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편집국] 건강보험공단이 대한약사회와 내년도 건강보험 급여비 수가를 2.9% 인상하면서 부대조건으로 대체조제를 20배 확대키로 결정하자 의료계가 크게 반발, 의·약사간 싸움이 다시 치열해지고 있다.

약국으로서는 수가 인상 외에도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이 비치돼 있지 않으면 환자에게 같은 성분의 다른 의약품으로 바꿔 조제할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약가인하로 약국경영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대체조제를 할 경우 이윤이 많은 품목으로 대체조제할수 있고 재고관리에도 큰 도움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약품비 수가 조정에서 약사회가 가장 큰 소득을 거뒀다는 평가다.

건보공단 입장에서는 약국들로 하여금 더 값이 싼 의약품으로 대체조제토록 유도함으로써 건보급여비 중 약제비 지출을 줄일 수 있어 건보재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말하자면 건보공단과 약사들의 윈-윈전략이다.

반면 의료계는 이 때문에 발칵 뒤집힌 상태다. 동네의원들의 진료수가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2.4%에서 2.2%로 깎여 유보됐을 뿐 아니라 의사들의 의약품 처방권마저 약사들에게 빼앗길 위기에 몰려 의사로서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상처난 까닭이다.

이번 대체조제 갈등은 건보공단이 급여비 중 약제비 지출을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이밖에도 의사들의 리베이트 수수에 따른 처방을 다소나마 줄여보자는 의도도 깔려 있다. 그러나 현행 개정 약사법에는 의사가 상용처방의약품 목록으로 처방할 경우 의사 동의없이 대체조제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상용처방약 목록 외 제품을 처방할 때는 대체조제가 가능하다. 이 경우 의사가 처방한 약품과 동알성분, 함량, 제형으로 식약청장이 약효동등성을 인정한 품목내에서 정할수 있게 돼있다.

따라서 이러한 약사법 규정을 어떻게 지키며 법테두리 안에서 시행할 것인지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건보공단과 약사회간 합의에서 주목되는 것은 공단의 대체조제 확대가 약제비 지출 축소라는 경제적 이유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이는 환자의 건강권을 가장 우선시해야 할 공단으로서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약사가 의사처방과 달리 대체조제를 하면 의사는 물론 환자본인조차 어떤 약을 복용했는지 알 수 없다. 의료계가 건보재정을 이유로 대체조제가 불가피하다면 약국의 조제내역서 작성·비치를 의무화하는 등 보완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이 까닭이다. 따라서 건보공단은 건보재정보다는 ‘환자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서부터 대체조제 확대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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