010년부터는 한미약품 BD(사업개발)사장과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12년을 역임했다.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도 2007년 한미약품 경영정보 전무와 사장(CIO)을 거쳐 한미IT, 한미메디케어, 한미헬스케어 대표이사를 거쳤다.

하지만 부친 임성기 회장 별세 이후 어머니인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주축이 되면서 경영 중심에서는 밀려나는 분위기 속에 한미약품 사장에 해임됐다가 주총 승리로 기사회생했다. 

우선 임종윤 사장은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를 추스리는데 경영의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임 사장은 28일 주총 직후 "예전에 나갔던 분들이 돌아왔으면 한다"고 밝혀 2022년 8월 이후 한미약품그룹을 떠났던 일부 전문경영인, 신약개발 고위급 연구진의 복귀가 점쳐지고 있다.

임종윤 사장 "비전 실현에 투자금 1조원 유치" 주목

임종훈 사장 형제가 주총에 앞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경영 복귀 이후 밝힌 한미약품그룹의 운영 계획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밝힌 주요 비전은 ▲한미약품 시가총액 200조원 도약 ▲영업이익률 25% 달성 ▲조직 분리 매각 등 스핀오프 ▲바이오의약품 생산 통한 스케일업 등이었다.

비전 실현을 위해 투자금 1조원을 유치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임종윤 사장은 투자금 유치에 실패했을 시 자리를 내놓겠다고 공언하는 등 비장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존 화학의약품에 특화된 역량을 살리면서 바이오의약품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한미약품은 CDO(위탁개발)·CRO(임상시험수탁) 회사로 전환한다는 버전도 주목거리다.

또 CDOㆍCRO 전환으로 100개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한다는 원대한 청사진도 관심을 끈다. CDO 전환 등의 세부적인 실현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향후 계획이 정교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상속세 문제, 가족 간 화합이 남은 과제

한미약품그룹과 OCI 그룹 통합이 무산으로 상속세 문제는 발등의 불로 부상할 전망이다.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은 OCI 통합 과정에서 신주발행이나 구주 매각 등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임종훈 형제의 경우 상속세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보유한 자산을 통해 세금 문제를 해결하겠고 밝히고 있으나, 가족 전체가 납부해야 할 상속세 규모는 2000억원 이상인 만큼 주식을 제외한 보유 재산으로 상속세 납부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와 함께 가족간 화합도 그룹의 미래에 미칠 중요한 요소다.

동생 임주현 사장은 "주주총회 후 가족 간 화해모드를 취하겠다"고 말한 바 있고 오빠 임종훈 사장도 주총 후 "어머니와 여동생이 이번 일로 많이 실망했을 수도 있지만 앞으로도 같이 가길 원한다. 이런 일은 다시 없었으면 좋겠다"고 밝혀 화해의 여지를 남겼다.

임주현 부회장은 오빠 임종윤 전 사장을 상대로 266억원 규모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해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인데 가족 간 화해를 위해 앞으로 어떻게 봉합될지도 주목거리다.

가족 간 경영권 갈등은 지난 1월 초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 발표로 기간으로 따지면 3개월이 채 되지 않는다. 가족 간 화해가 임직원들 간 화합으로 이어져 새로운 한미약품그룹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안팎의 지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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