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강은희 기자] 새로운 GMP규정에 따라 국내 제약산업 설비투자부담이 늘고 있다.

제약산업은 그동안 생산공정이 비교적 단순했으나 2008년 1월 정부가 선진국 수준의 새로운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규정을 도입함에 따라 최근 들어 제약사들의 설비투자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것.

국내의 경우 1994년 처음 GMP규정이 의무화됐지만 GMP의 핵심인 밸리데이션(동일한 의약품이 생산된다는 것을 문서화하는 제도) 등을 실시하지 않는 등 선진국들의 GMP 규정과는 차이가 큰 편이었다. 2008년 새로운 GMP 규정 도입으로 선진국 수준의 제조관리 기준을 확립하게 됐다.

유한양행, 녹십자, JW중외제약, 한미약품 등 주요 상위권 제약사들 대부분이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cGMP 신규공장 건립을 완료했으며 한국유나이티드제약도 지난해 11월 충남 연기군에 새 공장 건설을 완료했다. 또 동아제약, 대웅제약, 제일약품 등은 대규모 cGMP투자를 계획하고 있거나 진행 중이다.

동아제약은 인천 송도지구 내 바이오시밀러 cGMP공장을 건설한다. 올해 착공을 시작으로 2년 내에 완공할 예정이며, 미국과 유럽 및 일본 등 선진국의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의 cGMP 공장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LG생명과학도 오송에 바이오공장을 건설 중이고, 대웅제약은 국제적 기준에 충족하는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제일약품도 cGMP 기준에 적합한 공장신축과 설비구축을 위해 약 600억원 이상을 백암공장 내 공장신축 및 시설에 투자한다.

향후 해외시장진출 확대와 국내 관련 정부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cGMP 설비투자는 필수적이며, 과거에 비해 개별회사의 생산설비 수준이 사업의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증가했다.

한편 상위권 제약사들은 잠재적인 설비투자부담에 대응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갖춘 반면에, 중소형 제약사들은 설비투자부담이 증가할 경우 자금소요에 대응할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이다.

그러나 자금력을 갖춘 상위사라 하더라도 생산설비 투자는 워낙 큰 규모의 자금이 필요해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A제약사 관계자는 "공장에 들인 투자금을 회수할 정도가 되려면 적어도 공장을 10년은 돌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B제약사 관계자는 "최근엔 약가인하 때문에 공장설비투자를 계획하던 상당수의 제약사들이 투자를 포기했다"면서 "공장투자비뿐 아니라 인건비나 시설가동비 등 공장운용비도 무시 못해 회사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의약품 및 생물의약품 제조는 유효성, 안전성, 안정성 등을 재현성 있게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이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FDA 등 선진국 규제기관들은 cGMP 등 GMP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고 선진국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국가에서 의약품의 수입허가 시 CGMP 또는 이에 준하는 규정(EU-GMP 등)에 따른 제조 및 관리를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cGMP 규정을 만족시키는 기술(이하, cGMP기술)의 개발 및 확보가 필수라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 의약품 허가 사항도 cGMP수준까지 근접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승인여부도 달라지는 추세다.

C제약사 관계자는 "더 근본적으로는 제약산업의 정체와 안일한 제약사의 영업행태, 투자는 하지 않고 위수탁이나 수입에만 의존하려는 경향 때문에 정부가 정책적으로 엄격한 의약품 생산 허가기준을 두려는 것 같다"고 해석하면서 "사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단계별 시행 절차를 주지 않고 무조건 투자해서 보여달라는 식이니 없는 살림에 머리가 꽤나 아프다"며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생각보다 그런 시설을 갖출 수 있는 제약사가 많은 것도 아니어서 괜찮은 공장 사서 설비투자하는 방식으로 하거나 OEM방식으로 하는 제약사들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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